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어때'하는 마음
요즘은 케이크를 받거나 하면 걱정부터 하게 된다. 이 달달한 걸 어째 다 먹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케이크가 예전처럼 귀한 음식도 아니다. 생일에나 맛볼 수 있는 그런 음식이 더 이상 아닌 것이다.
빵에는 어마어마한 설탕이 들어간다. 아무 맛도 안나는 식빵에도 설탕이 들어간다. 바카스 한 병에는 각설탕 12개가량의 설탕이 들어간다고 하고, 한식에는 거의 백 프로 설탕이 들어간다. 바카스를 마시면 약간 기운이 나는 것 같으면서 기분이 좋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성석제 소설 '투명인간'을 보면 60년대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하면 좀 사는 집에서는 설탕물을 대접했다. 그러면 선생님은 한 컵 들이키고 땀을 닦으며 잘 마셨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예전에는 그만큼 설탕이 귀했다. 아주 거슬러 올라가면 유럽에서는 이 설탕 때문에,,, 까지만 하고. 이렇게 귀한 감미료 설탕이 요즘은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그래서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요즘에는 환영받지 못한다. 케이크도 마찬가지다. 케이크는 달고, 게다가 빵 보다 부피나 크기도 크고 비싸고. 아이 있는 집에 선물하면 아마 엄마입장에서 썩 반가운 음식은 아닐 것이다.
이건 단맛이 거의 없는 케이크야, 한 번 먹어봐. 해서 선물 받은 케이큰데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케이크가 아니라 지역 빵집에서 만든 케이큰데 먹어보니 정말, 이야, 단맛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설탕이 안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단맛은 거의 없다. 그런데 맛있다. 희한하네. 대충 단맛이 빠져버린 생크림 맛? 그런 맛이다. 예전에는 단맛이 많이 나는 조각케이크를 먹을 때에는 진한 커피와 같이 먹었는데 이 케이크는, 케이크를 받을 때 별빛 청하도 같이 받아서 그걸 같이 먹었다.
별빛 청하는 처음 마셔봤는데 이게 술인지, 탄산순지 뭔지 모를 그런 알코올이었다.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술이라는데 여자들이 정말 이런 맛을 좋아하는 것일까. 기업은 여자들의 마음을 너무 모르는 것 같군.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술이 아니라 술이 약하고 탄산이 들어간 술맛을 즐기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술이다.
근데 어쩌다 한 번 정도 먹는 케이크 좀 달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자주 먹는 것도 아니고, 단맛이 나지 않을 뿐 설탕이 안 들어간 것도 아니고. 설탕은 들어갔지만 설탕 맛이 나지 않게 하는 것보다 여봐란듯이 달달한 케이크라도 '뭐 어때'하는 생각이 든다.
단맛을 가리기보다, 자신을 가리기보다 있는 그대로 내보이고 선택하려면 하고 안 그럼 말어. 하는 태도가 요즘은 더 필요한 것 같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는 잘 안 되지만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내보여야 하는 그런 사람들에게는 태도가 중요하다. 거짓말로 자신을 가리고 달달한 말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태도는 이제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번에 아카데미를 휩쓸어 버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두 덩어리의 돌멩이가 나오는데 그 장면이 마음을 울린 장면이었다. 돌은 겉과 속이 같다. 인간은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 없다. 얼굴은 참 착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그 속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돌이 되었을 때는 순수하게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 되었다. 그때 하던 대화가 인상 깊었다. 진심이 느껴졌단 말이다.
보기에는 달달하지만 맛은 달달하지 않은 케이크는 뭔가 기묘하다.
맛있지만 맛이 없다.
가끔 '뭐 어때!' 하는 마음으로 지내자.
오늘의 선곡은 선미, 제시, 에드시런이 같이 부른 쉬브 https://youtu.be/DDu3ZmwqA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