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비둘기들 날았습니다

몇 번째 일지 모를 편지

by 교관


편지를 또 씁니다


집 앞바다에 나오면 바다는 매일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떤 날은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문득문득 생각을 합니다. 이곳 바다를 떠나 노르웨이 숲에 나오코와 레이코가 요양하는 시설에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시설에 들어가서 요양을 하는 사람들의 수에 비해 엄청난 시설과 스태프가 훨씬 많기에 돈이 많이 들겠지요. 물론 저는 그만한 돈을 지불할만한 능력이 없습니다.


돈이라는 건 늘 부족하고 천만 원의 돈도 실제로 만져본 적이 없기에 얼마큼의 무게 인지도 모릅니다. 바다를 보면서 가끔씩 그 요양원이 생각나는 건, 그곳에 들어간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의 왜곡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그 사람들은 왜곡된 마음을 바로잡으려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왜곡을 받아들이려 생활한다는 것입니다. 그건 저에게 정말 필요한 생활이며 그곳은 내게 가장 필요한 시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오코가 와타나베의 은밀한 곳을 만져 주었던 강렬한 나무의 냄새가 있던 숲에도 들어가 보고 싶습니다. 거기서 비틀스의 노래를 들으면 좋겠지만 저는 버브의 소네트를 반복해서 듣고 싶습니다.


왜곡된 마음이지만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곳 말입니다.




Antonio Carlos Jobim - The Girl From Ipanema

https://youtu.be/AWxyzVbiT98

비는 계속 내렸다. 이따금 천둥마저 쳤다. 포도를 다 먹고 나자 레이코 씨는 여느 때처럼 담배에 불을 댕겨 물고, 침대 밑에서 기타를 꺼내어 치기 시작했다. <데사피나도>와 <이파네마의 소녀>를 치고, 그리고 바카락의 곡이며 레넌과 매카트니의 곡을 연주했다. - 노르웨이 숲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비가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