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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01. 2022

5월의 마지막

을 보내며



바람이 불었다. 이토록 시원한 바람이 건물의 사이를 돌아 나의 볼을 건드렸다. 오월의 마지막 바람이었다. 길거리 곳곳에는 선거에 총력을 기울이는 소음이 흩날리고 있었고 소음은 바람을 타고 주위를 맴돌았다. 주차장까지 걸어가면서 읽던 책을 펼쳐 읽으며 걸었다. 아직 ‘고탄다’는 죽지 않았지만 이제 곧 자신의 마세라티를 몰고 바다에 빠져 죽을 거리는 걸 안다. 고탄다는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떠들썩하게 지내지만 그 속에서 몹시 외로웠다. 그 외로움이 고탄다 내면의 어떤 무엇을 건드려서 키키를 목졸라 죽였을지도 모른다. 고탄다 역시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는 걸 안다. 죽음이라는 건 그렇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가까이 둘 수도 없는 것이다. 고탄다는 그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을 벌써 여러 번 읽었다. 여러 번 읽어도 질리지 않는 소설이 있다. 나도 그런 소설을 쓰고 싶다. 5월의 마지막이라고 해서 딱히 극적이거나 슬프거나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아니다. 단지 매년 5월의 마지막이 되면 6월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는데 덜 되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준비라고 해봐야 딱히 벌게 있는 건 아니다. 일 년 중 6월부터는 여름의 시작이니까 나도 여름에 맞게 나의 몸과 마음을 준비를 하는 것뿐이다. 올해는 때 이른 5월의 더위 덕분에 해변에서 홀라당 벗고 잠시 책을 좀 읽었을 뿐인데 피부가 캐러멜 색으로 변했다. 6월부터는 세상이 소설처럼 바뀐다. 물론 실제로 그렇다는 건 아니고 내가 보는 세상이 그렇게 보인다. 그 절정이 7월에 다다랐다가 8월에 정점을 찍고 조금씩 하강하여 9월이 되면 서서히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뜨거운 여름의 세상이 소설화가 되는 건 몹시 흥분되는 일이다. 집 앞의 해변의 모래가 아주 보드랍고 부드러운 모래로 변하며 태양이 기분 나쁠 정도로 뜨겁고 밝아서 세상의 모든 축축함을 바짝 말려 버릴 것 같다. 이 여름의 소설화가 좋아서 여름만 지속되는 하와이 같은 곳에서 일 년 열두 달 내내 소설적으로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치 영화 ‘마지막 액션 히어로’에서 영화 속의 잭 슬레이터의 세계처럼 말이다. 영화 속에는 메가데스의 Angry Again이 흘러나온다. 멋지다. 뿐만 아니라 AC DC, 데프 레파드, 테슬라, 에어로스미스의 음악이 심장을 두드린다. 그야말로 소설적인 영화다. 비현실이며 초현실이고 비규정적인, 그런 날들이 6월부터 이어진다. 5월의 마지막이 되면 좀 더 마지막이고 싶다. 5월의 그린 향기, 짙어지기 전의 녹음과 오월의 바람, 그리고 5월 내내 간직했던 추억을 마지막까지 향유하고 싶다.

 

5월의 색감. 노랗고 노란 기분 좋은 노랑
평온하고 평화로운 5월
노랑이다
전혜린의 책



사진들과 어울리진 않지만 박살 나는 메가데스의 앵거리 어게인을 한 번 https://youtu.be/gXLY1Svt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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