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수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Nov 26. 2021

이 빠져들 것 같은 컬러

키위

아주 멋지다고 생각해.

이런 마력적인 색을 본 적이 있어?

키위는 아주 냉소적이야.


오래된 멍이 든 것 같은 얼굴로 껍질에 가려져 이 마력적인 색을 전혀 나타내지 않는다. 얄밉게도.

키위의 이 컬러, 이 색, 이 색감을 만나려면 껍질을 까야한다.


이 지정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이 녹색은 흔히 볼 수 있는 색이 아니야.

러브 크래프트의 소설에 나오는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굉장한 힘을 가진 미지의 존재가 뿜어내는 빛처럼 보여.

정말 대단하지.

우리가 눈으로 보는 모든 색에서 벗어난 색이야.

키위를 처음 봤을 때 먹기 전, 이 키위의 색에 빠져서 얼마나 쳐다봤는지 몰라.

이 색감 때문에 말이야.


초록 초록한 색감에 물감 번지듯 퍼져 있는 씨앗의 검은색이 마치 피처럼 흘러내렸다.

키위가 아니면, 키위를 까 보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색이다.


니나가와 미카를 데리고 와도 이런 색감의 사진을 담아내지는 못할 걸.

테리 리차드슨도 마찬가지야.

녹색과 검은색이 이렇게도 퇴폐미를 뿜어내다니.


그 퇴폐미를 씹어 먹는 맛 또한 퇴폐적이다.

그래서 너무 아름답다.


이 세상의 모든 '미' 중에서 퇴폐미를 이길 수 있는 아름다움은 없을 걸.

붉은 립스틱의 입술은 자두를 먹을 때보다 키위를 씹어 먹을 때 더 퇴폐적이다.

아라키 노부요시 영감님 이리 와서 이 키위의 퇴폐를 담아주세요.


껍질을 벗겨보지 않으면 그 안을 전혀 알 수 없다. 키위가 도대체 이렇게 퇴폐적으로 예쁜 색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껍데기만 보고서는 전혀 짐작할 수가 없지. 배우로 치자면 꼭 배두나 같다. 배두나는 퇴폐미를 장착한 몇 안 되는 배우라고 생각된다. 배두나를 보고 앗! 한 영화가 배구 출신의 배두나가 하루 밤 동안에 남편 구하기 우당탕탕 이야기였다.


공기인형을 지나 아이엠 히어까지. 도대체 배두나는 얼굴을 보고 그 속에 어떤 컬러가 있는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아.

이거다 싶으면 어김없이 빗나가고 저거다 싶으면 더 멀리 가 있다.

표정 없이 있으면 그 거기서 퇴폐미가 키위의 씨앗 색처럼 흘러나오지.


키위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70년대 지어진 골목의 뒤편 그림자에서 길게, 더 길게 퇴폐적으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지.





오늘의 선곡으로 배두나의 린다 린다 린다를 들어보자. 시궁창 쥐처럼 아름다워지고 싶었던 그녀들,

미친 듯 펑크 했던 그녀들 https://youtu.be/xvVPjYd-Fh0

노래는 2:50부터

매거진의 이전글 김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