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3.
네 시에 일어난 취장 근무 기결수들은 점오를 하고 계호자의 계호에 따라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고 차갑고 추운 취장으로 내려간다. 취장은 1층에 위치해있다. 재소자들은 면회객이나 소를 찾는 일반인들과 거리를 두기 위해 대체로 3층이나 그 위로 사방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취장은 1층에 위치하고 있고 철문 하나를 통과하고 밖에서 들어오는 식재료 트럭을 그대로 맞이한다.
식자재의 무게는 엄청나다. 매일 세 끼의 재소자들 식사를 만들려면 식재료가 엄청나다. 그 많은 양을 트럭에서 취장으로 운반을 한다. 아무리 추워도 그 노동이 십 분 이상 넘어가면 땀이 날 지경이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식재료를 취장 안으로 나르면 본격적인 음식 만들기에 돌입한다. 취장에 근무하는 재소자들 중 반장의 구령이 떨어지면 복창을 한 후 삽으로 쌀을 씻고 대형 찜통에 국을 끓이고 재료를 다듬는다. 양이 엄청나기에 대체로 한 시간이 지나면 그들은 상의를 탈의한 후 러닝셔츠 바람으로 작업을 한다.
7시부터 배식이니 아무리 못해도 30분 전에는 모든 배식준비가 끝나야 한다. 매일 매 시간 그 시간의 간극이 벗어나지 않게 대용량 음식을 만드는 것은 숙달이 되어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다. 그들은 음식을 만들 때 드는 소리를 제외하고 몹쓸 소리는 내지 않는다. 어둑한 겨울의 새벽에 음식을 만드는 일에만 집중을 할 뿐이다. 그러는 동안 차가웠던 취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안경을 착용한 사람은 성애가 낄 정도가 된다. 순전히 취장에서 수백 명의 미결수들의 음식을 만드는 소수의 기결수들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그런 결과물은 금방 사라지며 매일 반복된다.
마치 하루키의 달리기처럼 매일 이루어진다. 누군가 알아주지도 않지만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기에 한다. 그러다 보면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취장의 온도를 변화시킨다. 세상의 여러 변화가 있고, 또 그중 몇몇을 경험해봤지만 미묘함의 차이로 보이는 이런 변화를 본다는 것은 기이하다. 그리고 그 속에는 취장 만의 냄새가 있다. 그 냄새에는 찜통에서 짬이 되어가는 과정의 냄새와 더불어 취장 근무자들의 움직임의 냄새가 스며있다. 세상의 냄새 종류를 나열하라고 하면 아마도 마라톤 길이만큼 길지도 모른다. 냄새는 형태도 모양도 없지만 존재한다. 거기에 구치소 취장의 아침 냄새는 단순하지만 복잡하게 흘러간다.
냄새 속에는 밥과 함께 대용량의 국 냄새도 있다. 재소자들의 식단에는 국이 반드시 들어 있다. 이 엄청난 양의 국 냄새는 아침의 차가운 공기를 벌리고 코 속으로 따뜻하게 들어온다. 집에서 국을 끓이는 냄새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식당의 국 냄새와도 다르다. 각종 반찬의 냄새도 난다. 반찬은 보통 4가지 정도를 꼭 만든다. 개인에게 분배하고 나면 별거 없어 보이지만 몇 백 명 분의 반찬은 그 나름대로의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대용량의 음식 냄새는 취장의 차가운 모든 부분에 붙어서 온도를 조금씩 높인다. 취장 근무자들의 근육이 움직일 때마다 냄새는 그렇게 이동을 한다. 마침내 몇 백명의 한 끼의 식사가 완성이 되면 구령과 함께 안도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 뒤로 그들은 개개인의 사담을 나눈다. 그리고 계호자에게 컵라면에 수란의 노른자를 올리고 참기름 몇 방울을 떨어트리고 파김치를 썰어 넣고 구치소 고추장을 조금 넣어서 건네준다. 그 맛은 보통 편의점에서 사 먹는 맛있는 컵라면의 맛을 몇 배는 뛰어넘는다.
한 끼의 몇 백 명에 관한 식사가 완성이 되면 바로 배식이 되는 것이 아니다. 식판에 한 끼의 샘플을 담고 계호자 중 한 명이 중국집 배달통에 식판을 넣어서 보안과장에게 가서 도장을 받아와야 한다. 보안과장은 의미적으로 소 내의 소장보다 더 호러블 한 존재다. 보안과장이 전부 조금씩 먹어보고 오케이 사인, 도장을 받으면 그 뒤로 배색이 시작된다. 그동안 취장의 기결수들은 휴식을 취하게 된다.
몇 백 명 분의 음식이 빠져나가고 난 뒤의 취장에는 또 다른 냄새가 공간을 차지한다. 거대한 찜통이 뿜어내는 냄새도 꺼지고 양념에 버무려진 반찬의 냄새도 빠지고 수증기로 인해 따뜻해진 냄새로 취장은 채워졌다. 그리고 기결수들의 한 숨 돌린 냄새가 틈을 차지한다. 한 시간에 걸쳐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사방에서 다 먹고 난 후의 스테인리스 통이 내려오고 그것을 설거지한다.
사방으로 올라가면 식사시간 중에 또 다른 냄새가 있다. 각 사방에서는 음식이 올라오고 있으면 밥상을 차리고 준비를 한다. 준비라는 건 가족들이 넣어준 영치품, 고추장이나 오징어, 햄 같은 것을 꺼내 놓는다. 구치소에 들어가는 과일이나 고추장, 참기름 같은 것들은 몹시 신선하고 아주 맛있다. 사방의 미결수들은 취장의 기결수들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다.
방장은 가만히 앉아 있고 배식을 받으면 각종 반찬과 마가린(밥이 뜨겁기 때문에)을 넣고 고추장에 밥을 비빈다. 순전히 의식적인 냄새보다는 피상적인 냄새만 가득하다. 플라스틱의(사방에는 뾰족한 수저나 철로 된 그릇은 없다) 큰 그릇에 몇 명 분의 비빔밥을 비빈다. 마지막에 참기름을 두르는데 그 냄새는 후각을 자극하고 내장을 자극한다. 말 그대로 자극하는 냄새다. 세상의 여러 좋은 냄새 중에 음식 냄새만큼 사람을 쥐어짜는 냄새는 없다.
구치소 역시 사람이 생존하는 곳이라 사람 사는 곳은 엇비슷한 점이 많다. 그건 sns 상도 오프라인과 다를 바 없는 것과 비슷하다. 넷 상이라도 사랑이 이루어지고 헤어지고 사기를 당하고 얼굴도 모르는 안타까운 사람을 도와준다. 구치소도 마찬가지다. 단지 냄새의 이동이 없는 넷 상과 다르다면 다르다.
구치소에는 여러 가지 냄새가 있다. 취장의 냄새와 사방의 냄새를 예로 들었지만 소각장의 엄청난 양의 무엇인가가 태워지는 냄새. 지하에서 관리하는 기계실 옆의 오물 관리하는 냄새. 공중보건의가 상주하고 있는 의무실 냄새. 무엇보다 독방의 냄새가 있다. 단지 표면상의 냄새 그 너머 의식적인 냄새가 있다. 분명한 건 그런 냄새는 구치소 밖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맡을 수 없는 냄새이며 계속 맡고 싶지 않은 냄새이기도 하다.
P.S 여사에는 의외로 살인이 좀 있는데 다시 한번 구치소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 구치소 밖, 법원의 비밀스러운 곳과 함께 이야기를 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