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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06. 2022

바야흐로 Heal the World를 들어야 할 때

봄이란 그렇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을 뚫고 올라오니 얼마나 독기를 내뿜는가. 세상을 노랗게 물들이는데 방해하는 모든 것들을 밀어낸다. 그리하여 들판의 새싹을 새들은 함부로 먹지 않는다. 어린잎은 자신의 방어를 위해 땅 밑에서 독을 품고 올라오기 때문이다. 봄이면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보이지 않아서 보이는 것들. 눈을 감아야 보이는 것들은 어두운 곳에서 봄의 침묵을 노래한다. 그 소리가 봄이 되면 나를 괴롭힌다. 봄의 침묵이 울부짖는 소리. 점점 몸을 꽉 조여 오는 소리. 그리고 피부를 뚫고 몸으로 파고드는 소리.


이번 봄에는 그 소리가 더 크고 심해졌고 너무 무서워졌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일어나지 못할 잠이 들 것 같은 기분. 그 소리는 많은 것들을 죽인다. 사람들의 오늘을 죽이고, 사람들의 내부를 죽이고, 사람들의 생각을 죽인다. 코가 간질간질거리고 눈앞이 부예지는 아, 봄이구나. 하는 날에 굉음은 많은 사람들을 죽음이라는 벽 앞에 놓이게 만들었다.


아직 봄이라고 하기에는 이르지만 봄의 기운이 이미 생활 전반에 파고든 지금, 벌써 무기력해지려고 한다. 봄이 되면 이 알 수 없는 무기력 때문에 사고가 힘들다. 특히 조깅을 할 때 무기력해지면 걷잡을 수 없다. 날이 포근하고 기온이 오르면 먼지 때문에 시야가 뿌옇게 되는 세상이 되었다. 이상하고 기묘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런 날 조깅을 하다 무기력해지면 그대로 서서 나무가 되는 것처럼 움직이기조차 힘들다. 몸을 움직여야지 하는 의지가 제로에 가까워진다. 그러면 그대로 서서 저 먼 곳의 강을 바라본다. 봄이란 이렇게 악독한 계절이다.


이번 봄은 세계의 사람들에게 악독한 계절이다. 그럼에도 때가 되었으니 차곡차곡 계단을 밝고 올라오듯 어김없이 오고 만다. 바야흐로 MJ의 Heal the World를 들어야 할 때다. 그것만으로 이 노래가 크게 울려 퍼지기를 바랄 수밖에. 노랫소리가 공포의 소리를 조용하게 할 수 있기를.

https://youtu.be/BWf-eARnf6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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