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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20. 2020

일상에서 벗어난 곳 1

구치소



입구와 출구가 같지만 다른 곳, 들어가는 문과 나가는 문의 크기가 같아 보이지만 같지 않은 곳, 그곳을 심층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곳이다.  


평범하고 특별할 것 없는 나의 인생을 글로 적어 보라면 10분 만에 다 적을 정도로 간단명료하다. 지극히 평범하고 대체로 평범하며 너무 평범해서 재미없는 인생.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고 살아왔지만 한 두 가지는 나도 특별한 경험을 했다. 이제부터 그중 한 곳에서의 일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곳은 우리 주변에 있지만, 아니 주변에 도.사.리고 있어서 사람들은 보통 그 장소에 대해서 인지를 하지 않거나 애써 외면하거나 문화권에서 제외를 시킨다.


나는 그곳에서 2년 동안 있었다. 그곳의 표층적인 말은 구치소다. 나는 그곳에서 2년 동안 근무를 했었다. 구치소는 분명 인간생활 가까이에 존재한다. 그리고 매일 수감자가 들어오고 매일 빠져나간다.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굳이 알지 않아도 되지만) 구치소는 늘 붐비고 북적이는 사람들(재소자와 근무자들 그리고 면회자들)때문에 인간냄새가 가득하다.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인간냄새에 관한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생명체 중에 인간이 체취를 가장 뿜어내는 존재라는 사실에 의심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하루 머리를 감지 않거나 양말을 이틀 이상 신고 다니면 알 수 있듯이 인간은 냄새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좋은 냄새가 많이 나는 사람일수록 체취를 가리기 위한 연막의 벽을 두텁게 쌓은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처음 입소하게 된 날이 7월의 어느 날이었다. 7월은 태양이 가장 뜨겁다. 6월에 예열된 태양은 7월에 찬란하게 불아올라 뜨거울 대로 뜨겁다. 그러다가 8월에 힘을 짜내고 서서히 식어간다. 태양은 모든 것을 뜨겁게 만든다. 특성상 냉난방이 되지 않는 구치소 역시 그 나름의 방법으로 여름을 나야 한다. 재소자들이 수감되어 있는 방을 사방이라 부르는데 1사 몇 방, 2사 몇 방, 3사 몇 방 식으로 불린다. 남자 재소자들에 비해 수가 적은 여자 재소자들이 있는 방은 여사로 불린다. 여사는 단일층으로 의외로 살인이 꽤 있다. 이유는 후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한 방에 보통 여러 명이 수감생활을 한다.


여름이고 ( 참고로 내가 근무한 구치소는 엘리베이터가 있고 각 사방의 화장실은 수세식이며 건물 전체의 중앙식 냉난방이 된다) 더우니 보통 사방에서는 웃통을 벗고 있다. 하루에 한 번 전 재소자들을 샤워시키지만 그들의 빨래는 한 종류의 비누로 손빨래하여 사방 안에서 빨래를 건조하는데 그 냄새와 체취가 어우러져 여름의 사방에는 설명할 수 없는 냄새가 난다. 우유 비린내라고 해야 할까, 평소에 맡아보지 못한 냄새가 가득하다. 내가 근무한 구치소는 우리나라의 교정 시절 중에 가장 늦게 지어진(당시에는, 근래에는 더 새로운 교정시설이 지어졌다) 건물로 신식이라 불렸고 야간에 정문에서 보초근무를 하고 있으면 남녀가 호텔로 착각하고 차를 몰고 정문 앞까지 왔다가 총을 들고 있으니 화들짝 놀라 차를 돌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재소자들은 하루에 한 번 운동과 목욕을 꼭 시킨다. 운동은 다른 소와 다르게 옥상에 인공잔디를 심어 놓고 그곳에서 운동을 시킨다. 보통 대부분 트랙을 돌거나 조깅을 한다. 티브이나 영화에서 처럼 족구를 하거나 농구를 하고 근력운동을 하지는 않는다. 구치소 재소자들은 미결수다. 형이 아직 떨어지기 직전이라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기결수처럼 자신의 몸 관리에 적극적인 면모는 보이지 않는다. 아직 선고를 받기 직전이라 법정에서 벌어지는 일에 좀 더 적극적이다.


재소자가 되어 소 내에 입소하게 되면 가장 먼저 인간 존엄의 기본인 이름이 말살된다. 오로지 번호로 불리게 된다. 번호로 배정을 받는 순간 재소자가 되었다는 기묘한 느낌과 고립에 대한 세계에 돌입하는 경험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 태생적으로 인간은 단체생활을 거부하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군대도 그렇고 할 수 없게 되면 적응을 빨리 하는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으로 나뉘는 것 같다. 보통의 단체생활인 경우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바탕이 되지만 구치소의 단체생활은 거기에 조금 더 어떠한 무엇인가가 들러붙어 있다. 일종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규칙 같은 것들. 재소자들이 따로 배우지 않아도 그들의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그들만의 규칙이 구치소 단체생활을 이루고 있다.


재소자들은 보통 비슷한 죄질의 수감자들끼리 수감한다. 교통사범은 그들끼리, 폭력은 폭력끼리, 향정신성의약품 위반은 그들끼리, 청소년은 청소년끼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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