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수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Jun 30. 2021

때가 되면 하는 잡설 3

도움은 1도 없는 이야기

때가 되면 하는 잡설이다. 영화나 티브이에 관련된 잡설이다. 늘 그렇듯이. 생활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고 정신적으로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글이다.

때가 되면 하는 잡설 1 https://brunch.co.kr/@drillmasteer/1293

때가 되면 하는 잡설 2 https://brunch.co.kr/@drillmasteer/1880

이제 그만 나와도 좋을 시리즈(라고 말하면 팬들은 욕을 하겠지만 세계관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 마블을 보려면 영화, 드라마까지 전부 섭렵해야 한다. 나도 마블의 팬이라 제시카 존스 시즌 3편을 다 보고, 데어데블도 시즌 3까지, 루크 케이지 시리즈도, 아이언 피스트 시즌 2까지, 그리고 가장 화끈하고 재미있었던 퍼니셔 시즌 2까지 다 봤다) 마블의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나온다. 예고편이 공개가 되었는데 보면 대사만 영어고 그냥 중국 영화다. 위에 나열한 마블의 드라마 세계관에도 중국의 무술과 음식과 문화는 계속 나온다. 샹치 예고편을 보면 전부 중국 배우들이 나온다.

https://youtu.be/Pj7CadRf82k

예고편

 샹치의 아버지로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 양조위가 나온다. 이렇게 제작한 이유는 다 알겠지만 마블에서 가장 돈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시장이 중국시장이기 때문이다. 아직 본 편을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예고편만 보면 이전의 마블 영화만큼(아이언 맨이나 토르나 캡틴 아메리카) 액션이 시원시원하지 않은 느낌이다. 그런데 이렇게 마블에서 중국인들을 위해서 샹치를 만들었지만 정작 중국에서 미국의 마블 영화는 상영할 수 없게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사이가 좋지 않고, 마블이라는 아들은 미국이라는 아빠의 말을 듣지 않고 중국이라는 옆집 가족의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중국 옆집은 그 가족 이야기는 듣기 싫네 다시 가져가게. 같은 느낌?이다. 노래는 예술이지만 음반은 산업이라 자본의 이해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데 영화는 그 이해관계가 더 크고 넓고 깊다.



얼마 전에 일본 드라마 ‘방황하는 칼날’을 봤다. 아마 근래에 들어 최초로 코로나에 대해서 드러나게 만든 드라마가 아닌가 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과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코로나를 언급하고 드라마 속 티브이 속 뉴스에서 코로나로 인해 죽은 사람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이 이야기는 히가시노 게이코의 소설로 우리나라에서도 영화가 되었다. 나도 소싯적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 빠져서 엄청 읽었던 적이 있었다. 그의 첫 소설부터 시작해서 백야행은 읽고, 드라마를 보고, 우리나라 영화 버전을 보고 했다. 백야행은 당시에 읽으면서 와 정말 빠져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어떤 소설(잘 기억은 안 나지만)은 마지막 앞뒤장 페이지가 붙어 있다. 그래서 죽 읽으면서 범인이 A라고 생각하며 뒷장을 뜯으면 범인은 A이고, 범인이 B라고 생각하며 죽 읽다가 페이지를 뜯으면 범인은 B가 되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가가 형사와 유가와 라는 물리학자를 탄생시켜 이들이 다른 소설에서도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추리 소설이니까 한 번 읽고 나서 다시 읽어지지는 않는다. 하루키나 오쿠다 히데오 같은 소설은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지는데 추리소설은 범인을 다 아니까 그게 쉽지 않다. 그 사실을 히가시노 게이고도 알았는지 언젠가부터는 사회문제나 과거로 왔다 갔다 하는 타임리프 형식의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 같은 소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방황하는 칼날이라는 이 소설이 드라마가 되었는데 한 여중생이 남자아이들에게 납치가 되어 강간당하다가 살해되어서 강물에 던져진다. 그리고 그대로 죽고 만다. 1화에 딸의 아버지가 남자아이들 중 한 명을 잡아서 칼로 다리를 찌르니 처음에는 살려달라고 울부짖다가 나중에는 웃으며 당신의 딸, 아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한다. 그 장면은 미치도록 분노를 끓어오르게 한다. 마치 하찮은 뭔가를 밟았다는 듯, 이제 지나갔으니 그만 하라는 것처럼 피를 흘리며 곧 죽을 것을 알지만 이 말을 꼭 해야겠던지 심각하게 훼손되어 죽은 딸의 아버지, 주인공에게 실실 웃으며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나머지 강간 살인범 아이들을 잡으러 다닌다. 이 아이들은 잡혀도 우리나라 촉법소년 법 같은 것으로 일본에서도 사형이나 무기징역 같은 형을 받지 않는다. 그 사실을 알고 아이들은 여자 아이를 유린하며 가지고 놀다가 죽여 버린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형사들은 방황을 한다. 도대체 진짜 범인을 잡아야 하는데 진짜 범인이 정말 진짜 범인인지 우물 밑바닥처럼 애매하기만 하다. 강간하여 죽인 소년들을 잡아야 하지만 그 소년들을 직접 잡아서 죽이려는 딸의 아비저를 잡으려는 형사들과 그중 한 형사의 딜레마도 잘 나타난다.



잠시 벗어난 얘기로 배트맨의 아내였던 제니퍼 가너(이 두 사람은 오래전 마블의 영화 데어데블에서 데어데블과 일렉트라로 만났다)가 밴 애플릭과 헤어지고 나서 아이 엠 마더에서 마약 조직에게 눈앞에서 딸과 남편을 잃고 센 언니가 되어 직접 해결에 나선다. 거기서 미약하게 형을 내리는 판사들까지 직접 심판을 한다. 지금도 법이라는 게 대중의 눈높이를 전혀 따라오지 못한다. 어린아이를 때리고 똥을 먹이고 굶겨 죽여도 우리가 생각하는 형량을 판사는 선고하지 않는다.


일본 방황하는 칼날 이야기를 하는 김에 일본 방송 이야기를 한 번 해보자.

https://youtu.be/PUYAkrJAZBw

호카손 유튜브 영상

일본에는 마츠코 디럭스라는 연예인 중의 연예인이 있다. 보면 누군지 아는 사람이다. 엄청난 거구에 엄청난 우익으로 여장남자로 유명하다. 마츠코 디럭스는 일본에서도 수입이 가장 많은 사람이다. 수필도 쓰고 예능도 하고 방송도 진행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는 방송인인데 이 사람의 특징이 한국의 케이팝을 엄청 싫어한다는 것이다. 몇 해 전에 한 방송에서 케이팝의 찬성과 반대가 붙었다. 반대쪽에 붙은 마츠코 디럭스는 맞은편에 앉은 케이팝 옹호(그 방송을 보면 오래전 우리나라 개그맨인데 그 사람이 아닌가 싶다)하는 곳에 케이팝은 미국을 그저 따라 했고 그게 다다. 그게 뭐냐. 같은 발언을 하면서 일어나서 소리 지르고 억 박 지르는 것으로 유명했다. 굳건하고 전혀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마츠코 디럭스가 최근에는 왜 일본에는 블랙핑크 같은 그룹이 없냐며 일본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초등학생들이 높은 곳, 도달하고자 하는 곳을 바라보며 연예인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블랙핑크는 그것을 가능하게 했는데 일본에는 전부 오타쿠들의 돈만 바라보고 아이돌이 되는 것 같다는 엄청난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방송에 박진영을 영상으로 초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저 영상을 보면 박진영에게 반해버린(여러 가지 면으로) 마츠코 디럭스를 볼 수 있다. 엄청나게 굳건한 벽 같은, 연예계에 있어서 우익이던 마츠코 디럭스도 변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난번에 일본에서 활동하는 심은경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타카하시 쥬리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했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1168

그 뒤로 심은경과 타카하시 쥬리는 일본과 한국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타카하시 쥬리가 소속된 로켓펀치는 새로운 노래를 발표해서 이 코로나 시기에 홍보 중이고 심은경도 일본의 7인의 비서에서 주연으로 출연을 했다. 나나오를 비롯해서 키무라 후미노, 히로세 아리스 등과 함께.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닌가. 타국의 배우를 주연으로 발탁하는 과감함과 거기서 보란 듯이 주연으로 우뚝 설 수 있는 심은경의 뚝심은 일반인인 우리가 모르는 그 무엇을 넘어섰기 때문에 가능하다. 심은경은 신문기자로 최우수 여우 주연상을 탔을 때 소감으로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약속을 지키고 있다.


타카하시 쥬리가 한국에서 열심히 활동할수록, 심은경이 일본에서 미친 연기를 펼칠수록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계속 있다. 악플을 달려면 시간을 내서 로그인을 해야 하고 일일이 조목조목 타이핑을 해야 한다. 그래서 한 번 달리고 마는 선플에 비해 악플은 지속적이다. 무엇보다 아주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다. 이 말은 행복과 불행의 차이와도 같다. 짧고 모호하고 비슷한 행복에 비해 아주 구체적이고 몹시 체계적이며 길이도 긴 불행의 모습과 흡사하다. 악플을 다는 사람은 자신의 불행이 몹시 구체적이다.


영화와 노래는 일반인이 접하는 문화의 가장 근접한 거리에 있는 예술이다. 예술에는 당연하지만 경계가 없다. 나이를 초월하고 나라를 초월하고 시간을 초월한다. 거기에 일본이니 한국이니 너네 나라니 우리 나라니 같은 악플은 자기 삶을 곰팡이 피게 하는 짓일 뿐이다.



영화나 방송은 인간생활에서 떠날 수 없다. 반대로 인간은 영상과 떨어져서는 살아갈 수 없다. 나는 집에 티브이도 없고 영화도 보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유튜브로 영상을 시청한다. 그리고 여러 정보나 날씨도 폰이라는 화면을 통해서 확인을 해야 한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더불어 영화나 방송을 떠나서 생활하는 것도 하루 이틀 정도다.

매거진의 이전글 빡침의 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