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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an 17. 2020

계란

시 이고만 싶은 글귀




계란



어디에나 있지만 눈에 띄지 않은 채 

냉장고에 몸을 말고 있다가


반지하 그 언니의 한 끼 식사에 들어가

배를 채워줄 수 있다면 나는 좋아요


내 모습은 온전히 분해되고 흩어져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요


노른자는 슈크림과 커스터드에, 

흰자는 마카롱과 수플레에 들어가요


나를 미워해서 바위에 던지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아요


나는 알 수 있어요 지금까지 그 사람들의 

셀 수 없는 식사를 책임졌다는 것을


반지하 그 언니 오늘도 나를 골랐어요

힘들어하지 말아요 내일은 괜찮아질 거예요


나를 고를 때 그 언니의 숨소리를 들어요

나는 눈이 없어 그 언니를 볼 수 없으니까요


내 모습은 오늘도 온전히 분해되고 흩어져도 

나를 고른 그대는 단단해질 거예요


힘들어하지 말아요 괜찮아요

오늘은 힘들어도 내일은 괜찮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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