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미식가 8, 5화에서
우리가 대창을 먹기 시작한 건 분명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대창이라는 부속물은 예전에는(아마도 90년대 이전에는) 버리거나 다른 용도로 쓰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창은 그냥 기름덩어리, 온전한 기름이기 때문이다. 대창을 먹는 돼지부속물로 여기기에는 뭔가가 이상했다.
그러다가 곱창을 먹을 때 대창이 끼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 대창은 곱창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했다.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부위기 때문에 거의 먹지 않았다. 그러다가 대창을 사람들이 먹기 시작하더니 기름의 고소한 맛에 중독이 되어 지금은 대창구이가 삼겹살처럼 전혀 이상하지 않는 메뉴가 되었을뿐더러 가격적인 면에서도 곱창과 나란히 서게 되었다.
예전에 신동엽이 그랬는데 대창을 먹는 것은 숟가락으로 돼지기름을 한 숟가락 떠서 먹는 것과 똑같다고 했다. 그런데 그 기름이 술과 어울리면 너무 맛있는 것이다. 기름은 고소하기 때문에 인간이라면 보통 맛있다고 느낀다. 특히 입에서 살살 녹아 버리는 돼지부속물은 인기를 얻는다.
가장 행복한 섬나라 사람들로 꼽는다면 피지가 있다. 피지 주민들은 대부분 행복하다고 한다. 그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뇌가 기름 때문이라는 한 다큐가 있었다. 피지도 한국처럼 삼겹살 같은 기름이 붙은 고기를 많이 먹는다. 우리와 다르게 그들은 기름을 큰 솥에 끓여서 거짓말 좀 보태서 정말 마시듯 먹는다. 고소하니 얼마나 맛있을까. 그 덕분에 피지 사람들은 대부분 드럼통 같은 몸매를 지니고 있다. 그들의 뇌는 이 기름 때문에 아주 행복하다고 한다. 배가 불러 편안하게 누워서 하루를 보내게 한다.
피지는 원래 고기가 없는 나라, 생선과 채식만 하던 나라였지만 한국의 삼겹살과 유사하게 기름이 많은 양뱃살을 먹기 시작하면서 당뇨병과 성인질환, 비만율이 급증하고 있다. 호주에서 먹지 않는 양뱃살을 수입해 먹는 나라가 피지다. 최근(2015, 2016) 피지섬은 비만율 40%, 당뇨 30%로 급증했다.
대창도 엇비슷하다. 예전에는 대창이 완전 기름이라 대창을 뒤집어서 기름을 좀 제거하고 구워 먹은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는 뒤집는 거 없이 모양 그대로 구워 먹는다. 돼지부속물은 구워 먹으면 다 맛있다.
그러다가 고독한 미식가 시즌 8의 5화에서 돼지 자궁이 나왔다. 음식자체로 나온 건 아니고 메뉴판에 ‘자궁’이라고 돼지 부속물 구이용으로 나와 있었다. 한국에서는 고깃집에서 돼지자궁 구이를 본 적은 없다. 돼지자궁을 구워 먹는 사람도 본 적은 없다.
모든 걸 다 구워 먹는 한국인도 돼지자궁은 대부분 금시초문이지 않을까. 메뉴판에 자. 궁.라고 쓰여 있으니까 기묘했다. 어쨌거나 나는 처음 보는 돼지고기 부위였다.
내심 고로 상이 자궁을 주문해서 구워 먹기를 바랐다. 가게 안에 있던 손님들도 돼지자궁은 주문하지 않았다.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돼지 자궁은 일본에서는 흔한 구이용 돼지고기 부속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고깃집에서 돼지자궁을 구워 먹는 사진은 검색이 되지 않았다. 이 사진은 한 커뮤니티에서 가져온 사진인데, 돼지 자궁 구이도 구워 놓고 보면 다 맛있게 보인다. 글쓴이의 말로는 신주쿠 추억의 골목 꼬치집에서 가보니 자궁, 난소, 질, 머리지방 같은 희귀한 부위의 구이를 판다고 해서 들어가서 주문을 했는데 난소와 질은 인기가 많아서 다 팔려나갔다고 했다.
고로 상이 먹어주길 기대기대했지만 고로 상은 뭐 이렇게 등심, 갈비, 소갈비와 밥과 고기 수프와 김치 그리고 우롱차를 주문해서 맛있게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