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보았습니다
기묘한 장면
저녁에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코스가 몇 개가 있다. 그중에 한 코스로 오다 보면 셀프세차장을 지나쳐 온다. 그곳은 강변 둑으로 달려오기 때문에 세차장이 둑보다 밑에 있어서 그 안에 잘 보인다. 날이 조금만 추우면 세차하는 차는 한 대도 없다. 휑한 세차장에 노래만 크게 들린다. 겨울에는 손이 시려 셀프세차를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날이 조금만 풀리거나 따뜻해지면 거짓말처럼 우르르 세차를 한다.
어제 지나오면서 아주 기묘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봄이니까 이제 세차인들의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 열심히 비누거품질을 하고 씻어내고 갈고닦는다. 들어오는 입구에 물세차하는 곳이 있고 거기서 비누거품으로 닦고 물세차를 하고 나면 이동을 해서 손세차를 하는 게 보통이다.
사진으로 보면 저기 저 글자 밑의 검은 차가 들어오는 곳이 입구다.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 물세차를 하는 곳이고, 안쪽으로 들어오면 이렇게 손세차를 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너무 기묘한 광경을 보게 되었는데, 저기 검은 승용차가 세차를 하러 들어와서 대기를 타고 있는 모습이다. 대부분 물세차를 하고 그다음 손세차를 하니까 물세차하는 곳에 차들이 가득 있으니까 대기를 하는데, 물세차하는 곳을 잘 보면 거품세차나 물세차가 끝났는데도 나오지 않고 그냥 거기서 손세차를 하고 있다.
저기 보이는 차들이 다 그렇게 세차를 하고 있다. 여기에 이렇게 손세차하는 공간이 많은데도 그냥 물세차하는 곳에서 걸레로 손세차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 대기하는 검은 차가 나오라고 해도 될 법한데 그냥 계속 기다리고 있다. 그런 차들이 밖으로 죽 줄이 서있다. 이거 너무 기묘하잖아. 이렇게 세차를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나오라면 하면 나올 텐데도 나오라고 하지 않는 사람이나, 물세차를 하고 나서도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나, 그냥 내버려 두는 주인도 내 눈에는 너무나 기묘하게만 보였다. 보통 물세차를 하고 손세차하는(저기 하연 쏘렌토처럼) 곳으로 와서 세차를 하는 게 정상적인데 어째서 이런 기묘한 광경이 펼쳐질까.
나오라고 하면 기분을 건드리는 행위라서 발끈해서 싸움이 일어나서일까? 아니면 여기 세차장만 그런 거겠지? 다른 곳에서는 이러지는 않을 거야. 아마도 시비가 붙어서 세차장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사장도 전부 이 동네 사람들이니까 그냥저냥 넘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문득 어제 소아과 의사들이 더 이상 소아과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며 이제 그만하렵니다,라고 기자회견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치료하기 싫어 우는 아이를 치료하려고 팔을 잡았는데 엄마가 호통을 치고 악담을 늘어놓고 심지어 인터넷에 소아과의 악플을 달아놓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고 했다. 무엇보다 30년 동안 진료비가 동결이라 모두가 이제 우리 그만 포기하렵니다,라고 기자회견을 했다.
지금 아이들은 너무나 안타까운 국면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꿀벌이 사라지고 있고, 벚꽃이 지금 다 떨어졌다. 이상기후의 현상을 몸소 체험하는 시기가 지금 아이들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아파서 소아과를 가려고 해도 앞으로 거의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되어 버릴 것이다. 무엇보다 전부 자기중심적이라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시비를 걸고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많아졌다. 세차장의 저 모습을 보니 그런 생각들이 떠올랐다. 나 같으면 물세차하는 곳에서 걸레를 들고 오랜 시간 동안 손세차를 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이 전부 나 같지는 않다고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도 기묘한 건 기묘하다. 너무 이상하다.
어제는 성월동화를 오랜만에 또 봤다. 이토록 말도 안 되는, 만화 같고 동화처럼 산만하지만 아름다운 영화였다. 물론 장국영이 있어서이다. 장국영은 1인 2역을 했다. 사랑하는 이를 잃어서 열병을 앓는 토키와 타카코도 너무나 예쁘다. 근래에 미용실 남자 헤어디자이너에게 집착을 보이는 무시무시한 중년의 모습과는 아주 다른 파릇파릇 예쁜 얼굴 토키와 타카코가 장국영을 향해 무한 애정을 발사한다. 그저 뮤직비디오처럼 보였던 성월동화나 보자. 많은 생각이 교차할 땐 그게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