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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10. 2023

봄이면 듣게 되는 노래

아이묭



눈을 제대로 뜰 수 없고

조금은 부옇고

햇살의 냄새가 나는,

그래서

눈을 아무리 비벼도 보이지 않는 세계

바야흐로 봄이다.


봄은 익숙하지 않은 옷을 꺼내 입고 신발을 신고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다른 누구도 아닌 너의 ‘안녕, 오랜만이야, 그 옷 잘 어울리네’가 듣고 싶은 계절이다. 기묘하게도 봄이면 듣게 되는 노래, 듣고 싶은 노래들이 있다.


좀 더 따뜻해지면 벚꽃이 예쁘게 피겠는 걸

프리지어가 피겠구나

눈을 초승달로 만드는 바람이 불겠구나


코를 간질이는 것들과

아지랑이 같은 것들이

여기 작은 바다에도 한가득이겠구나


봄이 어서 오고

나면

변하지 않을 절대적인 것에서 가끔 서럽다


봄이면 언제나 봄을 타게 되고 봄처녀 바람나듯이 기묘하고도 기이한 기시감에 사로잡힌다. 아이묭의 노래를 듣자. 아이묭의 모든 노래가 이렇게 좋을 수가 있다니. 아이묭이 부르는 노래는 내가 좋아하는 모든 요소가 들어가 있다. 기타 연주와 록이 한가득이다. 라이브가 음반보다 더 좋다. 그리고 내가 잃어버리고 살아온 모든 것들을 다시 살려준다.


아이묭의 노래를 들고 있으면

누군가의 품에 살았던 날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 사람의 조금은 차가운 손을 잡고 주머니에 넣어 빗속을 걸었던 때가 생각난다.

우리는 둘이서 하나가 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모습으로 나란히 걷는 방법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정말 언제까지나 이대로 멈추어 있을 것만 같았다.

메리골드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너는 록을 듣지 않아는 나의 추억을 맡을 수 있게 한다.

추억이란 가슴 저 안쪽에서 나를 따뜻하게도 하지만 마음 한 부분에서는 칼로 도려내는 듯 아프게도 한다.

봄의 기적처럼 아이묭의 노래가 내게로 왔다.

아이묭의 목소리는 바다와 같아서 마르지 않는 봄비처럼 이 하늘을 덮어준다.


메리골드 https://youtu.be/tq9Y62uJUfU

워너뮤직코리아 (Warner Music Korea)



너는 록을 듣지 않아 https://youtu.be/ihhdNqG32cw

직키(Zick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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