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의 톡 터지는 육즙
폭식의 유혹
평소에 먹지 않던 맛있는 음식을 보게 되면 폭식의 유혹에 빠져든다. 폭식의 유혹은 먹다 보면 더 강하게 온다. 냠냠 이거 맛있군, 자주 먹던 소시지의 맛이 아니군, 하며 먹다 보면 이미 배가 부른지도 모르고 먹게 된다. 배고프지 않을 정도로 먹었을 때 자제를 해야 하는데 맛있다고 느끼는 음식은 그런 것들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앉아서 먹을 때는 모르지만 일어나면 배가 엄청 부른 경우가 있다.
폭식이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면 ‘한 번에 집중적으로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 배가 부른 데도 먹는 것을 멈출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을 가지며, 무엇을 얼마나 먹어야 할 것인지 조절할 수 없는 상태’라고 되어있다. 정말 이 얼마나 멋진 상태인가. 최고의 상태가 폭식이 아닌가. 무엇을 얼마나 먹어야 할 것인지 조절할 수 없다니, 세상에 만상에 이렇게나 흐트러질 수 있는 상태라니. 몇 그램, 몇 미터, 몇 센티, 몇 개, 몇 리터처럼 딱딱 정해진대로 생활해야 하는, 생활하고 있는 요즘에 이렇게 뇌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정신줄을 놔버린 상태는 그야말로 멋지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혹이 강하다. 그 강한 유혹에 또 넘어가게 되면 유혹에 빠져 있는 동안은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다. 하지만 유혹에서 빠져나오면 후회가 따라온다. 폭식의 유혹은 사람에게만 따라다니고 사람이라 폭식의 유혹에 늘 지는 인생이다. 동물은 배가 부르면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는다. 그들은 배가 고플 때 배를 채울 뿐이다.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시간이 되었다고 해서 음식을 먹거나, 배가 불러 터질 것 같아도 자제가 되지 않아도 폭식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때가 되면 식사를 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또 뭔가를 먹는다. 굳이 배가 고프지 않아도 식사와 식사 사이에 빵을 먹고, 과자를 먹고, 컵라면을 먹는다. 어쩌다 인간이 되어서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인간이 아닌, 인간의 탈을 쓴 몬스터처럼 생활하는 사람도 있다. 배가 고파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습관처럼 음식을 먹기도 한다.
폭식은 아주 멋진 말이다. 너무나 멋진 말인데 그걸 쉽게 할 수 있으니 더없이 유혹이 강할 수밖에 없다. 조절할 수 없는 상태가 생활 속에서 인간이 몇 번이나 경험할 수 있을까. 하지만 생활 속에서 보이지 않는 끈을 겨우 붙잡고 살아가는데 유혹에 넘어가서 자칫 발을 헛디디면 그쪽으로 몸이 확 쏠리게 된다. 배움이 많고, 똑똑한 인간이라 할지라도 이 유혹에는 혹하게 된다. 그리고 폭식의 유혹에 한 번 빠지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수도꼭지에 물을 콸콸 틀어 놓듯이 속수무책이 되기도 한다.
세상에는 맛있는 것들이 너무 많고, 맛있는 것들을 실컷 배부르게 먹어가면서 아무렇지 살아가기는 어렵고. 이 폭식의 유혹이 오늘도 날름거리며 혀를 내민다.
오늘의 선곡은 멋지게 생겨먹은 리처드 애쉬 크로포드가 있는 버브의 소넷 https://youtu.be/r2vGa-yLiso
이 멋진 노래를 이 멋진 계절의 이 멋진 날에 들을 수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