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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13.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

1장 당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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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마득하게 보이는 저편 하늘에서 후피 동물처럼 보이는 구름이 하늘을 덮으며 서서히 몰려오고 있었다. 구름은 자줏빛을 띠며 구름 밑으로 짙고 어두운 자주색을 발하는 거무티티한 빗줄기를 뿌리며 이곳으로 정중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법한 자줏빛을 띠는 검은 구름은 지금의 세계를 바꾸려는 듯 보였다. 장롱의 뒷면처럼 우울하고 어두운 모습을 지닌 적란운은 자각적인 영역을 확대하며 하늘을 전부 덮고 있었다. 쿠쿵하는 천둥소리가 비현실적으로 들렸고 마른번개가 한 번씩 번쩍 거릴 때마다 기분 나쁜 자줏빛 구름은 방사선 같은 일렉트로닉 전리함을 만들어냈다. 이 일렉트릭 펄스는 전리 전자의 발생으로 나타나는 전자펄스와는 다른 양상을 띠었다. 그것에는 일반론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원죄적 절망이 가득했다. 마른번개가 번쩍이고 목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 바다의 수면 위에 올랐다가 사라졌다. 목 없는 사람들은 사념을 지닌 채 바다 위에서 거친 침묵을 내뱉으며 나타났다가 사라짐을 반복했다. 그들의 수는 삽시간에 개미떼처럼 불어났다. 자줏빛 구름은 짙고 어두운 해무를 가득 몰고 기분 나쁠 정도로 서서히 다가왔고 코를 막아야 할 만큼 심한 누린내를 동반했다.


 먼바다에 떠 있던 거대한 유조선도 자줏빛 해무에 의해서 조금씩 사라졌다. 이후 유조선의 모습은 바다 위에서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고요한 바다 위에 사람들이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파도의 너울거림을 따라 힘겹게 들렸다가 다시 고요해졌다. 자줏빛 구름에서 뿌려대는 자주색 비는 어느새 완전하게 검은 비로 바뀌었다. 멀리 보이는 거대한 자줏빛은 암흑의 조류처럼 드러나지 않는 미소를 지으며 차분하게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곧 인간이 있는 모든 세계의 하늘을 덮을 것이고 검은 비를 뿌려 댈 것이다.


 바람이 불었다. 검은 누린내가 가득한 바람이 해무가 다가오는 바다에서 불어왔다. 목 없는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는 소리가 들렸다.          



 [당일]

 지금은 장마기간이다. 여름밤인데 조깅코스에 사람이 너무 없다. 마동은 잘됐다고 생각하며 마음껏 달리기 시작했다. 시에서 마련한 강변의 조깅코스는 시민들이 운동하기에는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사람들은 겨울 동안 집안에서 꽁꽁 숨어 있다가 여름이 되면 도시에서 마련한 조깅코스로 전부 몰려나와서 자신의 집처럼 점령해버린다. 그렇지만 젊은 사람들은 여름밤, 야외의 조깅코스를 이용하는 일은 드물었다. 야외의 조깅코스를 이용하는 대부분이 무릎에 이상이 오기 시작하는 나이의 남녀들이거나 반백을 넘긴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코스의 한쪽은 자전거가 달릴 수 있도록 빨간색의 자전거도로가 있고 다른 한쪽은 조깅을 하기에 편리하도록 녹색의 코르크 바닥이 잘 닦여있었다. 그래 봐야 시민들이 실컷 돈을 벌어서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너도나도 한 마디씩 했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야외의 조깅코스니까 우리가 실컷 이용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사람들에게는 팽배했다. 그렇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조깅코스에 나와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든 사람들이다. 그것이 외국과 다른 점이다.


 자전거도로를 질주하는 자전거의 속력은 아주 빨랐다. 그래서 초보들이 자전거도로에서 벗어나 조깅코스로 들어와서 자전거를 이용하다가 조깅을 하는 사람과 부딪혀 사고가 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저마다 큰 소리로 자신의 입지를 우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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