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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06. 2021

런던 팝에서 22

단편 소설


22.


 상혁이 친구는 피아노를 연주한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전혀 피아니스트로 보이지 않는 외모였다. 덩치가 거대했고 얼굴은 검게 탔으며 반팔 티셔츠로 드러난 팔 근육이 대단했다. 상혁이의 친구는 또 다른 친구와 함께 왔는데 두 사람은 오래된 오토바이를 끌고 왔다.


 “자동차 타이어 펑크 났다메? 어차피 우리 동네는 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하니까, 자동차는 여게 주차를 시키 놓고, 짐을 들고 오토바이 타고 드가제이”라고 말하는 바람에 우리는 얼떨결에 자동차의 뒤 칸에서 짐을 들고 나왔다.


 “아이다, 텐트는 필요음따. 우리 집에서 전부  테니까. 텐트는 무거우니까네 자동차에 넣어둬라. 자동차는 여기  아는 사람의 가게 앞에 세워두고 가자. 내가 말을  놓았으니까 걱정하지 . 나중에 타이어도 수리하는 곳을 알리 줄게라고 상혁이 친구는  손으로 상혁이 어깨를 두드렸다.


 친구가 나타나자마자 막혔던 것들이 술술 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우리의 생각뿐이었다. 상혁이 친구는 자신의 집은 아주 맑은 공기와 몹시 깨끗한 개울물이 흐르는 곳에 위치해 있으며 무엇을 해 먹어도 맛있을 거라고 했다. 내일은 개울물에서 가재를 잡자고도 했다. 그곳은 가재가 많아서 손만 넣어서 건져 올리면 된다고 했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가재를 한 번도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 가면서 상혁이가 말로만 들었던 마을의 모습을 우리에게 이야기해주었는데 정말 말만 들으면 마치 동화 속의 모습처럼 들렸다. 하지만 역시 그것은 단지 우리의 착각이었다.


 오토바이 두 대. 사람은 일곱 명. 게다가 짐까지.


 우리들은 번갈아 가면서 오토바이 뒤에 타고 갔다. 오토바이 뒤에 탄 사람은 탄 사람대로, 짐을 들고 힘들어했고 나머지는 오토바이 뒤에서 걸어서 따라갔다. 오토바이 두 대는 사람을 태우고 1킬로미터쯤 가서 우리를 내려놓고 다시 돌아와서 따라오는 나머지를 태우고 다시 가기를 몇십 번 했다. 상혁이 친구는 뒤에 누가 탔던 계속 이야기를 했다.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앞뒤의 이야기가 맞지 않아도 상혁이 친구는 상관하지 않고 이야기를 했다. 그저 이야기를 할 뿐이었다.


 내가 오토바이 뒤에 탈 때 치론이가 같이 타기를 바랐다. 상혁이 친구가 살고 있는 마을로 가는 길은 어느 시점을 지나고부터 주왕산의 길보다 더 험난하고 험악했다. 포장이 된 도로는 애당초 끝이 났고 오토바이는 속력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을 전혀 내지 못했다. 사람이 조금 빨리 걷는 수준으로 갈 뿐이어서 오토바이에 세 명이 타기에는 불안했다. 하지만 상혁이 친구의 친구는 문제없다며 나와 치론이를 오토바이 뒤에 태웠다. 군대도 가기 전에 행군을 미리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두 시간을 이 상태로 가다 보니 다리는 다리대로 팔은 팔 대로, 머리는 머리대로 전부 따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끝없이 보이는 밭과 함께 주위에 보이는 나무는 전부 침엽수만 가득했다. 벌레 우는 소리가 바로 곁에서 들리는 것처럼 크게 들렸다. 벌써 뱀도 두 번이나 목격했다. 뱀이 아무렇지 않게 산길을 가로질러갔다. 상혁이 친구의 친구는 우리를 태우고 가다가 오토바이에서 넘어져 바닥에 무릎이 쓸려 까졌는데 얼마쯤 지나니 날벌레 수십 마리가 상처에 들러붙어있었다. 끔찍한 광경이었는데 상혁이 친구의 친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무심했다.


 눈으로 들어오는 풍경은 온통 짙녹색이었고 모든 나무와 풀은 언어를 무시한 채 한들거리고 있었다. 오로지 상혁이의 친구와 그 친구만 계속 말을 할 뿐이었다. 치론이도 몹시 지쳐 보였다. 나를 비롯해서 다른 아이들은 지치고 짜증 나는 것을 얼굴로, 입으로 내뱉거나 표현을 했지만 치론이는 묵묵했다. 하지만 땀이 살짝 배인 얼굴을 보니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얼굴에는 힘듦 이외의 또 다른 조각이 엿 보였다. 아주 찰나였고 순간적이었지만 나는 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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