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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07. 2021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김영하 단편 모음집


오랜만에 김영하의 소설을 읽었다. 10여 년 전에 읽고 어딘가에 처박아 두었는데 하루키의 책을 정리하다가 찾게 되어서 다시 한번 읽게 되었다. 놀라운 점은 김영하의 소설은 재미있어서 대체로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처음 읽는 것 같아서 놀랐다.


그리고 읽으면서 볼이 홀쭉하게 될 정도로 흡입력이 좋아서 또 놀랐다. 삐삐가 연락 방편으로 등장하지만 그런 것은 전혀 읽는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진관 살인사건도 꽤나 재미있고 다른 소설들도 재미있지만 오늘은 ‘흡혈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흡혈귀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어떤 엄마에게는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인해 산모의 영양분을 쪽쪽 빨아먹으며 태어난 아이가 흡혈귀일지도 모르고, 어떤 가장에게는 미래가 없는 반복된 생활에서 자신의 돈만을 빨아먹는 가족이 흡혈귀 일지도 모르고, 어떤 아내에게는 그저 자신의 몸만을 원하는 남편이 흡혈귀일지도 모른다. 또 회사원들은 능력만을 빨아먹고 나서 아무 쓸모가 없어지면 버리는 회사가 흡혈귀일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수많은 흡혈귀가 있으며 인간이 지구 상에 도래한 이래 흡혈귀는 인간과 함께, 인간의 주위에서 은폐와 엄폐를 하며 같이 지내왔다. 그러면서 흡혈귀도 빛에 적응을 하고 피 만이 생존유지의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라는 것을 진화로 알게 되었다. 그러려니 인간보다 더 인간화가 되어 인간의 음식을 먹고 돈을 벌고 교통을 이용하며 점점 빛에 적응을 하게 되었다. 나는 또 오늘 누구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인가.


 김영하는 참 소설을 잘 적는다. 술술 읽히고 어려운 말도 없다. 그리고 다 읽고 나면 읽는 사람에 따라 결말이 다르다. 범인은 이 사람!처럼 똑같은 결말이 아니다. 상상을 계속하게 만든다. 글은 마치 나를 따라와, 그러고 나면 끝에는 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것이 있을 거야,라고 한다.


어떻든 김영하의 소설을 괄약근을 조여가며 기다리는 1인으로서 소설을 좀 더 많이 봤으면 좋겠지만 작가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겠지. 그래도 소설 좀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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