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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08. 2022

곧 봄

봄의 기적을 믿어

곧 봄


날이 하루 만에 조금 풀렸다. 이제 곧 봄이다. 혹독한 한파에서 벗어나니 불안은 조금 더 커졌다. 이번에도 불안한 봄을 맞이해야 한다. 겉으로 봐서는 너무나 아름다운 봄. 사계절 중에 이름도 한 글자로 특별하게 느껴진다. 어린이 때는 봄이 오면 장난감을 가지고 마당에 앉아 봄기운을 느끼며 앉아서 두 시간씩 놀곤 했다. 어른이 되어 술을 마시든, 작업을 하든, 밤새고 와서 봄날의 홑이불을 덮고 봄바람을 맞으며 드는 잠은 아지랑이의 맛이었다. 봄은 겨울의 단단하게 언 땅을 뚫고 오니 아파하며 온다. 봄은 봄의 기적을 말한다. 차가운 공기의 틈으로 미약한 숨을 쉬며 노란 것들은 봄의 기적을 찾는다. 찬 공기가 머물렀던 그곳에 아직 앉아 있는 마음에게 봄은 기적을 말한다. 아프더라도 아파하지 않을 수 있도록 더 이상 결락이 들지 않도록 봄은 아픔을 몰고 지나간다. 어쩐지 만개한 봄이면 슬프다. 서글픔이 잔뜩 들어 봄이 눈처럼 흩날려 조용하게 날뛰면 죽어가는 계절을 느낀다. 집으로 들어와 먼지 묻은 몸을 씻다 샴푸가 눈에 들어가 따가워서 비벼대다 눈물이 난다. 씻어도 씻어도 눈물이 그치지 않아 샴푸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눈앞이 부예지는 저녁을 거쳐 밤이 되면 봄의 기적에 대해서 생각한다. 빠알간 색의 술 덕분에 깊게 깊게 빠져든다. 봄은 이곳저곳에 멍이 들어가며 봄의 기적을 말한다. 어디서부터 오는 눈물인지 흐르도록 두자. 남아있는 그리움이 흐르도록 두자. 조금은 울어도 좋은 밤이다. 봄이 아파하며 노래를 부르니까.




이지형의 봄의 기적 https://youtu.be/3j83Cge2L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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