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Apr 29. 2022

하루키의 읽는 것, 듣는 것, 보는 것, 수집하는 것

먹는 것, 마시는 것

2022. 4. 26. 인스타그램에 쓴 글

하루키의 읽는 것, 듣는 것, 보는 것, 수집하는 것, 먹는 것, 마시는 것


하루키는 잡지 브루투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일상 전반을 차지하고 있는 평범한(것 같지는 않지만) 생활의 리듬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잡지는 상, 하로 작년 11월에 출간이 되었다.


나는 이 잡지가 나온 지 한 달 후에 알아 버려서 구입하려고 했지만 절판이라 실패했다. 우리나라 교보문고에서도 이미 10월부터 잡지 ‘브루투스 하루키 특별판’으로 주문 예약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예스 24와 거래를 하고 있던 차라 거기에는 전혀 이런 소식이 없어서 어영부영 지나버린 것이다. 하루키 팬들은 그때 브루투스 상, 하를 구입하여 쾌재를 부르며 신나게 블로그에 올려 소식을 전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났는데 그때는 아쉬운 마음이 컸는데 지금은 또 괜찮아진 이유가 오늘 자(2022. 4. 26)로 브루투스 사이트에 하루키의 인터뷰와 새로운 소식이 실렸다.


잡지 상, 하로 나뉘어서 인터뷰를 했고 상, 하가 따로 출간되었는데 상 편에는 읽는 것이, 하 편에는 그 외의 것들이 실려있다. 하루키는 상 편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51권의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개인적인 생각에 이번에 나온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처럼 ‘나와 떨어질 수 없는 51권의 책들’ 같은 제목 따위로 또 나오지 않을까?


하루키의 인터뷰를 보면 하루키는 요즘 하는 독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신간에는 별로 눈이 가지 않고 지난 것, 읽었던 것이나 미스터리 작품을 읽고 있다고 했다. 흥미로운 건 ‘잭 리처’의 팬이라고 한다. 잭 리처는 꽤나 자주 읽는다고 한다. 나 역시 잭 리처의 팬이다. 190의 거구에 굉장한 근육, 그리고 사실대로 말하는 무뚝뚝한 성격으로 모든 범죄자들의 코를 함몰시키는 그 엄청난 괴력의 존재 잭 리처. 이번에 아마존에서 잭 리처 시즌 1 ‘리처’를 했는데 정말, 너무, 아주, 몹시 재미있었다.


아마존에서 만든 리처가 이렇게나 재미있을 줄이야. 도대체 넷플이고 HBO고 디즈니까지, 아마존도 물론이고 만들어내는 시리즈가 이렇게나 재미있으면 정말 감사합니다. 리처는 잭 리처를 말하며 이미 톰 형님 버전으로 영화로 두 편이나 만들어졌다. 하지만 원작의 팬들은 195센티미터에 110킬로그램이나 나가는 이 거구의 인간미 터지는 매력적인 리처를 톰 크루저가 한 것에 대해서 불만이 많았다. 액션이지만 아주 미스터리한 작품이다. 그래서 하루키 역시 좋아하는 것 같다. 보는 내내 아슬아슬 조마조마하면서 리처의 강력한 액션은 속이 시원하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 버전 잭 리처가 재미가 없다는 건 아니고, 리처에서의 잭 리처는 인간미가 있다. 냉정하게 보이는 전투 병기이지만, 그 이전에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오홋 하며 재미있다. 그에 비해 톰 크루저 버전의 잭 리처는 그냥 인간병기 그 자체다. 리처 시즌 1은 마치 소설을 보는 것 같다. 대사 하나하나가 놓칠 수 없다. 이 거구의 잭 리처가 컴퓨터처럼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에 접근하는 이야기에 미치게 빠져든다. 앞길을 막는 빌런들은 마블의 퍼니셔처럼 아작을 내 버린다. 그러면서 미궁의 사건으로 조금씩 다가간다. 리처와 러브러브 뿅뿅을 나누는 여자 경찰 로스코의 미국적인 제스처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특유의 미국식 표현, 요컨대 입을 조금 벌리고 미소를 짓는다던가. 리처의 걸음걸이가 아주 디테일하다. 딱 보면 리처의 위압감과 엄청난 근력을 지닌 인간 아닌 인간을 걸음걸이로 표현했다. 이런 건 너무 좋다. 잭 리처의 앨런 리치슨은 잭 블랙의 존잘 버전 같으며, 슈퍼맨의 크리스토퍼 리브의 얼굴도 얼핏 보여서 좋다. 이번 리처 시즌 1은 정말 재미있다. 쓸데없이 잭 리처에 대한 TMI.


그리고 하루키는 자신의 책을 구하는 방식이나 번역에 관한 것도 이야기를 했다. 요즘은 예전처럼 일일이 사전을 찾아가며 번역을 하지 않고 역시 컴퓨터의 놀라운 힘을 살짝 빌린다고 은근슬쩍 우회적으로 이야기를 했다.


또 코로나 시대에 카뮈의 페스트나 앨런 포의 작품도 계속 읽고 싶다며 포의 이야기는 지금 시대에 딱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어쩐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읽으면 포의 어셔가의 몰락의 첫 부분의 그 쓸쓸함이 계속 맴돌았다.


다음에 역시 하루키 하면 레코드다. 잡지 하 편의 표지에는 모델로 직접 레코드판을 선택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또 4월 26일 자로 ‘드라이브 마이카’에 대한 기사도 실렸다. 감독인 하마구치에 대한 이야기도 있으며, 하루키의 소설이 영화가 된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잔뜩 있다. 거기에 이창동 감독의 버닝도 실려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고고.


또 마지막으로 하루키가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사진을 보면 그간 하루키의 많은 소설 속에 나온 음식들이 실물로 나타난 것 같다. 요컨대 우측 하단의 샌드위치와 샌드위를 쓴 칼은 ‘댄스 댄스 댄스‘에 나온 유키의 엄마인 사진작가 메이의 외팔이 외국인 시인 남자 친구가 떠오른다.


아무튼 하루키의 소식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신난다. 하루키는 그런 신남을 자신의 독자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기묘한 인물인 것 같다. 브루투스 기사는 26일 기사니까 얼른 가서 보도록 하세요.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하루키 #むらかみはるき#村上春樹#むらかみ#はるき#MurakamiHaruki #에세이 #무라카미라디오 #Murakamiradio #

村上春2021年の#聴く

https://brutus.jp/haruki_listen/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키 예루살렘 연설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