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를린의 손길 9

소설

by 교관


9.


우리 인간을 힘들게 하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어쩌면’이다. 어쩌면 될 것이다. 어쩌면 가망이 있다. 어쩌면 만나줄 거야, 같은 불안한 희망 같은 ‘어쩌면’이다. 이 ‘어쩌면’이 쌍둥이와 최지은 씨를 버티게 만들었다.


최지은 씨는 없는 시간을 쪼개서 모임에 참석을 하여 영어도 배우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도 쌓아 올리는 것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쌍둥이도 그랬다.


여러 사람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 그게 안 되는 사람이 그걸 해야만 하는 장소는 너무나 큰 스트레스며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팔을 뻗어 그 안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보호받으며 자란 사람들이 내가 안을 수 없는 사람들의 험악한 반응에는 훈련이 되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경험을 통해서 차츰 나아지지만 그렇지 못하고 더 작아지는 사람도 있다. 최지은 씨와 쌍둥이가 그에 속했다. 타인과 자연스러운 만남에 영어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어쩌면 나도'


쌍둥이는 둘이 같이 붙어 다니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러나 혼자서 다니다 사람들의 눈초리를 받으면 어쩔 줄 몰라하며 땀을 흘린다. 쌍둥이는 몸이 160킬로그램이나 나가는 거구였다. 키도 그렇게 크지 않아서 더 뚱뚱하게 보였다.


쌍둥이와 따로 만났을 때 나에게 그랬다. 이상하게도 많이 먹지 않는데 살은 계속 찌고 덩치가 커진다고. 그게 쌍둥이 두 사람의 공통된 고민이었다. 쌍둥이는 정말 많이 먹지 않았다. 그런 유전인자를 타고났을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그들의 사정 같은 건 관심이 없다. 눈에 보이는 그 뚱뚱한 모습을 구경하듯 쳐다볼 뿐이다. 부모님은 쌍둥이에 비해 그렇게 몸이 크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호리호리한 편이라고 했다. 두 사람에게는 이 뚱뚱한 호르몬이 흐르고 있어서 타인과의 관계가 힘들기만 했다.


똑같이 생긴 두 사람이 똑같이 뚱뚱하니 더 자존감이 낮아져만 갔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쌍둥이는 늘 같이 붙어 다니게 되었다. 소극적인 쌍둥이지만 우리 모임에는 늘 적극적이었다.


모임에서만큼은 잘 웃었고 성경책을 영어로 읽을 때 목소리도 청량했다. 두 사람은 유학을 하고 와서 그런지 영어 발음도 좋았다. 모임을 재미있어했고 미소가 많았고 또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한 마디로 모임이 편안했던 것이다. 쌍둥이는 자신들도 그 점이 신기하다고 했다. 메를린이 그렇게 이끌었기 때문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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