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도 그랬으면
서늘하고 통쾌한 문동은의 복수가 끝났다. 더 글로리 시즌 2가 저세상의 인기를 끌면서 예전에 올렸던 문동은에 관한 나의 글도 검색이 많이 되었다. 그때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이런저런 추측을 하기도 했는데 다 틀려 버렸다. 어떤 사람은 주여정이 박연진의 얼굴 피부를 벗겨내서 문동은의 얼굴로 만들어서 내내 살게 한다는 복수극을 말하기도 했다. 정말 사람들의 상상력은 너무 멋진 것 같다.
시즌 1을 보며 시즌 2의 추측이 난무하는 글 https://brunch.co.kr/@drillmasteer/3443
근데 글로리에 나오는 주인공들 몸들은 왜 그렇게 다 좋은 거야. 이 녀석들 운동하는 모습이 1도 안 나오는데 하루 종일 운동하는 짐종국이나 윤성빈만큼은 아니지만 너무 몸이 좋다.
전재준도 몸 멋지고, 그저 깡 말랐을 것만 같은 손명호는 뭔데, 풍만하게만 보였던 최혜정은 또 뭐고(그래픽이라 할지라도). 하도영은 건설회사 대푠데 권투 하는 거 봤지. 물병 내미는 문동은 안아주는 주여정은 달콤 달콤하고.
학폭이 일어났을 때 피해자는 상처받고 폭력이라 하는데 가해자는 즐거움이라 한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했는데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인간에게는 원래 좋다 와 싫다의 개념만 있었다. 애초에 옳고 그름이 없었다. 내가 좋으면 좋은 것, 싫으면 싫은 것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타인에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하는 의식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노예제도가 생기면서 노예의 입장에서는 좋다 싫다가 아니라 주인이 하는 행동이나 말, 의식이 옳고 그름으로 보였다. 니체는 이런 관념이 왜 생겨났을까 의문을 가졌다. 그랬더니 이 모든 것들이 기독교가 생겨나서 옳고 그름이 인간이 판단하게 된 거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옳고 그름을 나눠서는 안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옳은 것이 너에게는 그른 것이 될 수 있으니까.
이 옳고 그름이 기독교 때문에, 하느님이라는 매개를 통해 옳고 그름을 임의로 나누는 것이다. 당하는 쪽은 그른 것이라 여기지만 행하는 쪽은 옳은 것이라 여긴다. 주인은 노예들이 더럽다고 하지만 노예는 소박하다 여겼다. 그래서 니체는 신이 죽으면 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여겼다. 인간이 인간을 옳고 그르다고 판단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그나저나 학폭 복수극 감독도 학폭에 연루되어 있다니.
현실 학폭은 영화나 드라마의 수위를 넘는다는 건 누구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이 되었다. 중학생들은, 이제 어린이를 벗어난 애들이 학폭을 저지를 때 카카오 비번을 빼앗는다. 그래서 가해자 아이들이 보이지 않아도,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피해자는 피가 마르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얻는다. 물론 부모에게 말하지 못하고 선생님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도 학폭이 있었을 텐데 우리는 잘 몰랐다. 하지만 나는 1학년 때 한 번 일진무리에게 학폭을 당한 일이 있었다. 그날은 집으로 가는데 우리 학교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일진 아이들이 나를 운동장 뒤편으로 불러냈다. 5명에게 빙 둘러싸여 제일 잘 치는 일진에게 폭행을 당했는데 그 녀석은 악대부였다. 우리 학교에서는 가장 무시무시한 일진애들이 있는 곳이 악대부였다.
일진무리는 원래 같은 학교 애들은 잘 건드리지 않았다. 우리 옆 학교에 축구부가 있었는데 학교 일진무리는 그 학교 축구부애들과 배틀을 붙었다. 그럴 때는 정말 무서웠다. 각목 같은 것도 사용하고 얼굴이 터지기도 했다. 우리 학교에는 양궁부가 있었는데 학교 대 학교로 주로 결투를 했다. 패싸움인거지. 그래서 학교 샘들과 경찰들이 골치를 앓은 적이 있었다.
같은 학교 애들을 건드리는 애들은 일진이 아니라 그 밑의 애들. 한 단계 밑의 애들이 같은 학교 애들을 건드리거나 브랜드 신발이나 점퍼 같은 것을 빼앗았다. 그런데 내가 일진무리에게 폭행을 당한 것이다. 일진애들이 일 학년 애들이 들어오면 그중에서 일진에게 위협적으로 보이는 애들을 초반에 잡는데 기묘하게도 내가 거기에 들어간 것이다.
내가?
나는 중학교에서 정말 먼지처럼 지냈고 지금까지 사람을 한 번 때려본 적이 없다. 그런데 내가 일진 애들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일학년으로 찍혔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이유가 붙은 것은 나의 머리가 길어서였다. 대부분 그때 머리가 짧았다. 우리 학교는 재단 이사장의 파워가 막강했는데 이사장이 남자 고등학교에 다니는 애들은 머리가 길면 안 된다는 거였다.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머리가 길었는데 동네 친구의 큰 누나가 미용실에 일을 하게 되어서 나의 머리를 만져 주었는데 그게 뭔가 아이들과 너무 달랐던 것이다. 나 혼자 튀었다. 그 때문에 내가 일진무리를 위협하는 그런 인간으로 찍혀서 한 번 폭행을 당했다.
게다가 나는 학교에 들어오자마자 사진부에 들어갔는데, 학교 내에서는 악대부, 양궁부, 사진부의 클럽 활동을 하는 애들은 좀 그랬던 것이다. 나는 이제 1학년이라 그런 세세한 것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선배들이 무시무시했던 것이다. 내가 사진부에 들어간 것은 사진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클럽활동 홍보를 하러 선배들이 교실에 들어왔을 때 내 옆 짝꿍이 손을 번쩍 들어서 나를 가리키며 얘가 사진부에 들어가고 싶다는데요?라고 해버려서 들어가게 되었다. 거참.
나는 그 뒤로 다른 아이들처럼 머리를 짧게 깎았다. 그랬더니 기가 막히게도 너무나 평면적인 인간이 되었다. 도저히 내가 뭔가를 할만한 아이가 아닌 것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다 알 수 있었다. 정보력이 똥망이었던 일진무리는 그 뒤로 나에게 사과를 했다.
그 후로 졸업할 때까지 일진애들이 우리를 건드리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 내 짝꿍은 울릉도에서 와서 우리 집에서도 잠을 자고 울 엄마가 해주는 밥 달라고 하는 등 우리와 친하게 지냈는데 이 녀석이 일진이라서 이 녀석의 하숙방에 가면 매일 밤 일진애들이 와서 담배를 피우며 모종의 모임을 가졌기 때문에 학폭과는 거리가 먼 고딩생활을 하며 보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라는 영화가 있다. 일본의 영화인데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를 한 영화다. 천우희와 임시완이 주연이다. 영화는 잘 만들지는 않았지만 재미가 없지는 않다.
임시완은 섬뜩한 연기는 이제 갑인가.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착하게 나오는 주인공인데도 섬뜩했는데 이제는 완전한 무시무시한 싸패의 모습으로는 정말 갑인 것 같다. 곧 나올 영화에서도 그렇고 미친년의 갑은 전종서고 섬뜩섬뜩 개섬뜩은 임시완이 갑이다.
진짜 무서운 임시완에 비해 연기 잘하는 치와와를 닮은 천우희가 여기에서는 좀 그래. 이 영화에서도 경찰은 너무나 무능하게 나온다. 한국 버전은 원작에서 손가락으로 몇 번 두드려서 비번 푸는 것보다 낫지만 또 원작을 재미있게 봐버린 나로서는 한국 버전이 좀 아쉽네.
스마트폰을~ 2를 제작한다면 총을 맞고 죽을 뻔한 임시완이 총알이 심장을 비켜가면서 병원에서 살아나는 것이다. 혼수상태에 빠져있다가 1년 만에 깨어나 몸을 회복하는 도중에 병원을 탈출한다. 그리고 또다시 스마트폰을 줍게 되는데 하필 스마트폰 주인공이 학폭을 가하고 아버지는 검사에 나는 부모 잘 만나 잘났다,라며 검사는 뇌물 받는 직업이며, 판사하고 친하면 어떤 범죄를 지어도 금방 풀려난다는 놈이다.
임시완은 싸패이기 때문에 폰 주인이 금수저 건 학폭 가해자 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점점 생활이 망가져 가는 학폭 가해자 녀석은 아버지를 대동해서 임시완을 잡으려 한다. 하지만 쉽게 물러서지 않는 핏불 같은 임시완은 가해자 아버지부터, 할아버지가 초대 국회의원까지 지내며 권력을 행사했는데 할아버지도 비리를 다 드러내서 법무부장관과 대통령까지 자리를 위협한다. 하하핳
가해자 엄마는 아들에게 학폭을 했을 당시 반성문과 서류 작성하는 법을 알려줬는 만큼 죄 많은 아들내미 사랑으로 지켜낸 장본인으로 섬뜩한 눈을 가진 임시완에게 호되게 당한다. 싸패와 상대하는 가해자 집안, 검사와 싸패의 대결을 그린 이야기로 스마트폰~ 2가 나오면 너무, 정말, 미칠 듯이 재미있을 것 같다.
현실에서 학폭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고, 전 세계의 모든 나라의 학교 내 따돌림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그래서 솔직히 이런 복수가 좋다. 근절될 수 없으니 서늘하게 복수를 하는 것, 법으로는 처벌이 거의 가능하지 않기에 이런 복수극이 나온다. 우리는 우리와 다르면 무서울 정도로 그 사람을 비난하고 배척하고 따돌린다. 학교 내에서나 이렇지 실은 회사에서는 더 할 것이다.
오늘의 선곡은 한국이 사랑하는 미카의 요요 https://youtu.be/5_cupZfVs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