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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09. 2022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하루키 소설

표지를 좀 손을 봤다. 너무 예쁘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하루키의 첫 소설로 내용은 오사카 출신의 주인공이 도쿄에서 공부를 하다가 여름방학에 고향으로 와서 친구와 함께 15일 동안 지내는 맥주 일기다.라고 간단하게 말하면 좋겠지만 짧은 책에 비해 내용은 고고(높고 오래되고) 하다. 전혀 앞이 보이지 않는 청춘은 늘 죽음을 생각하고 나이 듦에 대해서 고민한다.


이는 당시의 하루키의 내면과 비슷하다. 하루키는 대학에 입학했지만 학생들은 격렬한 시위와 정부의 폭력이 가미된 진압이 부딪히는 시기였다. 공부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 고민이 많았고 그 고민을 위로해 주는 건 일본 순문학이 아니라 학창 시절부터 읽었던 세계문학이었다. 그리고 동네를 다니며 들었던 레코드 가게의 음악들. 재즈와 클래식 그리고 풍부한 팝.


글을 쓰고 싶었던 하루키는 자신 같은 인간은, 평범한 인간은, 막연하나마 작가가 되려고 했던 것에 의미를 가질 수 없었고 흥미조차 나지 않았다. 대학 가는 장기간의 휴업에 돌입하고 하루키는 레코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재즈를 실컷 듣고,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파스타에 대해서 눈을 뜬다. 그때 문학을 전공하는 아내인 요코를 만나 결혼을 해버리는데, 요코를 만나는 그 순간과 과정을 노르웨이 숲에 미도리를 만나는 와타나베를 보며 알 수 있다.


그러면서 빚을 끌어서 우리가 잘 아는 재즈 바 피터 캣을 운영한다. 그러면서 흥미를 잃었던 소설에 대해서 써야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가진다. 하루키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여러 번 읽고 카프카의 소설도 학생 시절에 다 읽었다. 그러면서 소설을 쓰려고 하면 이런 작가들보다 뛰어난 소설을 쓰지 못하면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하루키는 야구를 보다가 문득 '왜 내가' 도스토옙스키보다, 카프카보다 잘 써야 하지?라고 생각한다. 자신은 도스토옙스키나 카프카에 초점이 가 있는 게 아니고 ‘~보다’에 초점이 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내가 좋아서 쓰는, 나를 위해 소설을 쓰는 게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느끼게 된다. 그 유명한 진구구장의 야구를 건방지게 벌러덩 누워 맥주를 홀짝이며 보다 깨닫게 된다. 나의 이야기, 나를 위해, 누구와 비교하지 않는 소설을 쓰자.


모든 소설가의 첫 소설은 저녁상을 물리고 난 후 식탁 위에서 탄생되었다, 라는 말이 있듯이 하루키는 피터 캣의 장사가 끝난 새벽에 소설을 쓰기 작했다. 그 적막과 그 고요, 그리고 고독을 가득 끌어안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고독하지 않았으면 쓰지 못했을 것이다. 하루키는 그때, 몸은 피곤에 절어 곧 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그 몸을 이끌고 소설을 쓰는 그 순간이 아주 행복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쓰는데 문체가 하루키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보통 우리가 하루키의 문장을 따라 하듯이 하루키 역시 이전에 읽었던 작가들의 문체를 따라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하루키는 고민 끝에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영어로 먼저 적었다.


처음으로 탄생한 영문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보면 아직 발걸음 수준이었다고 한다. 문장도 단순하고 간단명료하며 유치했다. 그런데 그 문체는 아주 신선했고 어떤 작가도 하지 않은 문장이었다. 이 첫 소설은 하루키가 몇 페이지를 영어로 먼저 쓰고, 그걸 다시 일본어로 번역을 해서 차곡차곡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쥐의 3부작의 첫걸음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탄생이 되었다.


비켜간 이야기로 에픽하이의 타블로의 소설집‘당신의 조각들’도 무척이나 좋다. 우리나라에서 전혀 볼 수 없는 문체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아주 신선했다. 타블로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생활하면서 이 소설을 영어로 적었다. 내용도 꽤나 독특했다. 또 음악 씬에서 거의 신으로 불리는 이승열 역시 유앤미 블루 시절부터 가사를 영어로 먼저 작사한 다음 한글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사실 유앤미 블루는 유투가 다시 한국적으로 환생한 것 같아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좋은 이유를 찾자면 주인공은 나이가 들어가는 것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주인공 ‘나’는 글을 쓰는 일을 몹시 고통스러워해서, 한 달 동안 한 줄도 쓰지 못할 때가 있고, 사흘 밤낮을 계속 썼는데 모두 엉뚱한 내용인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일은 즐거운 작업이라고 주인공은 생각한다. 왜냐하면 주인공은 나이는 어리지만 알게 된 것이 있다. 삶이 힘든 것에 비하면 글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간단하기 때문이라는 걸.



오늘의 선곡은 막막한 대해에 한줄기 빛과도 같았던 소설 속에 등장했던 음악 비치보이스의 캘리포니아 걸스

https://youtu.be/KcrbDYe4qL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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