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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09. 2021

보통날의 파스타와 보통의 나날들

음식 에세이

박찬일의 책 중에 '보통날의 파스타'라는 책이 있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라는 책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박찬일의 글을 읽는다는 건 일타이피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원래부터 글쟁이가 꿈이었던 박찬일은 이탈리아에 건너간 후로 그만 파스타에 미쳐서 요리사가 되었다. 그렇지만 박찬일은 여러 신문이나 잡지에 칼럼을 싣고 있는데 읽어 보면 글을 정말 잘 쓴다. 읽고 있으면 마치 눈앞에 그 풍경이 그대로 홀로그램처럼 나타나는 착각이 든다. 글은 그렇게 써야 한다고 나는 나에게 늘 말하곤 한다. 박찬일의 여러 칼럼을 찾아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보통날의 파스타는 파스타의 이야기다. 그 속에는 한국화 된 파스타가 아닌 제대로 된 파스타의 세계가 가득하다. 무엇보다 이탈리아에서처럼 집에서 손쉽게 파스타를 해 먹을 수 있게 여러 종류의 파스타 레시피를 알려주고 있는데 따라 해 먹기가 이렇게도 쉽다니.


몇 해 전이지만 덕분에 마트에 들르는 일이 자주 있었고 집에서 만들어 먹고 사진으로 남긴 파스타만 해도 스무 종류가 넘었다. 그래서 살이 통통하게 올랐고 파스타를 삶고 있으면 집에서 욕을 들어 먹기도 했다. 정말 해 먹고 싶은 파스타는 엔초비 파스타인데 큰 생 멸치를 준비해서 숙성하려고 병에 담가 두었는데 저녁에 집에 들어와 보니 비린내 때문에 모친이 버려버렸다. 순간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본고장과 한국의 파스타가 다른 점은 이탈리아의 파스타는 면에 양념 거의 묻히는 수준으로 먹는다는 것이고 우리의 파스타는 국물에 말아먹는다는 것이다. 나는 조금  삶아서 심이 씹히는 맛을  느꼈었는데 적응이 되면 익숙해지고 그러면 파스타를 오래 씹을  있으니 맛이라는 것에 조금은  접근이 용이하다.  생각한다.


나의 주위에 미국에서 2년 정도 공부를 하다가 온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2년 동안 미국에서 먹은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그게 마치 미국의 모든 음식을 다 먹어본 것처럼 말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우리나라에서 죽 살고 있는 사람들도 우리나라 음식을 다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집집마다 담그는 김치 맛이 다르고 지역마다 음식의 맛이 다르고 계절에 따라 나오는 음식 맛이 다르다. 음식은 당연하지만 문화다. 문화가 1, 2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내가 먹어봐서 좀 아는데, 같은 말을 하는 사람 치고 신뢰가 가는 사람을 못 봤다. 이탈리아의 파스타 종류가 몇 가지나 있을까. 책에는 그 답에 대해서 잘 나와있다.


파스타는 이탈리아에서 우리 한국의 밥과 같다. 그런 파스타가 우리 곁으로 왔다. 그것도 깊숙이 들어왔다. 우리와 친숙하게 된 계기는 파스타는 해 먹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또 이전에는 파스타가 짜장면보다 훨씬 비쌌지만 이제는 가격도 저렴해졌다. 보통날의 파스타가 보통의 나날들 속으로 온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나쁘다거나 이상한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현재 한 끼를 해 먹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조리하는 방법이 어려운 요리보다는 간단하고 맛있고 배부른 요리를 찾게 된다.


박찬일은 자신의 요리를 자신의 레스토랑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게 서교동에 '몽로'라는 주점을 열었다. 몽로가 영업을 개시하자마자 사람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우르르 가서 먹고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기도 했다. 그것도 벌써 몇 년 전이었다. 지금은 몽로가 다른 곳에 또 문을 연 것 같다. 서울의 미식가 술꾼들은 복이 터졌다. 보통 2, 3만 원 미만으로 박찬일의 요리를 술과 함께 즐길 수 있다니. 몽로의 입구부터 문학의 기운이 가득한 반찬일 만의 분위기가 있다. 몽로에는 깍두기가 있는데 당당하게 하나의 안주로 가격을 받는 요리라 한다. 서울 근교에는 임지호의 식당도 있고, 가끔 서울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임지호에 대한 글도 가끔씩 썼는데 그는 올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명복을 빕니다.


우리는 보통 사람들이고 보통의 나날의 중심에 있고 보통날의 파스타를 먹는다. 보통날의 중심에서 우리는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노란빛이 도는 건 카레 가루 때문



오늘의 내 마음대로 선곡 https://youtu.be/uOvXDWBzGPg

여명의 try to remember이다. 유리의 성에서 서기와 함께 나오면서 주제가도 불렀다. 이렇게 아름답고 애잔하고 안타깝고 슬픈 멜로가 있을까. 한 마디로 단정 지을 수 없는 그 말 '사랑'. 우리는 사랑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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