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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11. 2021

그녀를 사랑한 죄 10

단편 소설


10.


 그녀에게서는 연락이 전혀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연락을 할 수는 없었다. 메일을 보내면 그녀의 폰으로 띠링하며 신호가 온다고 했다. 그녀는 항상 내게 메일을 먼저 보내고 답장을 보낼 때는 몇 시에 전송 버튼을 누르라고 되어 있었다. 그때는 그녀가 남편이 없는 곳에서 내가 전송하는 메일이 도착하면 띠링하는 소리를 듣고 메일을 읽는 것이다. 무음이더라도 그런 신호를 주고받았다. 그녀에게 메일이 오지 않는 이상 내가 먼저 메일을 보낼 수는 없었다.


 그것 덕분에 결국 경찰들의 포위망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고 일주일 후 그녀는 사체로 집 안에서 발견이 되었다. 그 시간에 그녀의 남편은 회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을 했다. 나에게는 너무나 충격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계단 위의 남자에 대해서 말을 했어야 했다. 결국 그 말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죽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약물을 과다 복용해서 심정지로 죽었다고 했다. 아직 자살인지 사고사인지 수사 중이라고만 들었다. 그녀를 그때 그렇게 집으로 그냥 가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악착같이 곁에 같이 있어줘야 했다. 그래야만 했다. 계단 위의 남자에 대해서도 기를 쓰고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그녀가 죽고 나서야 계단 위에 앉아 있는 남자는 나타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녀가 죽음으로 간 것은 순전히 나의 탓이다. 계단 위의 남자에 대해서 이야기만 했어도 그녀가 죽음으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슬펐고 심한 자책감에 시달렸다. 밖에도 나가지 않았으며 겨우 움직일 수 있는 만큼만 음식을 섭취했다. 손톱에서 단백질이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두 달을 집 안에 꼬박 틀어박혀 있었다. 죽지 않을 만큼의 인스턴트식품은 한꺼번에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잠이 오면 잠들었다가 허기 때문에 어지러우면 라면을 끓여서 국물을 조금 마셨다. 그러다 다시 잠에 취했다.


 정신이 들면 손에 느껴지는 그녀의 감촉을 복기했다. 그녀는 죽었다. 한 번 죽으면 다시 되살아 날 수 없다. 그녀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낮에는 대체로 잠들고 밤에는 거의 깨어 있었다. 깨어 있다고 해서 딱히 무엇을 하는 것도 없었다. 그저 가만히 계단을 응시하고만 있었다. 남자가 한 번만 더 나타나 주기를 바랐다. 그러면 나는 괴로움과 미칠 것 같은 우울을 던져버리고 남자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 계단으로 올라갈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녀에게 닿을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죽은 지 두 달이 지났다. 또 다음 날 하루의 밤이 되었다. 일주일째 흐리고 달빛이 구름에 가려진 밤의 연속이다. 음산해야 하지만 달빛이 없음에도 밤은 밝았고 바람이 미미했고 공기는 맑았다. 나는 밖으로 나가 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몇 없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이다. 두꺼운 옷을 입어도 반팔로 나와도 괜찮을, 그런 날이었다. 자동차들도 드문드문 다녔고 개 짖는 소리나 고양이의 울음소리도 소거된 밤이었다. 골목을 나서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보고 있었다. 작고 볼품없는, 영락없는 길고양이다. 찾아먹지 못해서 그런지 말랐고 보잘것없어 보였다. 작은 고양이는 인간으로 치면 양반다리를 한 채 앉아서 가만히 내가 걷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서글퍼 보이는 고양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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