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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20. 2022

하찮은 일상 2

하찮게 흘러가고 싶어



주차장 샛길에 너저분하게 깔려 있던 쓰레기들이 싹 사라졌다. 쓰레기가 없으니 주차장 샛길이 갓 알에서 부화한 새끼 새 같았다. 깨끗하고 아직 세상이 뭔지 모르는 새끼 새 마냥 귀엽게 보였다. 샛길은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의 넓이이며 맞은편에서 사람이 온다면 서로 몸을 돌려 비스듬히 지나쳐야 한다.


폭염이었을 때 한 달 가까이 이 샛길에 쓰레기가 하나둘씩 떨어지더니 며칠 전까지 아주 더러웠다. 사진을 찍으려 하다가 그만두었다. 사진은 기록을 하지만 상상을 방해한다. 쓰레기는 사람이 오가는 횟수가 적은 곳에도 늘어난다.


쓰레기라는 건 생각해보면 벌어들이는 돈이 평소보다 적어도, 움직이는 활동량이 적어도 나오는 쓰레기 양은 언제나 비슷하다. 한 건물에 가게가 5군데가 있을 때 나오는 쓰레기 양과 두 군데의 가게가 나가고 비었어도 나오는 쓰레기 양은 비슷하다. 쓰레기는 그런 것이다.


10명이 뱉어내는 쓰레기 양과 5명이 쏟아내는 쓰레기 양이 비슷하다.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쓰레기란 그런 것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쓰레기 섬이 한반도 만하다는 말에 수긍이 간다.


얼마 전에 인도의 공포영화 구울을 봤고,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넷플릭스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로 나온 것도 봤는데, 괴물들이 잔뜩 나오고, 구울이 나오고, 사람을 잡아 뜯어먹고, 개에  혈액이 마구 변형을 하고. 무서운 공포영화인데  속을  벌리면  지구상에 가장 무서운  바로 인간이더란 말이다.


쓰레기가 그런 것처럼 인간도 그렇다. 근간에 아기가 운다고 비행기에서, 아이가 시끄럽다고 기차에서 난동을 부린 사람을 봐도 그렇고 인간이 가장 무섭고 쓰레기 같다. 이 둘을 합치면 바로 ‘인간쓰레기’가 된다. 어제는 일하는 건물의 번영회 회장이 탄원서를 해 달라며 직접 오지 않고 밑의 직원이 왔다.


간단히 말하자면 회장은 건물에 세든 세입자들과 전부 등을 돌리고 적으로 몰고 있으면서 뭔가 일이 터지면 세입자들에게 탄원서 같은 걸 구걸한다. 하지만 직접 오지 않는다. 이미 회장과 같이 일했던 사무실 직원들과 기계실 직원들이 몇 번이나 바뀌었다. 갑질, 슈퍼갑질에 치를 떨며 나갔다. 여름에 마지막으로 대리가 견디지 못하고 나가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천장의 물이 새는 건으로 5시간이나 회장이 실장을 불러서 로비에서 소리를 치고 욕을 하는 것을 들었다. 녹음을 하다가 그냥 지워버렸다. 5분 정도 하면 되는 말을 어째서 5시간이나 할 수 있을까. 2시간은 그냥 차렷 자세로 큰 소리로 욕을 하는 것이고 3시간은 천장에 새는 물을 공사하면서 욕을 했다.


나는 저녁에 건물을 나왔기에 5시간이라 말하지만 실은 내가 건물에서 나오고 난 후에 아마도 밤 10시까지 지속되었을 것이다. 실장에게 욕을 하며 했던 말을 간추리면 여기 세입자들에게 잘해줄 필요가 없다, 는 말이었다. 세입자들과는 싸우더라도 친하게 지낼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회장이 관리비 문제로 4층의 어느 사무실 문을 따고 들어갔다가 그 세입자가 주거침입으로 고발을 한 모양이었다.


그런 문제로 탄원서를 써 달라고 찾아왔다. 매번 그렇다. 벌써 몇 년 전 이야기지만 일 잘하던 수더분하던 기계실 직원의 정강이를 발로 차며 욕을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는 참고 견디며 일을 하다가 결국 떠나고 말았다.


탄원서를 받으러 왔던 여직원은 나에게 설명을 하는 와중에 어떤 사람에게 전화를 받았는데 아마 회장과 무슨 문제로 인해 싸우는 사람이 회장에게 연락이 되지 않아 여직원에게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여직원도 저는 그 부분은 잘 모른다, 회장님과 어쩌고 하더니 왜 저에게 소리를 지르냐,며 복도로 나가서 전화를 한참이나 받더니 들어왔는데 지옥 같은 매일을 보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전화를 받는 동안 탄원서를 훑어봤더니 회장과 사무실 직원들만 탄원서를 작성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나는 왜 이런 곳에 징징 거리며 일기 같은 글을 쓸까. 인간쓰레기는 주위에 늘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심각한 꼰대처럼 타인의 말을 듣지 않고 공감능력이 제로이며 자신이 하는 말이 옳다며 했던 말을 계속하는 인간쓰레기. 그런 사람은 이상하지만 권력도 쥐고 있다. 그래서 주위의 사람들이 쉽게 덤벼들지도 못한다.


모처럼 만에 주차장 샛길에 쓰레기가 싹 없어졌다. 인간쓰레기도 많지만 인간이 더 많기 때문에 인간들 속에 숨어서 살아가려면 쓰레기는 될 수 있으면 쓰레기통에 버리도록 해야겠다.



오늘의 선곡은 내용과 너무 어울리지 않지만 노랫말이 너무 예쁜 김광석의 '너에게' 로이 킴 버전으로 https://youtu.be/Y-u7KBjJdw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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