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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16. 2021

귀여운 여인 1

영화를 다시 소설로

 따르르르릉.


 전화벨 소리가 아니다. 일하러 갈 시간이라고 알리는 자명종 시계 소리다. 루카의 집은 정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지저분하고 비좁은 곳이지만 나에게는 둘도 없는 안식처다.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주머니를 돈으로 채울 수 있다. 


 나는 할리우드에서 길거리 생활을 한다. 그게 뭐 어떻다는 건 아니다. 그렇다는 것이다. 내 이름은 비비안. 내 소개를 하자면 그렇다. 


 친구인 루카의 집에 살며 집세를 내지 못해서 주인과 마주치면 쫓겨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재빠르게 일어나서 나가야 하지만 밤낮이 뒤바뀐 생활은 만만치 않다. 집세를 내기 위해 변기 안에 돈을 숨겨놨지만 루카는 약을 사기 위해 그 돈을 가져가 버렸다. 약과 남자에 취해 비틀거리는 루카, 그런 그녀를 나는 사랑한다.


 할리우드는 수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모여든 곳이다. 그 많은 사람들 중 어둠이 하늘을 덮고 네온이 거리의 불을 밝히는 시간에 나온 남자들은 나의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는 고객들이다. 이 바닥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온 루카는 이곳의 생리를 잘 안다. 구역을 지키지 않으면 루카는 몹시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루카는 나에게 늘 포주를 구하라 하지만 나는 사실 이 생활에 불만은 없지만 희망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루카에게 늘 듣는 말을 들을 때 눈에 고객님이 들어왔다.  남자가 걸려들었다. 4기통 스포츠카를 어울리지 않는 정장을 입고 몰고 있다. 나는 남자가 수동기어를 운전하지 못해 정차해 있는 곳으로 가서 가격을 흥정했다. 이 남자는 차분하게 할 말을 다 하고 있다. 그 모습이 좀 우습다. 


 남자는 딱 봐도 바람둥이에다 잘 배웠고 옷도 멋지게 입고 맵시도 좋다. 뒤로 물러나는 법 없이 할 말을 조리 있게 했다. 게다가 친절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남자는 잘 생겼다. 길거리 생활에 어울리는 남자가 아니다. 남자는 리전트 비버리힐즈라는 호텔의 길을 물었다. 오케이! 남자에게 돈을 긁어낼 구실을 찾았다.


 나는 비비안, 당신은? 


 나는 에드워드의 운전 실력을 나무랐고 에드워드는 도저히 수동기어로는 운전을 하지 못해서 자리를 바꾸었다. 좋아, 멋지게 운전을 해주지. 라며 나는 핸들을 돌렸다.


 이 남자 처음 타 보는 스포츠카의 코너링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다. 에드워드는 나에게 시간당 얼마냐고 묻는다. 나는 생각도 하지 않고 100달러라고 해버렸다. 에드워드는 그렇게 놀라는 얼굴도 하지 않고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했다.


 기어를 잡은 나의 왼손이 에드워드의 바지 앞섶에 닿았다. 이 남자 놀라지도 않는다. 말투 끝에는 ‘정중’이 늘 붙어있고 태어나서 단 한순간도 씨발, 라는 욕을 해 본 적도 없는 사람 같다. 하지만 이런 남자를 조심해야 한다. 어두운 곳에서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나는 그동안 그것에 대한 훈련을 착실히 해왔다.



 오 맙소사. 속으로 욕을 해버렸다. 호텔이 아니라 궁전이었다. 살면서 처음 와 보는 세계였다. 하지만 호텔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고리 터분한 얼굴이고 고리 터분한 옷을 입고 고리 터분한 말을 뱉어내고 있었다. 고리 터분을 깨기 위해 욕을 한 번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에드워드와 엘리베이터까지 걸어가는데 마치 동네의 털 빠진 개가 된 기분이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나를 아래위로 훑어봤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고리 터분한 중년의 남녀 한 쌍이 고리 터분하게 서 있었다. 나는 그만 다리를 휙 올려 중년의 남자에게 나의 허벅지를 보여줬다. 


어때? 


중년의 남자는 고리 터분한 얼굴에서 벗어났다. 동시에 부인의 얼굴은 더 고리 터분하게 변했다. 이곳에도 재미있는 인간들이 살고 있구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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