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수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Mar 09. 2023

도박중독이었던

도스토예프스키

도스토예프스키는 가정사가 어두웠다. 아버지가 의사이긴 했는데 약간 사이코 의사였다. 아버지부터 도박 중독이었다. 치료비 받은 돈을 전부 도박으로 날려 버렸다. 가난도 전염이 된다는 것에 집착하는 아버지였다. 가난도 질병이라 유전자를 타고 전염이 된다고 믿고 있었다. 절대로 돈이 없어 보이면 안 된다고 해서 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옷이나 남들에게 보일 때 비싼 장신구로 치장을 하고 다녔다. 그런 모습을 보고 도스토예프스키가 자랐다. 아버지가 도박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으니까 아들인 도스토예프스키도 조금씩 도박을 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자서전에는 아버지가 가족에게 돈을 한 푼도 가져다준 기억이 없다고 했다. 20대 초반 때 노동자 농민 해방 운동을 했다. 해방 운동을 하다가 잡혀간다. 보통 농민 해방 운동을 하다가 잡혀가면 기껏해야 5개월 정도 살다가 나오는 거였는데 이상하게도 도스토옙에게는 사형선고가 떨어진다. 너무나 놀란 도스토옙. 나 죽는 거야?


그래서 시베리아로 끌려가서 실제 사형집행 순간까지 오게 된다. 눈은 안대로 가리고 팔은 뒤로 묶여서 사형수처럼 끌려 온다.

집총 차렷!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발포하려는 찰나 누군가 달려와서 황제폐하가 사면복권해 주었다,라고 한다. 모두 다 알겠지만 니콜라이 황제가 도스토예프스키를 가지고 논 것이다. 봐라 백성들아 나 니콜라이 황제는 이렇게 너그러운 인물이다스키~


쇼를 한 것이다. 이게 니콜라이 황제 자신에는 쇼였겠지만 도스토예프스키에게는 혼이 탈출하는 엄청난 쇼크인 것이다. 자서선에는 집총 발사 하는 순간, 나에게 5분만 더 있다면 그 1초를 백 년 같이 살 수 있는데.라고 적었다. 니콜라이의 이 쇼에 도스토옙의 뇌가 충격을 강하게 받은 것이다.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도스토옙은 도박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완전히 도박중독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돈은 따지 못하고 전부 잃어버리니까 도박할 돈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도스토옙이 무엇을 했냐면 여러 출판사를 다니며 전부 원고 계약을 해버린다. 원고료를 미리 당겨 받아서 도박을 해버린다.


여기서 잠깐, 우리가 도스토옙의 소설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문장이 아주 길다. 심지어는 한 문장이 한 페이지를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그 당시에는 원고료를 글자수대로 쳐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빽빽하게, 길게, 미친 듯이 계속 쓴 것이다. 도스토옙은 이걸로도 도박할 비용을 마련하는데 모자라서 속기사를 고용해서 글을 썼다. 그때 안나라는 20대 초반의 속기사를 고용을 한다.


도스토옙이 웅얼웅얼 말을 하면 안나가 엄청난 속도로 받아 적었다. 그렇게 해서 만든 히트작 제목이 ‘갬블러’이었다. 도박꾼이라는 말이지.

안나, 오, 좋아, 더 빨리, 더 빨리 적어라.

그러면서 도스토옙은 이 안나라는 여자와 눈이 맞아서 결혼을 하게 된다. 나이차이가 25살이 났다. 그런데 이 안나가 겜블러를 쓰면서 도스토옙의 도박중독을 알아봤지만 말리지 않았다.


안나! 원고료 들어온 걸 안다! 빨리 돈 내놔! 도박해야 해!


보통의 아내들과는 달리 안나는 모든 돈을 다 내준다. 포커 치라고, 도박하라고. 지금 내가 말린다고 말을 들을 사람도 아니고 3주 치 도박을 하고 돈을 잃으면 또 3주 치의 원고를 쓰면 된다고 안나는 생각 했다. 안나가 가지고 있는 목걸이 귀걸이까지 전부 다 팔아서 도스토옙의 도박비에 쓴다. 안나가 쓴 글에 ‘도박은 지금 내가 하지 말라고 해서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건 병이다, 내가 우리 남편 병을 고쳐주겠다’라고 했다. 도스토옙은 안나의 폐물까지 다 날리고 집에 편지를 보낸다.


미안해 여보,

또 날렸어.


이렇게 편지는 시작한다. 하지만 도박을 끊겠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면 안나는 어떻게 돈을 마련해서 준다. 그렇게 해서 도박 자금을 더 벌기 위해서 쓴 소설이 '죄와 벌'이다. 이 소설에 주인공이 자신의 물건을 전당포에 맡기는 심정이 나오는데 도스토옙 자신의 이야기다.


아무튼 이 짓을 십 년 정도를 한다. 안나가 돈을 마련하고, 남편이 도박비로 날리고, 또 안나가 어떻게든 돈을 마련하고, 돈을 날리고. 이 비극적인 무한굴레를 십 년이나 간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안나가 도박비를 건네주면서 이게 남은 마지막 돈이라고 한다. 이제 더 이상 팔 것이 없다, 이거 팔면 아들과 나는 굶어 죽고 말 거야. 하지만 그 돈까지 도박으로 날려 버린다.


그리고 정말 어린 아들이 두 달 동안 굶는다. 거기에 도스토옙이 충격을 받는다. 그때 처음으로 정신을 차리고 안나에게 무릎을 꿇고 이제 어떻게 하지? 그러자 안나가 우리 세 가족이 다 살려면 재정권은 자신에게 달라고 한다. 그러면 내가 가족을 살리겠다. 그리고 안나가 재정권을 가지고 간 후 처음으로 한 일이 출판사를 차려 버린다. 그리고 처음으로 돈을 벌어서 2층집을 마련한다. 그 집에서 도스토옙이 쓴 마지막 소설이 바로 이 책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었다. 이 소설을 쓴 후 도스토옙은 한 달 뒤에 죽는다.


남편이 죽을 때 안나는 고작 서른 살이었다. 다른 사랑을 할 수도 있지만 안나는 남편의 명예를 지켜준다며 재혼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도스토옙의 작품들을 모아서 2층 양옥집에 전부 전시를 한다. 문학전시관을 만든다. 그리고 안나는 죽을 때까지 문학센터를 관리를 한다.



고흐의 제수씨 요안도 떠오른다. 사회성이라고는 1도 없는 고흐를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 준 장본인도 테오의 부인 요안나였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777



오늘의 선곡은 돈맥클린의 빈센트 https://youtu.be/Ooi2yP_v9IM

유정인
매거진의 이전글 수육에 양배추김치면 어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