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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02. 2022

볶음밥

은 귀여워


볶음밥이 귀여워!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 상이 먹는 양이 실로 많아 보이지만 그렇게 생각이 들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여러 반찬이 푸짐하게 나오는 게 아니라 대체로 중점적인 요리 하나 정도가 나온다. 그 양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고로 상은 두 세 요리를 먹는데 가격적으로 보면 보통 3만 원은 넘게 나오는 것 같다. 실제로 밥 한 끼를 먹는데 3만 원 정도를 써야 한다면 현실적으로 큰 고민이다. 하루 꼬박 세 끼는 먹지 못 하더라도 두 끼를 먹는다면 6만 원이 홀라당 달아나 버린다. 천만번 양보해서 고로 상은 1인 기업 형식이며 돈도 잘 버는, 그 짝에서는 재능을 가진 유능한 사람으로 음식을 먹는 것이 삶의 낙이자 행복으로 여기는 독신이니까 가능하리라 본다. 하지만 고로 상의 먹성이 참지 못하고 터졌을 때는 부산에 와서 낙지볶음을 먹고 돌아간 후 (급작스레 부산으로 오게 되어서 그런지) 일본의 포장마차에서 라멘 한 그릇을 먹은 후 다시 한 그릇을 주문하면서 미친 듯이 튀김과 덴푸라를 이것저것 여러 개를 시켰다. 카메라가 멎는 마지막까지 주문을 멈추지 않았다. 아마 고로 상은 그 정도의 많은 양을 먹어야 만족에 가까워져 정말 잘 먹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고로 상이니까. 평소의 고독한 미식가에서의 고로 상은 정말 만족할 만큼 배를 채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고로 상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순전히 픽션의 세계에서의 이야기다.


고독한 미식가 시즌 4에서 9화를 보면 재미있는 장면이 있다. 고로 상은 철판요리 집으로 들어가는데 거기에는 모택동 립이 있는 가게다. 모택동 립이라는 걸 손으로 들고 뜯어먹은 다음 검은 볶음밥을 먹는다. 철판요리라서 요리사가 그 위에서 요리를 하는데 우롱차로 볶음밥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모습을 유심히 보던 커플의 남자가 저건 우롱차로 만드는 볶음밥이라고 애인에게 말한다. 그러면 애인이 “헤에, 카와이”라고 한다. 그러자 옆에서 밥을 먹고 있던 고로 상이 속으로 ‘볶음밥이 귀엽다니, 흠’라고 한다. 정말 볶음밥이 귀엽다니, 고독한 미식가의 시나리오 작가는 대단히 재치가 넘치는 사람이거나 글에 대한 재주가 뛰어난 인물임에 틀림없다. 아니면 여러 명이 시나리오에 매달리고 있을지 모른다. 요컨대 세계의 인기작 미드 프렌즈의 작가는 50명이 넘었다. 여하튼 고독한 미식가를 볼 때마다 고로 상이 내뱉는 주옥같은 음식에 대한 찬양 멘트가 하늘을 날아다녔다. 이번에는 고로 상이 또 어떤 멘트로 음식을 가지고 놀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커플의 여성이 말한 것처럼 음식 중에서 볶음밥이 가장 귀여운 음식이 아닌가 싶다. 볶음밥을 해 놓고 보면 귀여워! 하는 느낌이 있다. 그건 뭐랄까 찌개를 보고 귀여워!라고 하는 느낌은 없다. 역시 고기를 굽거나 튀긴 생선을 보며 귀엽다는 느낌도 덜 받는다.


볶음밥이라는 걸 아이들과 함께 먹게 되면 더 귀엽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렇게 볶음밥을 다 조리 한 다음에 식힌다. 뜨겁지 않게 식힌 다음에 아이들에게 비닐장갑을 끼게 하고 별 모양이나 삼각형의 모양의 판에 꾹꾹 눌러서 예쁜 모양을 잡는다. 그 위에 김가루를 뿌리면 맛도 좋고 보기에도 역시 귀여운 볶음밥이 된다. 볶음밥 안에 채소를 왕창 넣어도 아이들은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야금야금 맛있게 잘 도 먹는다.


이 볶음밥이 ‘귀엽다’라는 말보다 일본의 ‘카와이’가 좀 더 어울리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일본의 학부형이 아이들의 도시락을 볶음밥으로 만들어 그 위에 귀엽게 데코레이션을 해서 더 그렇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가정집 도시락을 보면 짱구부터, 병아리까지 무척이나 귀엽게 도시락을 만들었다. 입으로 들어가면 다 똑같지! 뭘 그렇게까지!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간은 음식을 먹기 이전에 보는 것으로 한 번 맛을 보기 때문에 프랑스 요리나 뉴욕의 식당가에서 접시 위의 공백을 중요시하며 데코에 신경을 쓴다. 입으로 들어가서 다 똑같은데 왜 과자의 모양은 끝없이 다르게 출시를 할까, 한 번 생각해보라.


기무타쿠 주연의 그랑 메종 도쿄에서도 미츠히로의 유치원생 딸의 도시락을 기무타쿠가 주연한 오바나가 매일 새벽에 좋은 재료로 예쁘게 만들어줘서 반 아이들에게 인기를 얻는다.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 여기저기서 반 아이들의 입에서 ‘초 카와이~’가 터져 나온다. 우리는 예쁜 도시락을 보고 ‘와 귀여워’보다는 ‘와 예쁘다’를 더 말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볶음밥을 보고 있으면 정말 꽤나 귀엽다. 각가지 재료가 한 곳에서 볶아져 아름다운 색감을 자아낸다. 컬러에서 중후함이나 노련함보다는 재잘재잘대는 귀여움이 가득하다. 물론 볶음밥은 맥주와 참 잘 어울리지만.



오늘은 갑자기 너무 듣고 싶어진 Tony Bennett -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https://youtu.be/Ysw4svDmc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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