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수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Mar 22. 2020

일상에서 벗어난 곳 2

구치소




2.
같은 사범끼리 있어서 인지 같은 범죄를 공유한다. 같은 범죄를 공유하면서 그들의 입과 손짓에 따라 인간냄새도 이동을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맡을 수 없는 인간의 냄새, 맡기 싫은 냄새를 그들은 같은 범죄를 공유하면서 여기에서 저기로 저기에서 여기로 냄새를 분할하고 확장시킨다. 내가 7월의 폭염에 구치소 사방에 올라가서 가장 거부하고 싶었던 냄새가 그 냄새다. 우유가 썩어가는 비린내를 닮은 인간의 냄새는 구치소 벽을 타고, 철문을 타고 이동을 했다.

의미는 없지만 구치소에 입소하는 재소자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죄를 지으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춥고 배고파서 죄를 짓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절도범들이 대체로 많다. 두 번째로 자신도 모르는 새 죄를 지어버린 사람들. 요컨대 운전을 하고 가는데 만취자가 도로로 튀어나오는 바람에 치어버린 운전자나 10층에서 공사일을 하다가 놓친 망치가 떨어져 밑에 사람이 맞아서 죽거나. 또는 보증을 잘못 썼거나 빚을 못 갚은 경우. 마지막으로 죄를 짓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 있다. 조직폭력, 밀수, 향정신성의약품을 취급하는 자들이다.

유튜브를 보면 세상에는, 아니 우리나라에는 정말 별에 별 사람들이 다 있다. 마찬가지로 구치소에는 별에 별 죄질의 인간들이 있다. 그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옆 집에서 늘 볼 수 있는 이웃집 아저씨, 평범한 가장, 가족을 끔찍하게 아끼는 아빠의 모습을 하고 있다. 대체로 재미있고 서글서글하고 선 해 보인다. 인간은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기는 정말 어렵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란 보기에 몸이 불편한 사람이 아니라 겉은 멀쩡한데 호기심으로 고양이를 죽이고 타인을 괴롭히고 죽이는 사람을 말한다. 장애는 몸이 불편할 뿐이다. 하지만 장애는 극복의 문제보다 끌어안고 가야 한다. 감기가 걸린 사람이 기침을 하는 것처럼 그렇게 인식하면 된다.

구치소에도 기결수가 형을 살고 있다. 그들은 월급을 받으며 미결수와 다른 색의 옷을 입고 교도소에서 생활하는 기결수처럼 형이 하루하루 닳아 없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중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재소자도 있고 몇 년을 선고받은 재소자도 있다.

그럼 기결수는 구치소에서 어떤 일을 할까. 꽤 많은 일을 한다. 소 내의 청소를 한다. 재봉공장에서 일을 하고, 소각장에서도 기결수가 일한다. 무엇보다 미결수들의 취사를 기결수가 한다. 미결수들의 식사는 남자 기결수가  취장에서 만들고 직원들의 식사는 여자 기결수가 식당에서 만든다. 음식은 백반집에서 파는 수준으로 맛이 좋은 편에 속한다. 큰 이유는 식재료가 신선한 것들로만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미달되는 식재료는 소 내에 들어오지 못한다.

먼저 직원들이 먹는 식사는 하루 세 끼 다르게 나오며 복날의 오전에는 갈비탕, 점심에는 삼계탕, 저녁에는 고등어를 갈아 만든 추어탕이 나온다. 주로 중식과 한식이 나오는 편인데 나 같은 경우는 라면을 끓여 먹는 것보다 나았다. 식당에 들어서면 죽 길게 줄이 서 있다. 식판을 들고 줄을 따라가면 여자 재소자들이 반찬과 밥을 퍼 준다. 식당은 아주 크고 많은 직원들이 밀려 들어와도 수용이 가능하다. 먹고 나가고 그 자리에 또 다른 누군가가 앉아서 밥을 먹는다. 식당에는 식당만의 냄새가 있다.

식당의 냄새는 밖에서 사 먹는 식당의 냄새와는 조금 다르다. 짬이라고 불리는 밥과 반찬이 거대 찜통 속에서 찌고 만들어져서 인지 맛있는 냄새 그 사이에 대용량이라는 애매한 냄새가 틈에 껴 있다. 거대한 냄새. 일반적이지만 일반적이지 않는 냄새. 고립의 답답함과 울타리의 안도가 섞인 냄새. 그런 냄새가 직원 식당에 있다. 그래서 예민한 직원은 식당에서 먹지 않고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먹기도 하고 컵라면을 먹기도 한다.

그리고 재소자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취장이 있다. 취장에는 기결수들이 미결수들의 식사를 만든다. 지금은 자세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방의 기상시간은 6시. 6시 10분부터 점오 시간. 7시부터 1 사부터 배식을 받는다. 배식은 스테인리스 통에 담긴 식사가 각 사방으로 배달이 된다. 가장 분주하고 활기찬 시간이다. 특히 첫 배식의 아침시간은 그야말로 재래시장을 방불케 한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새벽 네 시에 취장의 기결수들은 기상을 한다.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 세수를 하고 취장으로 향한다. 겨울의 취장은 마치 시베리아처럼 차갑고 휑하다. 구치소의 겨울은 춥고 길다. 여름의 냄새에서 벗어나게 된다. 갑갑하고 울렁거리게 만드는 비린내에서 벗어난 것은 고맙지만 혹독한 추위가 진을 치고 있다.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에서 벗어난 곳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