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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29. 2023

같은 것투성이

사회적 현상이라 본다


작년 우영우가 한창 유행일 때 유튜브로 우영우 한 번 클릭해서 보고 나면 썸네일이 온통 우영우로 꽉 찼던 적이 있었다. 우영우는 재미있게 봤고 좋은 드라마였다. 그때 캡처를 해 놓았는데 날짜를 보니 여름이다. 마찬가지로 근래에는 더 글로리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서 유튜브는 문동은 복수극의 향연이다. 일단 글로리 영상이 올라오면 사람들이 몰려든다. 조회수 올리기에 아주 좋은 먹거리다. 그래서 우영우처럼 글로리 영상이 쏟아졌다.


일단 클릭해서 보면 그 내용이 그 내용, 그 나물에 그 밥이지만 제목이 자극적이면 사람들은 클릭을 하게 된다. 오죽하면 ‘백 투 더 퓨처’의 제목을 ‘과거로 돌아가 고등학생이 되어 엄마를 건드리는 이야기’라고 적어 놓고 화면 썸네일도 그럴싸하게 올리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클릭을 하게 된다. 제목만 놓고 보자면 욕 들어먹어 충분하지만 참, 사람들 클릭유도하게 잘 도 짓는군, 하게 된다.


음악은 저작권이 걸려 마음대로 유튜브에 올리지 못하는데 영화나 드라마는 왜 괜찮을까? 그건 홍보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영화를 개인이 유튜브에 올려도 괜찮다. 설령 그 영화를 신랄하게 까내려도 그 나름대로 홍보가 되기 때문에 그냥 둔다. 요컨대 이번에 나온 영화 ‘웅남이’가 그런 뒤집어진 마케팅 홍보에 성공?을 한 셈이다.


지금 네이버 평점에 들어가 보면 한 영화 평론가가 “여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라는 한 줄 평을 했는데, 사람들이 그러는 너는, 평론가 너는 뭐가 그리 잘났는데? 같은 반응을 보이면서 얼마나 그런지 내가 한 번 볼게, 해서 사람들이 극장으로 가서 웅남이를 보고 있다. 어떤 식이든 홍보가 되기 시작하면, 불이 붙으면 활활 타오르기에 영화를 흉본다고 해도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게 된다.


그렇다면 가수들의 노래를 일반인이 부르는 영상은 왜 괜찮을까? 그건 플랫폼 회사, 즉 유튜브 측에서 노래가 등록되어 있는 각 나라의 수많은 기획사나 회사에 너네 가수들의 노래를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용자가 부르는 건 허용해 달라고 계약을 해서 일반인이 연주를 하고 가수들의 노래를 부르는 건 괜찮다고 한다.


아프리카 티브이도 그렇다. 아프리카 티브이는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 게 예전에 축구 한국에이매치 경기가 있었을 때 티브이는 그 경기중계권을 따내지 못했는데 아프리카에서는 그 중계를 했다. 그런데 티브이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중계 영상을 틀고 축구관계자 내지는 선수출신, 심지어 농구선수 출신도 사람들과 같이 그 경기를 중계를 하면서 같이 즐기는 것이다. 그때 아프리카 티브이가 비제이들 데리고 그냥 춤이나 추고 하는 플랫폼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아무튼 뭔가 유행을 타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게 된다. 유행은 말 그대로 스쳐 지나가기 마련인데 먹방 유행은 거의 7, 8년 정도 탑을 유지하며 이어졌다. 지금도 먹방 유튜브들은 성공 가도를 달리는 유튜브에 들어가 있다. 한국 아프리카 티브이에서 퍼져나간 먹방은 각 나라에 퍼졌고, 덕분에 한국의 매운 음식 챌린지가 이어지면서 한국 음식도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유튜브로 진출을 하고 방송으로도 먹방은 풍성하게 꽃을 피웠다.


하지만 티브이 방송의 먹방은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 먹방이 꼭 남는 게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연예인 집이 나오면 거기서 먹방, 연예인들이 카페에서 만나면 거기서 먹방, 여행을 가면 거기서 먹방, 캠핑을 가서 먹방, 일어나면 먹방. 먹방에 진심이었던 ‘맛있는 녀석들’도 이제 내려가야 할 때를 알아서 핵심 멤버들이 빠졌다. 그러고 나니 어김없이 재미가 없어졌다. 피디 놈들이 예전의 영광을 잊지 못해 바통을 이어받아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생각은 없고 그저 관습을 이어가려고 하니 재미가 없는 것이다.


어제 집에 들어가서 밥을 먹으며 티브이를 트니 그 많던 트로트 방송은 어디 가고 전부 여행, 외국 여행 또는 외국인의 한국 여행 방송 투성이었다. 왜 하나가 나오면 너도나도 그걸 따라 하지 않으면 못 배기는 병에 걸렸나. 이 방송국 놈들은 어째서 우후죽순 엇비슷한 방송을 만들어서 여기저기에 내보내는 것일까.


지금 계획 단계에 들어가 있어서 아직 나오지 않은 여행 방송도 수두룩 하다고 한다. 이렇게 전부 엇비슷한 콘셉트의 여행 방송이니까 각 방송국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으로 가 있는 시선을 방송으로 돌려야 하니 자극적인 영상으로 방송을 만들 것이다. 분명 조만간에 한 여행 프로그램 중에 자극적인 영상으로 인해 사람들이 들고일어나고 사과하고 사라지고 또 다른 여행 프로그램이 들어올 것이다. 사람들은 자극을 원한다. 거기에 부흥하기 위해서 방송국 놈들은 나오는 연예인들에게 자극적인 모습의 연출을 강요할 것이다. 이것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라면 흘러가는 대로 두어야 하는 것이 맞겠지만 가장 트렌드에 민감한 방송이 늘 이렇게 비슷하고 똑같으면서 남는 거 하나 없는 방송을 만들어 내는 것이 신기하다면 아주 신기하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와서 한국여행을 하는 방송도 그렇다. 한국의 방송국에서 자본을 전부 대 주고 맛있는 음식점만 골라서 데리고 간다. 일반사람들이 자주 가는 식당에는 거의 가지 않는다. 쉽게 말해 공짜로 음식을 먹어 보라고 하는데 거기에 대고 맛없다고 할 사람은 없다. 설령 맛없다고 해도 편집이 될 것이다. 예전처럼 사유리가 이거 음식 이거 별로야, 맛이가 없으.라고 한 계기로 어쩐지 사유리는 한동안 방송에서 잘 볼 수 없었다. 한국의 음식이라고 해서 어째서 다 맛있기만 할까. 그럴 수는 없다.


프랑스 파리에 가면 더럽고 추잡하고 지하철은 개판이라고 하지만 어느 나라든 관광지는 대부분 비슷하다. 우리도 여름만 되면 밤을 지새운 한강변은 그야말로 쓰레기천국이다. 새벽마다 환경미화원들이 산처럼 쌓인 쓰레기를 치우느라고 방송에도 여러 번 나왔다.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나 엇비슷하다. 문화가 다르니 음식과 삶의 방식이 다를 뿐이다. 적어도 유튜브의 전문 여행 유튜브 방송에는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기에 좋은 것만 나오지 않는다. 새겨들을 것과 가슴에 간직할 무언가도 볼 수 있지만 티브이 외국인 한국 여행 방송은 뭐지? 하는 생각만 든다.


그래서 흉도 보고, 욕도 하고, 감탄도 하고, 감동을 받았던 하루키의 '먼 북소리' 같은 여행기가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우영우에서 박은빈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그렇지 분명 마녀 2에서 욕을 찰지게 퍼붓는데 그냥 너무 귀엽다. 우영우가 가진 가치나 의미가 크긴 컸다. 지금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드라마는 대부분 재미있다. 그 이유는 연기자들의 연기가 전부 흠잡을 데가 없다. 만약 요즘 나오는 오티티 한국 드라마가 재미가 없는 것이라면 그건 순전히 감독 탓이다. 좋은 연기자들을 데리고 그것밖에 연출을 못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연기자를 탓했겠지만 이제 그럴 수도 없다. 드라마는 원작이 있고 그걸 바탕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지니 다른 색깔을 가지고 하는 이야기도 다 다르다. 한때 일일 연속극이 전부 엇비슷할 때가 있었지만 이제 그 틀을 벗어났다.


먹방이니 여행이니 하는 전부 그 나물에 그 밥인 예능프로그램도 틀에서 벗어나는 날이 올까. 시청료를 받는 한국방송이라면 다른 방송에서 제작하는 전부 그렇고 그런 방송보다는 좀 나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오랜만에 우영우 사운드트랙 중 선우정아의 상상을 듣자 https://youtu.be/LPZDKf29IRs

에이스토리 A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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