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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09. 2022

당면이 좋은 걸

어떡해

당면이 좋다고



당면을 참 좋아한다. 당면이 들어간다고 해서 어릴 때에도 설렁탕보다는 갈비탕을 더 좋아했다. 외할머니와 갈비탕을 먹으러 가면 내 그릇에 할머니는 할머니의 당면까지 들어서 넣어 주었다. 당면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주 먹지는 않는다. 짜장면도 아주 좋아하지만 짜장면을 안 먹은 지 2년이 되어간다. 그러니까 좋아한다고 해서 자주 찾아서 먹고, 일부러 해서 먹고 하지는 않는다. 저 집의 삼겹살은 정말 맛있어,라고 해서 주기적으로 가서 먹고 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렇다는 말이다. 좋아하는 것과 자주 하는 것이 나에게서는 동일시되지 않는다. 싫어하는 건 하지 않게 되지만 좋아한다고 해서 자주 하거나 많이 하지도 않는다. 그런 것을 보면 나는 정말 재미없는 인간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좋아하면서 매일 하는 것도 있다. 그건 하루키의 소설을 매일 조금씩 읽고 있다. 이 짓도 벌써 오래되어서 책을 읽고 있으면, 주위에서는 저 녀석 또 하루키인지 뭔지 읽고 있군. 하고 만다. 또 조깅도 매일 하고 있다. 작년이나 재작년에는 4일에서 5일 정도를 제외하고 매일 달렸다. 그리고 올해, 지금까지는 하루도 쉬지 않고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정도 매일 달렸다.


봄이 도래하기 전 혹독하게 추운 날에 등이 축축할 정도로 조깅을 하고 난 후 당면 요리를 먹는 날이면 정말 괜찮은 날이다. 당면은 다른 면보다 요사스러워서 인스턴트로 바로 해 먹을 수 있는 당면 요리도 별로 없다. 라면에 당면을 넣어서 먹어도 맛있어서 당면을 라면에 가끔 넣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자주 해 먹지는 않는다. 당면은 물에 불려놔야 하기 때문에 그 한 단계가 당면 요리로의 행진을 막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잘 된 일일지도 모른다.


학창 시절의 학교 근처에 있던 강원 분식집이 있었다. 고등학교 뒷 문 근처에 있는 분식집으로 근처 중고등학생들이 왕창 오는 인기가 좋은 분식집이었다. 우리 학교 근처에는 중고등학교가 많았다. 대략 7개의 중고등학교가 있었는데 이 많은 아이들이 특히 강원 분식집에 달려들었다. 그 집의 갈비탕이 맛있었다. 맛있다는 말은 전문적이지는 않고 갈비탕에 고기는 쥐꼬리만큼 들어있지만 당면만큼은 가득했다. 밥도 원하는 대로 퍼서 말아먹을 수 있고 국물도 더 달라면 더 퍼주었다. 갈비탕에 갈비는 별로 없고 당면만 가득한데 이상하지만 맛있었다. 참 이상하다, 갈비탕에 당면이 일단 풍덩 몸을 적시고 나면 왜 이렇게 맛있을까.


당시 우리는 록음악에 심취해 있었다. 노래방에만 가면 까방권을 얻어서 쉬즈곤이나 너바나의 노래를 열창했다. 나에게 마이크가 오면 히데의 노래를 부르다가 노래가 꺼져버리는 일이 많았다. 쉬발.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록 스타에 파이어 하우스가 있었다. 특히 파이어 하우스의 ‘홀드 유어 파이어’ 앨범. 비록 전 세계에 앨범이 발매된 지 몇 해가 흘러 우리는 그 앨범을 접했지만 그 안의 모든 곡들을 우리는 몽땅 좋아해서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지나고 나서 알았지만 이런 록을 글램록이라고 하더라. 강원 분식집에 가면 파이어 하우스의 노래를 틀어 주었다. 파이어 하우스의 노래를 들으며 머리를 흔들면서 당면이 잔뜩 들어간 갈비탕을 먹는데 어찌 맛이 없을 수가 있을까. 강원 분식집에는 우리와 친한 여상의 콰르텟을 하는 아이들도 자주 왔기에 가끔 고상한 클래식이 분식집에 흐르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파이어 하우스의 슬리핑 위드 유 투나잇을 들으며 먹는 맛이 좋다.


우리가 혀를 내밀고 슬리핑 위드 유 투나잇이라고 하면 여상의 그녀들은 바보들, 하며 흥, 거렸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녀들과 짝이 될 생각을 왜 하지 못하고 늘 같이 어울려 다니기만 했을까. 그렇지만 재미있었다. 어디를 가나 좋은 방향제 냄새가 뒤를 따라오고 손을 뻗는 모든 곳에 음악이 잔뜩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음악을 듣고 강원 분식집에서 고픈 배를 당면이 잔뜩 들어간 갈비탕으로 채웠다.




그럼 들어보자 신나고 멋진 음악, 파이어 하우스의 슬리핑 위드 유 https://youtu.be/k5L_ojQ1S_w

아 너무 좋아


또 다른 버전 https://youtu.be/ENz-0kUDTBQ

이건 어쿠스틱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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