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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05. 2022

라면 속 계란 노른자

일상 속 일탈

라면에 노른자를 풀었을 때, 바로 그때 떠먹는 노른자의 맛은 좋다. 아주 잠깐 그 노른자를 맛볼 수 있다. 고소하고 기분이 편안해지는 맛을 내는 노른자는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잠시 나와 조우하고 가버린다.


라면의 바닷속에서 풀어헤쳐져서 없어질 뻔했던 노른자는 그대로 숟가락으로 떠서 잠깐의 존재를 확인하고 나면 그 뒤의 젓가락질은 경쾌하다. 후루룩 면발을 잡아당기면 미미하나마 노른자의 고소한 맛이 면발에 달려 입 안으로 들어와 도파민의 신호를 보낸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찰나로 사라지는 노른자의 그 맛 때문에 머리를 굴려 계란을 두 개를 넣었다. 아직 하나가 채 다 익지 않은 채 면발 밑에 꿈꾸고 있다. 면발에 같이 말아서 재빠르게 올려 후루룩. 오전에 느긋하게 라면에 넣은 계란 노른자를 먹고 있다는 건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는 위로가 된다.


문득 가을방학의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의 가사가 떠오른다.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다고,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노래를 부른다. 추억이라는 게 가슴 저 안쪽으로부터 칼로 도려내는 것처럼 아프기도 하지만 마음 저 깊은 곳에서부터는 따뜻하게도 한다. 너라는 사람이 찰나의 기억이 아니라 여운이 깃든 추억이 된다.


라면 속 계란 노른자 같은 맛은 라면 속 노른자 밖에 없다고, 국물까지 호로록 다 마셔 버리고 나면 나는 부른 배를 부여잡고 그 추억을 떠올려본다. 그 속에서 우리는 아름답고 반짝였다.





https://youtu.be/_81tT1Zqb5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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