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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02. 2022

바닷가 사진

바닷가에서 2

바닷가에서 2


바닷가가 한껏 잿빛으로 뒤덮였다. 킬리를 잃어버린 타우리엘의 마음처럼 온통 잿빛으로 들어차서 바다 전체가 우울하다. 마치 제임스 맥닐 휘슬러의 그림처럼 보인다. 특히 1880년 ‘녹튼 인 블루 앤드 실버’의 느낌이 든다. 휘슬러의 그림은 고독하고 우울하다. 우울한 기분이 들면 휘슬러의 그림에 잔뜩 취한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나의 우울함 따위 상대가 되지 않는다. 휘슬러의 그림을 보며 토스트에 고추냉이를 듬뿍 발라 먹고 칼스버그를 마신다.


어느 날 이곳에서 그녀가 말했다. 여자는 화가 나는 일이 있어서 화내는 게 아니에요. 화내고 싶어서 화를 내는 거예요.


여자의 속마음은 알 수가 없다. 인간이 바다를 정복하려 하지만 그게 인간의 힘으로 되지 않는다. 여자의 마음은 바다와 같다. 저 끝을 보며 칼스버그나 마신다. 나는 그녀에게 이야기를 했다.


어느 날 뷔페를 갔는데 그곳의 뷔페는 하루키를 닮았어. 무리카미 류를 닮지 않았어. 예전에 무라카미 류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나서 이런 대화를 했어. 나는 열 명 중에 한두 명이 나의 글을 좋아해 준다면 족하다고 하루키가 말했지. 하루키 씨는 대단하네요. 나 같으면 열 명이면 열 명이 다 좋다고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기분이 나쁠 텐데,라고 무라카미 류가 감탄하며 말했어. 자 칼스버스나 마시자.


헤밍웨이는 어느 곳에 이렇게 썼다. 진정한 남자가 되기 위해서는 네 가지를 이루어야 한다. 나무를 심는다, 투우를 한다, 책을 쓴다, 아들을 낳는다.라고 했다. 나는 도대체 뭔가. 전정한 남자에서 거리가 너무 멀다. 그저 진정 한 남자일 뿐이다. 그렇게 잘 난 헤밍웨이는 자신의 글로 구원을 받지 못해 총구멍을 머리통에 대고 방아쇠를 당겨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다. 그 모습이 가끔 꿈에 나타나고 나는 그 앞에서 그걸 구경하고 있다. 세상은 뭔가 불공정한 공평이 있다.


그녀가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 같은 눈빛으로 나를 봤다. 칼스버그나 마시자고.



 

Nocturne in Blue and Silver - James Mcneill Whistler 1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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