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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03. 2023

골목길

탐방

조깅을 하다 보면 평소에 가지 않던 길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평소보다 훨씬 긴 거리를 달리는데 마치 엔도르핀이 격하게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다리가 아픈 것도 모른 채 어딘지도 모르는 낯선 곳으로 마구 달려가서 그곳의 모습을 눈으로 새겨보기도 한다.


며칠 전에도 평소에 늘 달리는 8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를 달려오다가 저기로 가면? 저기로 가볼까? 저기로 샐까? 하는 동안 마치 무의식이 나의 몸을 그쪽으로 이끌었다. 이미 나의 몸은 평소 거리를 달려서 체력이 떨어졌는데 느닷없이 엔도르핀이 솟아올라 그곳으로 다시 마구 달렸다.


엔도르핀이 어떨 때 격하게 나오는가 하면, 만약 새해가 되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기로 결심을 했다고 치자. 알람을 맞추고 평소에 일어나는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기 싫은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 정도 지나서 알람이 울렸는데 일어날까 하다가 오늘은 주말이니 좀 더 누웠다가 일어나자,라며 다시 눕는 그 순간 평소 엔도르핀의 두 배가 뿜어져 나온다고 한다. 그 잠깐 누운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한 것이다. 이런 행복을 가질 때 – 어떤 사람에게는 고기일 테고, 햄버거일지도 모른다 – 엔도르핀은 엄청나게 분출된다고 한다. 이 부분은 정확하게 엔도르핀보다는 도파민에 가깝다. 도파민이 죽 나온다.


나는 어쩌면 새로운 것을 밀어내면서도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있는지도 모른다. 처음 가 본 길은 낯선 곳으로 계속 이어지더니 골목이 나타났다. 그동안 십 년 동안 나는 골목을 많이도 사진으로 담았다. 그리고 내가 담은 사진 속의 골목은 지금은 전부, 몽땅, 싹 다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사진 속의 골목길의 모습을 보면 마치 어제 있었던 것 같은데 다 없어졌다.


그런데 처음 가 본 길에 골목길이 나타났다. 와아 아직도 남아있다니. 하며 골목길을 돌아다녔다. 골목의 묘미는 마치 미로 같다는 것이다. 골목이 점점 좁아지더니 끝에 다다라서는 양 갈래로 나누어지고 그중 한쪽으로 가니 꼬불꼬불 들어가다가 끝에는 집이었다. 다시 나와서 다른 길로 가면 돌담길이 나오더니 계단을 타고 오르막길이 나왔다.


뒤돌아서 보면 마치 코스타리카의 어느 한 작은 마을에 온 듯한 기분도 들었다. 대문이 없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마치 장난감 같은 그곳을 거쳐 계단을 타고 골목길을 올라가니 누군가 타이어 안에 식물을 심어 놨다. 그곳을 빠져나오니 산동네가 나왔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마을에 모든 집에 불이 켜진 건 아니었다. 군데군데 집이 무너지고 사람이 살지 않는 집도 있었다. 이번에는 그 집을 그냥 지나쳤지만 다음에는 들어가서 사진으로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가로등이 있었다. 가로등이 있는 곳을 따라가니 이건 완전히 산속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길이 나왔다. 덜덜덜.


도심지에 이런 산길의 골목길이 있다니. 그런데 무엇보다 냄새가 좋았다. 밤에 봐서 그렇지 산이라고 해봐야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다. 산을 넘으면 바로 또 아파트와 도시의 불빛이 보일 것이다. 그런데 이 작은 산속에 있으니 풀냄새가 화악 나면서 기분이 좋았다. 또 가로등을 따라서 가니 골목을 돌아가니 전봇대가 보였다. 전봇대가 3, 40년 전에 심어놓은 전봇대. 그 모습이었다.


누군가 아침에 전봇대의 몸통에 무슨 포스터나 스티커를 붙일 것만 같은, 집으로 돌아오는 어떤 아저씨가 회식의 여흥이 아직 가시지 않아서 전봇대에 서서 볼일을 보며 신세한탄을 하는 소리도 들릴 것만 같다. 한 집의 담장으로 심어 놓은 나무의 처절한 모습이 골목으로 비어져 나와 있고 개 짖는 소리가 크게 들리더니 개조심이라는 문패가 크게 보이는 집까지 왔다.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저 담벼락 위로 아주 큰 개가 얼굴을 내밀고 나를 죽일 듯이 보며 짖었다. 워워 워워. 아무튼 산속의 집이다.


그렇게 골목길을 돌다가 내려오니 서서히 네온의 빛이 저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더 내려가니 저 멀리 친숙한 빛과 모습이 보였다. 담벼락도, 노란 물통도, 무엇보다 운동화 바닥으로 전해지는 골목길의 땅바닥의 느낌이 괜찮았다. 나의 엔도르핀은 고작 이런 일로 생성되는구나.





오늘의 선곡은, 80년대에 도시의 아이들이라는 그룹이 있었다. 도시의 아이들 노래들이 대부분 좋다. 특히 가사가 너무 좋아. 도시의 아이들 노래를 대부분 작사작곡을 맡았던 김창남은 간암으로 짧은 생을 살다가 별이 되었다. 그들의 노래 중에 '소설 속의 연인'이라는 노래를 들어보자. https://youtu.be/pom3jD-rqsE

철원촌놈음악방송....★(길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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