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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04. 2021

올림픽의 꽃은 개막식과 폐막식

도쿄 올림픽


이번 올림픽은 다른 올림픽에 비해서 인기가 덜 하지만 경기는 보는 재미가 있다. 나는 올림픽에서 가장 재미있게 보는 경기가 육상경기다. 제일 재미없을 것 같지만 육상경기에 관람객들도 가장 많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그 크고 넓은 육상 경기장의 벤치에 사람들이 빼곡했을 것이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692

나는 마라톤 중계를 보는 것이 야구 중계를 보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그런 재미없는 사람이다.


경기는 어떤 경기든 실제로 보면 정말 재미있다. 물론 육상이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지만 자주 볼 수는 없다. 내가 매일 저녁 강변을 조깅하는데 그 강에서 조정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죽죽 뻗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 역시 재미있다. 그리고 강 상류로 가면 일반인들도 조정을 체험할 수 있다. 내가 일하는 곳에 앉아서 이렇게 보면 강이 보인다. 그리고 강으로 조정경기를 연습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저어기 조정 경기 연습 중에다

코로나 이전에는 세계 조정경기가 열렸었다. 그때 굉장했다. 구경하는 것 역시 재미있지만 온 나라의 외국인들이 이 도시로 몰려 들어서 조정경기를 일찍 끝낸 외국선수들이 다운타운으로 몰려나와서 맥주를 마시며 축제를 즐겼다. 그들은 이 도시를 몹시 좋아했다. 이렇게 큰 강이 도시의 중심지로 흐르고 바로 옆에 다운타운이 있어서 대학생들을 비롯한 젊은 사람들이 모두가 밤을 즐기는 것에 신나 했다.


다운타운은 전체 거리를 돔으로 덮어놔서 겨울에는 눈 축제를 하고 여름에는 물 축제를 한다. 주말이면 크고 작은 축제가 늘 열리고 자동차들은 힘들지만 도로를 시간을 정해놓고 막기도 했다. 처음에는 상가에서 싫어했지만 몇 년이 흐르는 동안 모두가 일심동체가 되어서 물 축제를 하면 상가의 문을 닫고 옷을 가게 안으로 넣고 축제를 즐기게 되었다. 여름 동안은 매주 주말마다 다운타운에서 축제가 열리는데 공연, 전시, 노래가 이어지고 밤이 되면 맥주를 곳곳에서 마실 수 있다. 초반에는 술을 자정까지 팔았지만 사람들은 술이 취해서 서로에게 벌레라고 욕을 했지만 역시 어느 시점부터는 9시까지밖에 맥주를 팔지 않았다. 더 마시고 싶은 사람들은 술집을 찾아서 가면 되었다. 이런 문화가 십 년에 걸쳐 죽 이어졌다. 하지만 코로나가 도래한 지금은 모든 것이 멈췄고 강에서 조정경기를 연습하는 모습만 간간이 볼 수 있다. 조정경기를 구경하고 있으면 정말 빠르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올림픽에서 육상은 단연 나의 눈길을 끈다. 100미터도 400미터도 허들도 다 재미있다. 단거리 선수들은 근육량이 대단해서 달릴 때 근육이 움직이는 모습도 정말 멋지다. 마치 말들이 전력 질주하는 모습처럼 눈을 뗄 수 없다. 근육이 많으면 100미터에서 바람의 저항이 더 할 것 같지만 단거리에서는 올록볼록한 근육이 바람의 저항을 피하게 만든다. 그래서 선수들이 입장에서 몸을 푸는 모습부터 정말 멋지다. 그에 비해 장거리를 달리는 선수들은 근육량보다는 오래도록 달려야 하니 지구력 위주로 몸을 만든다. 근육량이 많아서 오랜 시간 뛰게 되면 몸이 무거우니 몸의 무게를 줄여야 한다. 긴 거리를 달리는 선수들의 표정을 보면 ‘나는 지금 이곳에 없다’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마라톤도 재미있지만 3000미터도 아주 재미있다.


어제는 남자 3000미터에 일본 선수가 한 명 있었는데 선두였다. 그런데 1500미터부터는 뒤에 쳐진 선수들이 앞으로 달려 나오더니 맨 앞의 케냐 선 수 두 명까지 제치고 선두에 오르는 장면은 정말 볼 만했다. 그리고 어제 800미터 준결승에서 미국의 이사야 주이트 선수가 중심을 잃고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바로 뒤따르던 보츠나와의 니젤 아모스가 부딪히며 같이 쓰러진 것이다. 두 선수는 그만 망연자실해서 한 명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또 한 명은 그대로 누워버렸다. 얼마나 허무하고 허탈할까. 이 자리까지 어떻게 오게 되었는데 실력 한 번 내보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지다니.


그런데 두 선수가 손을 맞잡고 일어나 서로를 부축했다. 아모스는 미국의 이사야를 탓하지 않았다. 그리고 두 선수는 나란히 들어왔다. 이건 정말 감동이었다. 스포츠 정신이라는 거 별거 없고 나는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어제의 그 장면을 보는 순간 가슴이 찌릿했다. 그리고 주이트 때문에 넘어진 아모스는 심판의 구제를 받아서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기분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감동적이다


높이뛰기는 정말 재미있었다. 우상혁이 달려와서 도움 닿기를 할 때에는 보는 이도 일시 정지가 된다. 비록 메달은 못 땄지만 세계 4위다. 게다가 한국 신기록도 달성했다. 육상 경기는 정말 흥미롭고 짜릿하다. 왜냐하면 마라톤을 제외하고 몇 초만에 결론이 나기 때문에 다른 경기에 비해 더 손에 땀을 쥔다. 우상혁의 신체에 대해서 알게 된 우리들은 그를 지금 이전보다 지금 이후 더 많이 응원한다. 이번 한국 선수들이 이전에 비해서 다른 모습은 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해서 우울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깝지만 이 정도로 했으니 됐어! 같은 표정으로 헤맑다. 게다가 우상혁은 3위를 하면 바로 제대인데도 불구하고 그에 상관없이 경기를 끝냈을 때 거수경례를 한 다음 아주 밝게 웃는데 그 모습이 정말 감동으로 다가왔다. 멋있고 거기에 잘 생겼다. 다음에는 일을 낼 것만 같다. 정말 지금 엠 지 세대는 이 스포츠라는 것을 즐긴다.

정말 멋있음


이번 올림픽의 변수가 많이 작용하지만 이제 한국 선수들의 수준이 한곳에 집중되어 있지 않고 모든 경기에 골고루 퍼졌다. 유럽이나 서강의 선수들과 맞을 정도로 대등해졌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할 수영이라든가, 육상, 여자 기계체조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대단한 일이며 이런 대단한 일들을 한국 선수들이 해내고 있다.


양궁에서 메달이 많이 나왔지만 어찌 보면 양궁에서는 메달이 더 나왔어야 하지 않나 싶다. 양궁은 기업과 국가차원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해주는데 양궁협회는 하나이기 때문에 전폭적이다. 다른 종목은 이렇게 지원을 받지 않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배구는 지난번 올림픽 때 김연경이 사비로 도시락을 사서 선수들에게 먹이고 담당 의사도 없이 경기에 임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이번 한일전에도 정말 투혼을 발휘해서 승리를 거머쥐었기에 감동에 강타당할 수밖에 없었다.


뭐니 뭐니 해도 올림픽의 꽃은 개막식과 폐막식이다. 이번 도쿄 올림픽은 그 점에 있어서 좀 아쉽다. 올림픽은 개막식과 폐막식을 보는 재미가 있다. 브라질 올림픽 때에도 등장하는 나라를 보면서 이름도 처음 듣는, 참 신비로운 나라들이 많다며 글을 한 번 올린 적이 있었다. 개막식과 폐막식이 가장 좋았던 올림픽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이었다. 폐막식은 오전 네신가? 암튼 새벽에 했는데 못 일어날까 봐 밤을 새우고 폐막식을 봤다. 런던 올림픽의 개폐막 식이 기억에 많이 남는 건 영국의 대중가요로 개폐막식을 장식했기 때문이고 대부분 좋아하는 팝 가수들이었다.


‘더 후’부터 제시 제이까지 다양한 노래들을 들을 수 있었다. 반으로 갈라진 오아시스의 노엘이 원더월드를 불렀고, 지금은 죽고 없는 조지 마이클도 노래를 불렀다. 올림픽은 뿔뿔이 흩어져 있던 스파이스 걸스를 뭉치게 했다. 스파이스 걸스는 역시 멋졌다. 영국의 신화 프레디 머큐리가 부활했을 때 경기장 안의 사람들이 프레디 머큐리와 노래를 주고받았다. 대단했다. 하얀 사자 머리의 브라이언 메이의 솔로 기타 연주가 이어졌다. 공학박사이기도 한 브라이언 메이(그의 기타는 그가 직접 만들었다. 편곡에 유리하도록 세계에서 오직 자신만을 위한 기타를 제작했다)가 작곡한 ‘위 윌 락 유’를 연주하며 무대를 걸어 나왔다.

https://youtu.be/YzoyDILKlhY

제시 제이와 퀸의 합동 공연, 정말 가슴이 터질 것 같음


그리고 제시 제이가 노래를 불렀다. 제시 제이가 라이브를 그렇게나 잘하다니. 개막식에 하이라이트는 폴 메카트니가 나와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헤이 주드를 불렀다. 그 당시 실시간으로 지구인 7억 명이 따라 불렀다고 한다. 온 경기장에 헤이 쥬드~ 가 울려 퍼졌다.

https://youtu.be/azZZZbSwLQg 

감동적 ㅠㅠ


개막식의 서막을 폴 메카트니가 장식했다면 폐막식의 대미는 존 레넌이었다. 죽은 존 레넌을 영상과 모형으로 부활시켰다. 그리고 존 레넌은 임예진이 아니라 이메진을 불렀다. 정말 극적으로 감동받는 순간이었다. 영국은 올림픽을 통해서 전 세계에 외쳤다. 우리가 강대국의 대열에 들어선 것은 바로 대중문화를 사랑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대중가요를 사랑하는 대중이 있다는 건 바로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런던 올림픽은 보여줬다.

https://youtu.be/IgPRI6-8Efw 

대미를 장식한 존 레넌의 이메진. 눈물 줄줄

줄넘기를 잘한다면 앞으로 올림픽 종목에 줄넘기가 들어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줄넘기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요즘 초딩들 사이에서는 한 발 줄넘기가 유행인데 이 역시 잘하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올림픽에 3인 농구와 스케이트보드가 종목으로 채택이 됐고 다음 올림픽에는 브레이크 댄스가 종목으로 채택이 된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만 빨리 종식되기만 바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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