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브런치에서 조회수가 나오지 않아서 신경이 쓰인다면, 조회수에 은근히 예민한 편이라면, 내가 쓴 글이 조회수가 잘 나오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된다. 현재 이 시대, 작금의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이 먹는 음식이다. 요컨대 유튜브에서도 먹방이 대세다. 구독자와 조회수도 매일 엄청나다.
나의 브런치 조회수를 보자면 총 백만 조회수가 넘었다. 물론 글도 1400편이 넘게 올렸는데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글은 시와 소설이고 소설은 조회수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보통은 저 위에 처럼 조회수가 하루에 200회 정도를 상회한다. 그렇다면 백 만회가 넘는, 이렇게 많은 조회수가 나오게 된 건 음식에 관련된 글 때문이다. 의아하다고 생각이 된다면 한 번 해보면 된다.
난 조회수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데?라고 하는 사람이라면 사람들이 보는 인터넷이 아니라 컴퓨터 바탕화면에 쓰는 게 낫다. 페이스 북을 비롯해서 모든 소셜미디어와 여기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목적은 나의 이야기를 나를 잘 모르는 불특정 다수가 들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니 조회수에 신경을 안 쓴다는 사람은 거짓말임에 분명하다.
어떻든 브런치에서 조회수가 신경이 쓰인다면 음식에 관련된 글을 올리면 된다. 인스타그램에서처럼 호텔 같은 곳에서 비싸게 보이는 희한한 음식 사진과 이야기 말고, 늘 먹고 자주 접하는 음식, 추억이 깃든 음식에 관한 일화를 글로 풀어내면 된다,라고 생각한다. 일단 브런치에 글을 올릴 자격이 주어진 것은 아마추어지만 글을 꽤나 적는다는 방증이다. 그러니 글을 쓰는 사람의 추억이 스며든 음식 이야기도 꽤 잘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면 이렇게 밑의 사진에서처럼 다음의 메인 페이지에 오르게 되거나 다음 모바일에 오르게 되거나 브런치 메인에 걸리게 된다. 이렇게 메인에 오르게 되는 건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렇게 대문에 걸리게 되면 조회수가 엄청나게 나온다.
나는 소설을 쓰고 싶어 했고, 지금도 쓰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할 텐데, 소설은 재능 부족으로 조회수가 아주 적게 나온다. 하지만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이 다음의 메인에 걸리게 되고 조회가 많이 된다. 가장 조회가 많이 된 글 랭킹 10위 안에는 대부분 음식에 관한 글이다. 왜 음식에 관한 글이 조회가 많이 되는가 하면 당연하지만 먹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먹어야 한다. 먹지 않으면 죽는다. 먹는 것은 생존에 관한 것이고 삶의 전부 내지는 커다란 일부를 차지한다. 하루키도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오늘 입은 옷을 칭찬하고 맛있는 음식점에 데리고 가라고 했다. 먹고사는 문제는 입고 자는 것, 그보다 훨씬 위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브런치 메인에 떠 있는 글들을 보면 음식에 관련된 글이 반드시 여럿 있다.
먹는 것과 살아가는 것을 따로 놓고 볼 수가 없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요리사 박찬일의 책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에서도 잘 나오지만 음식은 기억하기보다 추억되기를 바란다. 혼자 앉아서 먹었던 기억보다 그 사람과 함께 먹었던 추억, 할머니가 숟가락으로 떠 주던 홍시의 추억, 불꽃놀이를 보면서 그 녀석과 먹었던 맥주의 추억, 엄마가 아침에 갓 지어준 시래깃국을 추억하며 그 음식의 맛을 되새김질한다. 그 추억의 영역 속에서 우리는 눈물을 수태하기도 한다.
음식 이야기나 음식을 먹는 동영상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사고하지만 사고하는 머리는 일상 속 일탈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는 새 도파민이 흘러나와 행복하다는 기분을 느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초기 작 ‘환상의 빛’을 보면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신혼 생활을 하던 유미코에게 찾아온, 느닷없는 남편 이쿠오의 자살은 유미코의 생활을 온통 우물 밑바닥으로 끌어내린다. 황경신 작가의 말처럼 이쿠오의 부재가 존재를 증명하는 시간을 매일 느낀다. 그 알 수 없는 결락을 치유해 주는 건 보잘것없는 일상이다.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아이들을 챙기고, 다 같이 앉아서 수박을 먹으며 결락을 조금씩 버텨나간다. 우리가 그토록 벗어나고픈 보잘것없는 일상은 일탈에서 받은 상처의 치유였다. 유미코의 치유 속에는 늘 먹던 음식이 있었다. 장 봐온 무를 다듬고, 늘 먹던 음식으로 가족이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신다. 그것의 순환이 우리를 안정시킨다. 레이먼드 카버의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도 늘 먹는 빵이라는 게 자식을 잃은 엔에게 도움이 된다.
주위에서 가끔 매일 이렇게 많은 글을 올려봐야 보는 사람도 없는데 뭐 하는 짓이냐는 말을 듣는다. 여기서 말하는 많은 글은 소설을 말한다. 소설은 위에서도 말했지만 조회수가 아주 적다. 그렇지만 어떤 글이든 누군가는 읽고 있다. 하찮은 글이라 제대로 글을 잘 써서 제대로 올려야지 같은 말을 듣는데 그렇게 제대로 써서 올렸다고 그 글이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건 조회수가 많이 나왔다고 해서 내 삶의 질이 올라가거나 오늘 맛있는 반찬을 먹는 것도 아니다.
가끔 그런 글을 보는데, 자주 글을 올리고 싶은 욕구를 참고 제대로 된 글을 적어서 한 달에 한 번이나 일주일에 한 번 글을 올리겠다, 완벽하게 탈고하여 글을 올리겠다는 글을 본다. 그렇게 완벽에 가깝다고 쓴 글에 사실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 백오십만 유튜버 나름이라고 있는데 아나? 사람들은 그게 누군지 모른다. 수익을 엄청나게 올리는 유튜버가 우리나라에 십만 명이나 있지만 대체로 관심이 없다. 잘 모른다. 일본에 가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서 물어보면 열에 여덟은 그게 누군지 뭐하는 사람인지 모른다. 하루키는 세계적인 작가임에도 자국인들도 대체로 관심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황석영에 대해서 물어보면 대체로 누군지 모른다. 이런 대작가도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 설령 황석영이 소설가라는 걸 알아도 그의 책은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황석영의 소설 중에 심청이가 인당수에서 나온 그 후의 이야기는 안나 카레니나보다 더 많은 군상을 보여줬다. 그래서 심청이가 늙어서 죽을 때까지의 소설이 정말 재미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런 소설에 관해서는 모른다. 그러니 나 따위가 쓴 글에 대해서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브런치에 올린 글의 조회수가 아무리 잘 나와봐야 유튜브에 비하면 발톱의 때 수준이다. 좋아요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기에 오글오글 모여서 글을 올리고 있다. 그 이유는 모두가 글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주 잘 쓴 글은 이미 책과 매체로 다 나와있다. 왜 라디오 사연에 사람들이 울고 웃고 할까. 그건 바로 사연의 이야기가 꼭 나의 이야기 같아서 눈물을 흘린다. 사람들은 잘 쓴 글을 원하지 않는다. 그저 나의 이야기를 듣고 싶을 뿐이다. 나의 글에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읽고 있다. 그 누군가가 한 명이라도 열심히 나의 이야기를 글로 올리자.
그러니 이것저것 글을 올리고 싶으면 그냥 올리자.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하나. 출판사에서 청탁받아서 쓰는 글도 아닌데 자유롭게 쓰고 올리면 된다. 만약 소설이 좋아서, 소설이 쓰고 싶어서 매일 조금씩 소설을 적어 여기에 올리고 싶은데 자신과 타협이 안 되고 눈치가 보인다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나처럼 하릴없어 보이고 조회도 나오지 않지만 매일매일 소설을 써서 꾸준하게 올리게 되면 이런저런 곳에서 같이 해보자는 연락이 오기도 한다. 누군가는 나의 글을 본다. 사람들은 내 글에 큰 관심은 없으나 누군가를 읽는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꾸준하게 하자. 매일 밥도 먹는데 이런 것쯤 매일 못할 것도 없잖아.
오늘도 내 마음대로 선곡. 오늘은 이문세 4집.
옆에 끼고 얼마나 들어 재꼈는지. 내 학창 시절 이쪽에는 본 조비, 판테라, 메탈리카, 엑스 재팬, 라디오 헤드, 버브였지만 그 반대편에는 이문세 4집이 당당하게 맞짱 뜨고 있었다. 나는 이문세가 몹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그에 대한 글도 한 번 썼다. 주위에서 하는 말 중에 이렇게 많은 글을 올리면 저 뒤로 밀려난 글을 사람들은 검색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런 것에 왜 신경을 쓰나. 이렇게 링크를 걸어 놓으면 지난 글도 볼 수 있는 좋은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
https://brunch.co.kr/@drillmasteer/732
아무튼 이문세의 노래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아무 때나 들어도 좋다. 그래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