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앤 세이 굿바이
노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감동을 주는 기묘한 관념? 은유? 여하튼 그렇다. 우리는 다 알고 있는 관념이지만 막상 그게 뭔데?라고 물으면 딱히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들이 존재한다.
시간이 그렇다. 시간이 뭔지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시간이 뭐야?라고 물으면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빛도 그렇다. 빛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빛이 없으면 인간은 살지 못한다. 그러나 빛이 뭐야?라고 묻는다면 바로 대답을 하지는 못한다. 과학자들은 과학적으로 바로 대답을 할지도 모르지만.
노래 역시 그렇다.
노래가 뭐지?
노래는 말이야 시에 음을 붙인 거야. 그래서 가장 빨리 감격하게 되고 감동을 줘.
노래라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다. 안 좋은 노래도 있다. 또 순전히 개개인의 내면에 작용하기 때문에 순전히 개인적이어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다른 사람이 좋아할 수는 없다. 노래는 참 이상하게도 오래전에 나온 노래라고 해서 싫증이 나거나 요즘과 맞지 않아서 듣기 싫어! 하지도 않는다.
요즘도 맨하탄스를 계속 듣는데 질리지가 않는다. 게다가 이렇게 학창 시절에 구입한 카세트테이프를 아직도 듣고 있는데 늘어지거나 음이 이탈하거나 하는 부분도 없다. 맨하탄스의 앨범을 듣고 있으면 중학생 시절이 떠오른다. 나는 그때 분명 세상을 갈아먹어 버릴 것 같은 시끄러운 해비메틀을 줄곧 들었는데 그 사이에 맨하탄스가 들어왔다.
샤이닝 스타는 무려 66년의 곡이다. 담배 연기 가득한 실내의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녹색빛깔의 술을 마시며 들으면 좋을 노래다. 이토록 화음이 좋을 수가 있을까. 중학생 때 자주 들락거렸던 음악감상실의 디제이는 지방 라디오에서 음악 방송을 하고 있어서 음악에 대한 정보가 많았다. 그에게서 듣는 팝스타들의 가십은 나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국사나 물리는 아무리 공부를 해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 팝스타들의 이야기는 한 번만 들으면 절대 잊히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너무나 재미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다가 76년에 그 유명하고 유명한 ‘키스 앤 세이 굿바이’를 냈다. 첫 시작을 알리는 묵직한 랩은 맨하탄스의 확고한 스타일을 말해준다. 나는 고등학교 때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카페의 주인이 늘 가요만 틀었는데 주인이 없을 때 나는 맨하탄스의 키스 앤 세이 굿바이를 틀곤 했다. 그래서 요즘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일들이 떠오른다.
이 노래는 이별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첫 시작이, 오늘이 내 인생에 가장 슬픈 날이 될 것 같아요. 오늘은 당신에게 조금 안 좋은 소식을 들려주려고 해요. 라며 죽 이어지는데 묵직한 랩으로 시작을 한다.
맨하탄스의 화음은 기가 막힌다. 맨하탄스의 성장과 배경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죽겠지만 요즘은 복고맨 같은 음악 전문 유튜브 채널에서 어지간한 팝 스타들에 대해서는 다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나처럼 뇌피셜로 떠드는 건 의미가 없어졌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주로 음악 감상실의 디제이나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를 나의 방식대로 확장시켜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다 보면 펙트 와는 조금 멀어지는 감이 있다.
그 덕분인지 학창 시절에는 주위에 몇몇이 꼭 붙어 있었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교실 뒤에서 유행가요에서 벗어난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며 공유하는 아이들은 꼭 있었다.
온통 헤비메탈이 가득한데 맨하탄스가 그 사이에 끼어들더니 라이쳐스 브라더스, 맨하탄 트렌스퍼, 보브 딜런, 제니스 이안 같은 가수들의 노래들을 들었다. 뭔가 하루종일 음악만 듣고 있었던 적도 있었고, 음악만 들어도 좋아,라고 생각했던 시기였다.
지나서 생각해 보면 이렇게 학창 시절에 공부는 뒷전이고 당구장이나 오락실보다 레코드 가게나 음악 감상실을 들락거리며 음악이나 매일 들으며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으면 지금은 음악 평론가가 되어 있거나 음악을 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나는 그동안 뭘 했나 싶다. 그런 생각을 하니 좀 우울하네.
어쨌거나 맨하탄스의 노래는 명곡에 속하니까 한 번 들어보자. 좋아 죽는다.
키스 앤 세이 굿바이 https://youtu.be/wtjro7_R3-4
샤이닝 스타 https://youtu.be/I_sxBUOR0K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