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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29. 2022

동네에는 치킨집이 몇 군데?

일상 이야기

언제나, 자주, 늘 가던 곳의 멕시칸 치킨집이 그날 나오지 않았다. 이로써 벌써 두 번째 팽 당했다. 보통 집으로 들어갈 때 전화를 걸어 주문을 하고 포장을 받아서 간다. 10년이 넘게 그러고 있으니 후라이드 치킨은 언제나 우리 동네 멕시칸 치킨집이다. 나의 장점이라면 뭔가를 사러 가거나, 장을 볼 때 원하던 물품이 없을 시에는 항시 차선책을 강구해 놓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최선책이 실패했다고 해서 허망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멕시칸 후라이드 치킨에 대해서는 그게 무너졌다. 오래전이지만 우리 동네 멕시칸 치킨 집이 문이 닫혔을 때 다른 여러 곳의 후라이드를 사 먹어 봤지만 우리의 입맛에는 우리 동네 멕시칸 치킨집 만한 후라이드가 없었다. 그건 순전히 기호에 해당하는 것이며 기호 속에는 튀김가루의 맛이 크게 좌지우지할 것이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체인점마다 염지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느냐에 따라 치킨의 맛도 다르다. 비슷한 양의 나트륨도 튀김가루에만 염지가 되어 있느냐, 치킨의 겉으로만 염지가 되어 있느냐, 아니면 치킨의 속살까지 염지가 되어 있느냐에 따라 튀김가루의 두께가 달라지고 또 맛도 다르다.


이번에도 팽 당하고 난 다음(보통은 팽 당하면 다음 날 사 먹었는데) 이 허망함을 달래 보려고 동네의 치킨 집을 찾아다녔다. 먹고 싶은 날 후라이드를 먹으리라, 하는 간절한 마음 때문에 다음 날로 미루지 못했다. 무릇 치킨이란 먹고 싶은 그날, 바로 먹어야 한다. 후라이드에는 그런 마력이 숨어 있다. 그래서 미친 척 동네의 치킨집을 검색해서 그 앞을 지나다녀봤다. 근방 400미터 안에 치킨 집이 열 군데가 있었다. 비에이치씨, 비비큐, 교촌, 굽네, 멕시칸, 가마치 통닭, 케이에프씨, 다가치 통닭, 처갓집, 페리카나가 있었다. 게다가 닭갈비 집까지. 실로 대단했다. 우리 동네는 선박회사가 바로 코 앞에 있어서 회사원들이 퇴근 후 우르르 흘러나오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치킨 집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깃집, 족발집, 선술집, 국밥부터 중국집, 칼국수를 파는 곳까지. 카페와 등등등. 확실하게 재보지는 않았지만 400미터도 아닌 것 같다. 양 사방으로 200미터 정도? 그래야 걸어서 들어가기 쉽기 때문이다. 400 미터면 너무 멀다. 회사원들이 퇴근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400미터를 걸어서 가기란 너무 고된 일이다.

 

일단 치킨 집만 놓고 보면 매장에 제일 사람이 많은 곳은 비비큐였다. 그곳은 최근에 생긴 집으로 실내가 가장 카페에 가까웠다. 그래서 여자들도 많이 있고 노래도 흘러나왔다. 그 외 보통의 치킨 집은 배달 위주가 되고 매장 내 홀은 테이블이 두서너 개 정도 있을 뿐이었다. 일단 후라이드를 먹기로 했으니 한 마리 튀겨 가기로 했다. 후라이드는 삼계탕처럼 어디든 다 엇비슷하니 맛있다. 매장에 사람이 별로 없고 빨리 될 만한 곳을 찾다가 비에이치씨에서 후라이드를 튀겼다.

 

보통 일을 하고 들어오면서 전화를 동네 멕시칸 치킨 집에 전화를 한다. 한 30분쯤 걸리기 때문에 가서 픽업해서 집으로 들어가면 되는데, 전화를 건 날이 쉬는 날이면 일하는 근처의 멕시칸 치킨 집에서 후라이드를 해가는 날도 있다. 이게 이상하지만 동네의 멕시칸만큼 맛이 없다. 같은 멕시칸이라고 해도 기름의 상태나 뭐 튀김가루에 들어가는 미묘한 양의 조절이라든가, 그런 것에 따라 맛이 달라질 텐데 맛이 없다고 느꼈다. 그런 이유를 제외하고 생각해보면 일하는 근처의 멕시칸 치킨집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있어서 인지 종류가 한 서른 가지가 넘게 있었다. 치킨에 관한 요리가 아주 많았다. 그리고 동네 멕시칸에 비해서 치즈볼도 주고 껍질 튀김도 주며, 무엇보다 포장을 하면 2천 원을 깎아준다. 그래서 한 마리를 만 오천 원에 먹을 수 있다. 그렇지만 동네의 멕시칸 보다 맛이 많이 떨어졌다. 동네의 멕시칸에는 치킨의 종류가 그렇게 많지 않다. 우리가 아는 후라이드, 양념, 반반, 마늘, 그 정도뿐이다. 아마도 치킨에만 집중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포장을 한 비에이치씨의 후라이드도 맛있었다. 그러나 튀김옷의 맛이 동네의 멕시칸(모든 멕시칸이 아닌) 후라이드를 따라오지 못했다. 맛은 있으나 더 맛있는 후라이드의 맛에 매료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동네 멕시칸 집에서는 사장님이 직접 만든 간장 양념을 주는데 이게 정말 맛있다. 분명 꿀을 넣은 것 같은데 후라이드와 너무 잘 어울리는 것이다. 그래서 그 양념을 추가하면 얼마냐고 하니까 사장님은 그런 것 없다며 하나 더 넣어주기도 한다. 그 맛을 보고 집에서 엇비슷하게 만들어서 두부를 푹 찍어 먹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맛은 나오지 않았다. 엇비슷하긴 하나 간장의 맛에 과하지 않은 달달한 맛이 섞인 양념은 따라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다른 치킨집의 후라이드가 그런 것이다. 엇비슷하긴 하나 그 맛은 아닌 맛.

 

그나저나 동네에 이렇게 많은 치킨 집이 있었다니. 치킨을 싫어하는 한국 사람은 없고, 일인일 닭인 요즘 치킨 집을 하면 모두가 장사가 잘 될 것 같은데 내막은 또 그런 게 아니니, 모두가 다 잘살기보다 모두 못살지 않게 되는 그런 날은 오지 않는 것일까. 그나마 아직까지는 둘둘, 네네, 호식이, 60계는 보이지 않고 있다. 곧 들어오겠지.


밑의 사진에는 멕시칸과 비에이치씨가 있다. 어느 후라이드가 멕시칸일까. 그리고 간장을 따라 만들어서 두부를 푹 찍어 먹어본.

 

비슷한데 따라 하지 못하는 간장 양념. 그래도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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