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요즘은 가지 않지만 나의 단골 선술집이 있었다. 어촌에는 일본에서 온 사에키 씨가 운영하는 작은 술집이 있다. 도쿄의 뒷골목에서 사에키 씨의 언니가 하는 이자카야의 모습과 메뉴를 그대로 들고 와서 이곳 바닷가에서 하고 있다. 작은 곳인데 늘 사람들이 많고 혼자서도 편하게 맥주 한 잔에 맛있는 꼬치구이를 몇 개 먹고 갈 수 있다.
처음 읽는 사람을 위해 말하자면 우리 동네는 바닷가입니다.
사에키 씨는 묘한 사람으로, 말하지 않고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옆에서 늘 따라다니는 수행비서 같은 분위기다. 눈을 깜빡이지 않는 그런 신비한 사람처럼 보인다. 사에키 씨는 일본 사람이지만 일본 노래는 잘 모른다. 신승훈의 노래를 좋아하며 하루키가 누군지도 모른다. 당연하지만 한국말보다 일본 말을 더 잘하는데 한국 언어를 농담을 섞어 한국식으로, 게다가 여기 지역 특성상 사투리로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하루키를 모르는 만큼 오에 겐자부로나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누군지 관심도 없다.
그게 누구야? 교 짱?
사에키 씨는 나를 교 짱이라고 부른다. 나의 이름을 물었을 때 교관이라고 하니 편하게 교 짱이라고 부른다. 나는 그곳에 일주일 한두 번은 들러서 책을 좀 보며 맥주를 홀짝였다. 내가 책을 보고 있으면 무슨 책이냐고 꼭 묻고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라고 말하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표정 없는 얼굴로 그게 누규?
사에키 씨는 두세 달에 한 번씩 도쿄로 가서 비법양념이라든가, 중요 부품? 은 직접 싸들고 온다. 이 집은 전갱이 꼬치가 아주 맛있다. 물론 나의 기준이지만. 꼬치에 구워진 전갱이 구이를 한 입 먹고 맥주를 마시면 피로가 날아간다. 타지방이나 타국에서 나에게 손님들이 오면 – 친척이던, 친구든, 이모부든 사에키 씨의 가게로 데리고 갔다.
가게 안은 작아서 조촐한데 꽉 찬 분위기, 무엇보다 맛있는 꼬치구이가 있고 왁자지껄한 기분 좋은 소음이 가득했다. 이곳 어촌에도 일본인들이 많은데 그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다. 이곳에 사는 일본인들은 사에키 씨의 가게가 비좁아서 자리가 늘 없는데 일어서서 맥주를 마시고 꼬치구이를 먹으며 서로 이야기를 한다. 꼭 자리에 앉아야지, 같은 분위기는 없다.
교 짱? 어때 맛있어?라고 꼬치를 먹을 때면 사에키 씨는 꼭 물어본다. 그리고 나에게 듣고 싶은 일본 노래가 있냐고 묻는다. 좋아하는 노래 들려줄게.라고 말하지만 일본 노래는 몇 없다. 사에키 씨의 가게에는 주로 신승훈의 노래나 한국 가요가 조용하게 흘러나온다. 아직도 시디와 테이프로 노래를 튼다. 그래서 내가 듣고 싶은 일본 노래를 말하면 – 요컨대 이즈미 사카이가 있던 자드의 노래를 틀어 달라고 하면, 오케이 알았어,라고 하고는 신승훈의 노래를 튼다. 그런 식이다.
한 번은 술을 많이 마시고 나에게 있던 스메싱 펌킨스의 카세트테이프를 건네주며 틀어 달라고 했다. 스메싱 펌킨스는 대단한 그룹이지만 좋아하는 사람들만 좋아한다. 세계적인 그룹이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그룹이다. 사에키 씨의 가게에 손님들이 빠져나가고 별로 없을 때 스메싱 펌킨스의 1979를 들으면 기분이 참 좋다. 몽롱하며 모호한 분위기가 뇌를 툭 건드리는 느낌이다.
빌리 코건의 목소리만큼 매력적인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라고 나는 사에키 씨에게 말했다. 사에키 씨는 이 녀석이 무슨 말을 하지? 같은 표정 없는 얼굴로 나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다.
빌리 코건이 부르는 노래에는 어떤 의미가 있거든요. 시인이 한 줄의 시를 적기 위해 여러 권의 책을 읽듯이 빌리 코건 역시 한 줄의 가사를 써내기 위해 엄청난 독서를 하잖아요. 빌리 코건은 술과 담배도 하지 않는 아주 이상한 사람이에요. 마치 오노 지로가 그 좋아하는 마늘도 명절에만 먹고 외출을 할 때 장갑을 꼈듯이 스시에 철학을 담았다고 하잖아요. 빌리 코건의 노래가 그런 것 같아요.
어머 교 짱, 오노 상을 알아?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야. 별일이네. 오노 상의 가게에도 몇 번 갔었지. 물론 예약을 거쳐야 하지만 말이야. 오노 상이 만든 스시를 먹고 있으면 도심 속에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거야. 그때 나도 그렇게 장사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지. 교 짱이 오노 상을 다 알고 신기하네.
전 다 알아요.라고 나는 큭큭 웃었다. 그랬더니 사에키 씨가 교 짱, 귀엽네(어쩐지 귀엽다는 말은 한국어가 아닌 카와이 같은 말로 들으면 더 좋을 같지만),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사에키 씨, 생강 채 썬 거 좀 더 주세요. 와사비도 듬뿍 주세요. 전 여기 와사비가 너무 맛있거든요.
그랬다, 정말 와사비가 말도 안 되게 맛있다. 그냥 뜨거운 밥에 와사비를 비벼 먹기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면 사에키 씨는 파를 더 얹어줄까?라고 한다. 사에키 씨의 가게에 파는 마늘 꼬치도 아주 맛있다. 역시 와사비를 살짝 찍으면 맥주를 부른다.
이 모든 게 전부 코로나 이전의 이야기다.
그래서 오늘의 선곡은 사에키 씨가 너무 좋아하는 신승훈의 그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