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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28. 2023

맛있는 음식은

 왜 다 몸에 안 좋아?


나를 비롯해서 사람들의 습성? 습관? 또는 버릇 중에 묘한 것이 있다. 우리는 도로를 건널 때 대부분 사선으로 건넌다. 그래서 도로에서 사고가 많이 난다. 건널목이 있으면 훈련된 동물처럼 우리는 건널목으로 잘 건넌다. 건널목은 직선이다. 사선이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건널목이 없는 도로에서 우리는 늘, 언제나 기가 막히게도 사선으로 건넌다.


직선으로 건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8차선 같은 넓은 도로는 직선으로 건넌다. 그러나 4차선 정도의 도로는 어김없이 사선으로 건넌다. 인간은 얼굴도 다르고, 옷 입는 스타일도 다르고, 키도 다르고, 귀모양도 다르고, 손톱도 다 다르다. 그런데 비슷하게 행동하는 건 이상하지만 비슷하게 행동한다.


대학교에서 캠커가 되면 두 사람은 비슷해지기 위해 노력을 한다. 커플티를 입고 커플 신발을 신고 애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이전에는 보지 않던 영화도 애인이 좋아하면 같이 보게 된다. 그리고 행동도 비슷해진다. 아이가 태어나서 걷고 말하게 되면서부터 아이는 엄마가 하는 행동이나 말을 따라 하게 된다.


이렇듯 우리 각각은 전부 다른 생각과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비슷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제각각인데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은 - 세상의 대명제, 몸에 안 좋은 음식은 왜 다 맛있나. 그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건강에는 안 좋지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파는 식당에는 제각각의 사람들이 앉아서 같은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고 있다.


건강에 나쁜 음식은 어째서 죄다 맛있을까. 사람들은 모두 그 사실을 알지만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비슷하게 행동을 하게 된다. 짜장면이 앞에 있는데 고개를 돌려버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온몸에 기름칠을 잔뜩 하고 기름 속에 풍덩 들어갔다가 나와서 기름마저 줄줄 흐를 것만 같아서 맛이 없을 것 같은데, 거기에 마요네즈 이 죽일 놈의 마요네즈까지 쭉 뿌리면 더 맛이 없을 것 같은데 맛있어도 너무 맛있는 이 상황이 주옥(빨리 읽어야 한다) 같다. 계란스크램블을 곁들였다. 계란 스크램블 만으로도 맛있는데 이 건강파괴음식과 함께면 더할 나위가 없다.


건강에 좋으면서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은 비싸다. 맛있지만 비싸다. 그래서 부자들은 날씬하며 그 몸을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삼계탕은 참 맛있는 음식이지만 고칼로리 음식으로 분류되고 몸에 썩 좋지 않은 음식이라고 여기저기서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삼계탕은 복날에나 찾아먹는 음식으로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삼계탕은 팩으로도 나오기 때문에 그저 데워서 먹기 좋게 만들어 놨다.


한국의 닭을 꽉 잡고 있는 거대한 기업은 예전부터 데워먹는 삼계탕을 미국에 수출하려고 노력을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10년 동안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런데 수출의 문을 두드린 지 10년 만에 미국 땅에 팩으로 된 삼계탕이 들어가게 되었다. 미국의 마트 여기저기서 그저 데워서 먹을 수 있는 삼계탕이 팔리기 시작했다.


삼계탕은 데우면 고기와 함께 수프까지 먹을 수 있어서 다른 미국 음식에 비해 든든하다. 이처럼 하나로 배를 채울 수 있는 삼계탕은 미국인들 중에서 흑인들, 그것도 날씬하고 상류층의 흑인들이 아니라 거대한 몸집의 노동자 내지는 빈민층의 흑인들이 먹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렇게 저렴하게 고기와 수프까지 먹을 수 있는 삼계탕을 선호했다. 미국은 정부 차원으로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꽤 되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걸 느끼는 부분에서는 비슷하게 느낀다. 건강에 좋지 않은 건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건강에 좋은 음식 위주로 먹어야 하고, 도로를 건널 때는 건널목으로 건너야 한다고. 하지만 인간이기에 비슷하게 이런 명제를 어기게 된다. 오늘 건널목이 없는 4차선의 도로를 건너는 사람이 있다면 함 보라, 아마 대부분 사선으로 건널지도 모른다. 그리고 점심으로 짬뽕이 얼마나 맛있는지 우리는 안다.




오늘의 선곡은 트랙스의 가슴이 차가운 남자 https://youtu.be/MBMnv3ZW6b4 

HANKOOK N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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