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조깅을 하다 보면 이탈리아 사람들 같은 어머님들을 만날 때가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라는 건 동네 간섭을 다 하는 스타일의 어머님들을 말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몹시 친근하다. 지나가면 다가와서 어디서 왔느냐, 어디서 묵느냐, 오늘 뭘 먹었느냐, 누구랑 왔느냐, 얼마 동안 있을 예정이냐, 같은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 친근하지만 꼭 그 친근함이 친절과 연결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재미있고 친근하며 친절하고 순박한 이탈리아 사람들도 있다.
그런 이탈리아 사람들 같은 어머님들을 조깅을 하다가 가끔 만나게 된다. 조깅을 하면 시작점에서 도착지점까지 계속 달리는 경우는 없다. 반환점까지는 죽 달려가서 거기서는 걷거나 천천히 달려서 도착지점까지 온다. 한 시간 달리고, 한 시간 걷는 정도다. 달려서 반환점까지 가서 올 때는 걸어서 오는데 어째서 시간이 비슷하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조깅을 해보지 않았기에 그런 말이 나온다.
계란으로 치면 타원형의 코스를 지정해 놓고 시작점에서 출발해서 타원형을 지나 반환점까지 달린다. 그리고 걸어서 올 때는 직선으로 걸어서 오면 계란의 시작 지점에 도착하게 된다. 설명이 똥 같아서 그림으로 대체함.
또 어느 날은 컨디션의 문제나, 무기력 같은 것 때문에 조깅을 하다 중간중간 몸을 푸는 곳에서 근력 운동을 하게 된다. 유튜브에서 하루에 플랭크 1분씩 한 달을 하면 몸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같은 영상이 많은데 나는 몇 달을 해도 큰 변화가 없다. 유튜브를 너무 믿으면 안 된다. 운동 유튜버들은 하루에 십분만으로 몸이 이렇게 바뀐다고 하지만 지들은 몇 시간씩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운동을 한다. 그러니 1분씩 따라해도 변화가 없다. 확대된 의미로 조깅을 10년 넘게 거의 매일 하고 있지만 역시 큰 변화는 없다. 단지 하지 않으면 그냥 살이 찐다. 그 정도다. 아무래도 한 달 안에 뭔가를 변화하기에는 나의 몸뚱이는 엉망인 것이다.
몸을 푸는 곳에는 벤치가 있고 그곳에서 트라이셉 딥을 여러 파트를 하고 있으면 자주 나오는 어머니들이 옆으로 쓱 와서 내가 하는 운동을 따라 한다. 어머님들의 나이는 보통 70 대거나 60대 후반이고 그냥 따라 하지 않고 입으로 아구구구, 나 오래된 자동차의 시동을 걸 때 나는 소리 튀이이이이히 같은 소리를 낸다. 그러다가 한 개를 못 하면 아하하하하 하고 큰 소리로 웃는다.
웃음은 이미 나에게 할 말이 있으니 대화를 바란다, 같은 신호다. 어김없이 어디까지 달려서 가느냐고 묻는다. 내가 답을 하기도 전에 옆의 다른 어머님이 양정(지역명으로, 근력 운동을 하는 이곳에서 자동차로도 거의 30분은 넘게 가야 하는 곳)에서 여게 까지 뛰어 왔능교?라고 다짜고짜 말한다. 또 대답을 하려고 하면 그 옆의 또 다른 어머님이 아따 먼 거린데 대단할시더.라고 말한다. 어머님들은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말을 해버린다.
그 뒤로도 나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하지만 그건 대화라기보다 이탈리아인들처럼 그저 말이 하고 싶으니 너는 그냥 들어봐, 같은 뉘앙스로 말을 한다. 처음 질문을 한 어머님이 3명의 어머님들 중에 나이가 가장 많고 대장으로 보였다. 자신의 아들에게는 아침마다 계란 프라이 하나를 꼭 먹인다며, 그걸 먹이고 나면 오메가 3을 매일 두 알씩 먹이는데 나에게 어떤 비타민을 챙겨 먹는지 계란 프라이는 몇 개 먹는지 물었다.
내가 대답을 하려고 할 때 어김없이 옆에서 서열 2위의 어머님이 서열 1위의 어머님에게 “형님, 있잖능교, 오메가 3은 저녁에, 밤에 자기 전에 묵는 게 좋심더”라고 말한다. 와이고 맞나, 내는 몰랐는데 같은 말들이 오고 가고 또 어머님들은 뭐가 재미있는지 아하하하하 하고 웃는다. 그리고 동시에 표정을 일그러트려가며 근력운동을 하고 있는 나를 본다. 그래서 나는 계란 프라이는 두 개 먹는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말을 받아서 또 어머님들 세 분이서 그래 맞데이 두 개는 묵어 줘야지, 같은 말들이 오고 간다.
이 어머니들은 내가 벤치에서 몸을 푸는 동안 세 명이 일렬로 앉아서 양발의 발가락을 톡톡 부딪힌다. 세 명이 동시에 그 리듬으로 하는 모습이 꼭 일렬로 서서 구애를 하는 붉은 머리 마나킨을 보는 것 같다. 어머님들은 나에게 말을 시키고 일단 대답이 나오기 전에 정해진 답을 어머니들끼리 말하고 와하하하하며 한 바탕 웃고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가 막 흘러간다. 그러던 중에 또 다른 어머님이 다가왔다. 그랬더니 서열 1위의 어머니가 코로나 때문에 지금 (나를 포함해서) 4명 이상 모이면 안 되니까 너는 저기 멀리 떨어져 앉거라.라고 한다. 그러면 맨 나중에 온 어머님이 알겠심더.라고 하며 저 멀리 동 떨어져 앉는다.
그 모습에 나는 그만 일어나서 그곳을 떠나 다시 달리러 가려했다. 나에게 이제 달리능교? 같은 말을 한다. 내가 그렇다고 하니까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고 내가 어디까지 간다고 하니 어머니 세 명이서 그 도착지점에 대해서 또 이야기를 한다. 거기까지 멀다, 도착하면 어두워지겠네, 조깅 끝나면 맛있는 걸로 밥 묵으라, 같은 말들을 쏟아낸다. 어머님들은 수다를 입에 달고 살지만 그저 자신과 상관은 없는, 나쁜 사람으로 어떻게도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은행에 다니는 동생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머님들은 자신의 자식들에게 하지 못하고, 묻기 힘든 공인인증서 같은 것을 물으러 은행에 오고 그걸 해결해주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그런 어머님들을 나무랄 수 없는 게 어차피 여기 브런치에 글을 쓰는 행위도 나의 이야기를 나를 모르는 이들에게 들어달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은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어머님들이 쓱 다가와서 질문을 하면 적극적으로 대답을 한다. 어머님들 덕분에 나도 이렇게 글감이 하나 생긴 것이다.
어머님들을 거쳐 조깅하다 만난 풍경들이다.
여기를 말하자면 강과 바다가 만나는 부분이다. 강도 두 줄기의 강과 바다가 만난다. 그래서 물고기가 많아서 낚시터를 시에서 만들어 주었다. 낚시터 이외에서 낚시를 하면 벌금을 문다. 지금은 좀 괜찮아졌지만 낚시를 하는 아버님들이 막걸리와 먹을 것들을 먹고 제대로 치우지 않아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냐 하면 시에서 제대로 관리를 해주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계도 위원을 두어 야광 조끼를 입고 돌아다니지만 대부분 일을 잘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비행기와 사람. 이쪽으로 오는 비행기는 착륙을 위해서 오는 비행기라 비교적 가깝게 비행기의 비행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비행기보다 더 재미있는 건 강물 속에서 물 밖으로 튀어나오는 물고기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마치 연주를 하듯 여러 마리의 물고기가 이맘때는 물 위로 튀어 오른다. 여러 마리의 물고기가 물 밖으로 튀어 오르는 모습이 어떤 연주와 어울리냐 하면 드뷔시의 ‘골리워그의 케이크워크’ 같다. 아닌지 맞는지 한 번 들어보자. 조성진 버전의 골리웍이다.
사진으로는 그렇게 덥게 보이지 않지만 더위 때문인지 저 녀석 불러도 그저 저 포즈로 멍 때리고 있었음. 야!라고 아무리 불러도 ‘나는 멍 때리련다. 그러니 너는 짖어라’라는 개무시.
하늘이 갈라진 날이었다. 하늘을 쳐다보며 죽 달리는 기분은 죽인다. 방해물이 없기 때문에 고개를 약간 들고 하늘을 보며 달리는 그 멋진 기분을 요즘은 느낄 수 있다.
하늘이 입체각으로 구름을 그려 놓은 날이었다. 손을 뻗으면 가까이 있는 구름은 닿을 것만 같다. 구름이 마치 자기 복제를 해서 하늘에 떠 가는 것처럼 보인다.
위의 입체각 구름 사진을 찍는 후 한 시간 정도 지난 후 사진이다. 이글거리던 여름의 해가 힘이 빠져 빛의 투명함이 조금 줄어든다. 서쪽 능선으로 사라지기 직전이다. 구름이 마치 마그리트의 그림 같다. 이렇게 이탈리아 사람 같은 어머님들을 거쳐 여기까지 달리고 나면 또 하루가 무사히 지나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하루를 내 방식대로 기록을 한다. 그렇게 하면 기분으로는 하루가 온전한 나의 것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