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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27. 2023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두 번째 이야기



소설가라는 아주 이상하고 기묘하고 기이한, 그래서 밥 먹고 한 없이 상상력만은 똥처럼 만들어내야 하는 소설가라는 직업을 가진 하루키의 냉소는 첫 시작부터다.


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플라톤이 이런 말을 했다.


[나의 사생활을 필요이상 말하지 마라. 사람의 이기적 본성은 타인의 고통에 둔감하게 만든다. 따라서 나의 사생활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로해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내 이야기가 주변에 퍼져서 심심풀이 주제로 소비되거나 언젠가 비수가 되어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 또한 자신에 대해 과도하게 털어놓으면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기보다 오히려 멀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인간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계속해서 변화한다. 지금은 아주 가깝지만 몇 년 뒤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사람 사이다. 어떤 관계도 영원할 수 없다. 만약 나의 깊은 사생활을 잘 아는 사람과 관계가 안 좋아지면 쓸데없이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많이 생길 것이다. 특히 나의 안 좋은 습관들이나 불행한 가정사는 더욱 타인의 판단과 비판에 노출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삶의 특정 부분을 비밀로 유지해야 내가 더 품위 있고, 남들에게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드러내지 말아야 할 내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실컷 하고, 집에 돌아와 말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도 후회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


책에서 하루키는 말하고 있다. 작가들끼리 친하게 지낸다는 말은 순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친할수록, 그래서 말을 많이 할수록 손해 보는 직업이 있다면 소설가이지 싶다. 작가들끼리 붙여 놓으면 잘 되는 경우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비록 소설가에게만 하는 말은 아니다. 옛날부터 친구끼리는 동업하지 마라, 같은 말이 있듯이.


재미있는 건 책에서도 말하지만 1922년 파리의 디너파티에서 세상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마르셀 프루스트와 제임스 조이스가 한자리에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두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기다렸지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하지요.


사실 소설가가 아니라도 플라톤의 말처럼 나의 사생활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할 필요는 없다. 나의 사생활 따위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엄마, 아이들, 애인, 아내, 남편)도 하루 종일 그 사람을 생각하고 걱정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혼자서만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부부가 함께 한 이불에 들어도 잠은 혼자서 자야 한다. 아픈 것도 대신할 수 없다. 무엇보다 소설은 정신을 바짝 세워 등을 구부리고 혼자서 묵묵히 써 내려가야 한다. 그 지겹고도 힘든 작업을 꾸준하게 할 수 있는 동력원은 오직 상상력과 엉덩이의 힘이다.


상상력은 머리가 좋아야 나오는 게 아니라 공상하기를 좋아하고 상상의 세계를 꿈꾸며 망상에 가까운 생각을 하는 인간들에게서 나온다. 고로 하루키도 말하지만 머리가 좋으면 결국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머리가 그리 좋지 않은 인간들이 어쩌면 소설가라는 직업에 맞지 않을까 싶다.


요즘 같은 시대에 소설을 쓴다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어지간히 머리가 나쁜 인간이 아닌 다음에야 글이나 쓰고 앉아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문학을 한다는 건 멋진 일이다. 중독이 되며 빠지면 나오기도 쉽지 않다. 세상의 수많은 중독이 나쁘지만 문학은 다르다. 소설가의 특징이라면 문학의 힘을 믿는다는 것이다.


소설가 장강명도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에서 [나는 문학의 힘을 믿으므로 그런 때 무력한 문학인들을 미워하기 시작한다. 문학의 잘못이 아니라고, 우리가 멍청하기 때문이라고]라고 했다. 소설가는 참 기묘한 직업이다.



오늘의 선곡은 하루키의 포트레이트 인 재즈에서 소개한 곡 중, Herb Geller의 Jitterbug Waltz https://youtu.be/OoBFMLV3Z-M

먼 옛날, 1940년대 초엽에 작곡된 오래된 곡인데, 흐물흐물 올라갔다 내려왔다, 사람을 깔보는 듯한 색다른 음형의 멜로디에다 어째 기묘한 코드 진행, 음악으로서 새로운 것인지 고리타분한 것인지, 단순한 것인지 복잡한 것인지, 성실한 것인지 불성실한 것인지, 들으면 들을수록 아리송해진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포트레이트 인 재즈


정확하게 글 속에는 패츠 월러의 피아노 곡에 대해서 하루키가 말하는 것인데, 지금 링크를 걸어 놓은 저 앨범 속의 피아노는 패츠 월러는 아닌 것 같다. 재즈는 잘 모르지만 링크 속 앨범은 57년 3월 14일 Los Angeles에서 녹음된 앨범이며 재즈의 미세한 부분까지는 몰라서 패츠 월러의 피아노 버전을 찾지 못해서 이 앨범의 곡을 링크했음. 아무튼 들어보면 굉장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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