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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an 04. 2022

야반가성

기억할게 장국영

1920년대 단평은 그 시기에 드물게도 자신의 오페라 무대를 가지고 자신이 만든 노래로 자신의 공연을 했다. 삭막하고 차가운 중국 땅에 뜨거운 오페라를 알리고 싶었던 단평.


오페라는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 같은 것이었다. 얼었던 마음을 녹여주고 외로움을 안아 줄 수 있는, 인간의 사랑을 말해주는 것이 오페라였다.


단평은 무대에서 그런 오페라를 불렀다. 온 마음을 다해 저 사람에게 나의 마음이 전달할 수 있게 노래를 불렀다.


단평을 좋아하던 운언은 단평의 공연을 늘 보러 왔다. 단평도 운언을 사랑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사랑은 꽃보다 아름다웠고 태양보다 뜨거웠다. 단평은 사랑하는 운언을 위해 ‘야반가성’을 작곡하려 하지만 완성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언젠가 꼭 ‘야반가성’을 완성해서 당신 앞에서 불러 주겠소. 단평은 운언에게 약속한다.


단평과 운언의 사랑은 아름다웠지만 신분을 넘은 사랑을 했기에 두 사람의 사랑은 너무 위험했고, 너무 험난했지만 너무 사랑했다. 사랑이란 절대로 불가능할 것 같았던 두 사람을 아름답게 위태위태하게 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사랑은 나날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하지만 운언은 집에서 점찍어 놓은 곳으로 혼인을 가게 되었다. 운언은 그게 싫어 도망가려다가 붙잡히고 만다.


그날 밤, 한 무리들에 의해 단평의 극장은 불에 타고 단평은 죽는다.


팔려가다시피 시집간 운언은 그 집에서 처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남편에게 폭력을 당한다. 때리고 또 때리다가 운언을 쫓아내고 만다. 운언은 불타버린 극장에 매일 와서 단평을 기다리다 미쳐간다.


그렇게,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흐른다.


10년 후 1936년이 되어 다 쓰러져가는 극장에 새롭게 나타난 극단이 공연을 하려 하지만 그들의 실력이 엉망이었다. 실력이 검증되지 않으니 사람들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다.


공연에서 주인공 역의 위청은 노래 실력 때문에 고민이 많다. 그때 위청에게 의문의 남자가 암막 뒤에 나타나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하라고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릴 것이다.


그 의문의 남자는 죽은 줄 알았던 단평이었다. 단평은 10년 전 불에 타 죽은 게 아니라 한 무리의 남자들이 운언과 단평의 사랑을 방해하기 위해 단평의 얼굴에 염산을 뿌리고 극장에 불을 냈던 것이다. 단평은 염산 때문에 얼굴의 반이 흘러내렸지만 죽지 않고 극장에 숨어 ‘야반가성’을 완성시키고 있었다.


위청은 대면하지 않았던 단평의 말대로 로미와 줄리엣을 공연하면서 고음이 되지 않는 부분은 단평이 무대 뒤에서 대신 불러주었다. 단평이 노래를 부를 땐 운언을 생각하며 슬픔을 가득 채워 설움과 그리움을 담아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르며 단평은 눈물을 흘린다. 얼굴의 반이 없는 단평은 매일 미친 여자의 모습으로 극장에 나타나는 운언 앞에 나타날 수가 없었다. 반이 흘러내린 얼굴로 앞에 나설 수 없어서 죽고 싶었지만 그것마저 여의치 않았다. 운언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단평은 얼굴의 반이 날아가 버렸고 운언은 정신의 반이 날아가 버렸다.


위청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운언은 위청을 죽은 단평으로 착각한다. 사랑에 눈이 멀어 미쳐갔지만 운언 앞에 모습을 보일 수 없었던 단평은 위청을 통해 운언에게 야반가성을 들려 주려했다.


그런데 이 모든 걸 못마땅하게 여겼던, 단평의 얼굴에 염산을 뿌린 조 씨가 운언에게 총을 쏜다. 총을 맞고 쓰러진 운언을 보고 그들 앞에서 단평은 절규한다. 마침내 운언 앞에 나타난 단평은 반이 없는 얼굴로 10년 동안 운언을 위해 만든 ‘야반가성’을 불러준다.

밤이 깊어서야 나와 당신은 비로소

영혼을 활짝 열고 꾸밈없는 마음을 내어 놓습니다

부드러운 입맞춤은 한밤중에

음악이 되어 당신의 마음에 다가갑니다

별님에게 간청합니다

달님이 증인이 되어 주세요

일생을 다해서라도 기다리겠습니다

언젠가는 제 소망이 이루어져서

당신과 함께 영원을 찾아 날아갈 것입니다


반만 살아있는 얼굴의 단평과 두 눈이 보이지 않는 운언은 세상의 고통과 불행을 다 짊어지고 행복한 길을 떠난다.


사랑은 그런 거라고 알려 주었던 단평과 운언의 사랑이야기 ‘야반가성’이었다.


https://youtu.be/SaVIEThrg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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