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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27.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43

2장 1일째


43.

 회사에 출근하는 여자들은 세미 정장을, 대부분의 남자들 역시 정장을 입고 출근을 했다. 이상하지만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너의 부탁 때문이기도 했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캐주얼한 복장으로 회사에 출근하기를 꺼려했다. 오너가 부탁하는 대로 정장을 입고(굳이 입을 필요 없이 편하게 입어도 상관없지만) 출근을 한다는 것은 직장인들끼리 나름대로 직장인 세계의 멋을 알고 있다는 무언의 대화 같은 것이 존재했다. 정장은 몸매를 가려주었고 돋보이게 해 주었다. 먼저 입사해서 회사를 다니며 정장을 입기 시작한 선배들이 정장은 생각 이상으로 가장 편한 옷이라고 신입직원들에게 말해주었다. 정장이라는 것은 입고 있으면 그 속에 감춰진 몸매의 생김새가 어떻든 간에 정장이 보기 싫은 몸의 모양을 흡수해 버린다. 정장이란 그 옷을 입은 사람들의 모습을 전부 꽤 비슷하지만 멋지게 동화시키는 묘한 역할을 했다. 물론 정장을 입어도 태가 나지 않은 사람도 있다. 어쩌면 마른 체형보다 배가 조금 나온 남자들이 정장을 입은 모습이 더 잘 어울리는 경우도 있다. 사무실에 앉아서 일을 한지 일 년 정도가 지나면 아랫배가 쳐지고 배가 나오고 살이 붙는다. 정장은 그런 모습을 다른 옷에 비해서 잘 감춰주었다. 정장이란 사람을 꽤 돋보이게 하여 그대로도 괜찮군, 하는 마음을 가지게 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생각 외로 교활했고 정장이 가져다주는 미묘한 장점을 잘 알고 있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마동이 출근을 하니 팀장이 마동과 핵심 직원들을 회의실로 불러들였다. 이번에 중요한 큰 건이 하나 들어왔다고 말했다. 클라이언트가 아주 거대한 꿈을 리모델링하려고 한다, 이 꿈이 혹여나 어떤 불순한 세력, 그러니까 범법자들이나 테러를 일삼는 집단이나 단체에 흘러들어 가게 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가져올지도 모른다고 했다. 오너가 말하는 피해라는 것은 일상을 되돌릴 수 없는 위험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만큼 거대한 꿈이고 작업에 관한 것도 엄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오늘 오후에 첫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클라이언트가 그렇게 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무척 신경을 쓰고 까다로운 사항이며 어쩔 수 없이 오늘부터 바로 진행되어야 하는 프로젝트라고 했다. 오너와 총괄팀장은 회의실에서 번갈아가며 브리핑을 했다. 총괄팀장은 오너가 창업 당시 대기업에서 마음을 모아 같이 뛰쳐나온 사람이다. 오너보다 3살 아래였고, 오너처럼 앞을 내다볼 줄 알았다. 뚱뚱했고 땀을 많이 흘리긴 했지만 아직은 건강한 사람이었다. 아내와 아들이 둘 있었고 총괄팀장의 모습에서는 언제나 가족의 단란함이 묻어났다. 그런데 총괄팀장은 이번 꿈 리모델링 프로젝트에서는 빠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혹시 일의 방향이 다른 곳으로 가버렸을 때 팀장뿐 아니라 가족에게로 가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고 오너가 말했다.


 마동이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어떤 무엇의 너머 거대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브리핑을 통해서 오너와 팀장은 디자이너들에게 이번만큼은 다른 때보다 정신을 바짝 차려서 한 눈 팔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임하는 마동에게는 서서히 부담이 되었다. 직원들이 한 눈 팔지 않고 작업에 몰두하는 것은 마동이 전적으로 바라는 바였다. 대부분 회사원들은 집중력을 보이며 일을 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회사에 입사는 했지만 매일 부딪히는 일상에 허덕여 일하러 나오기를 싫어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만 회사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술 마신 다음 날 씻는 것만큼 싫어했다. 마동이 다니는 회사의 규모가 커져버려 타 부서가 몇 개나 생겨나서 예전처럼 모두들 기운 내서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건 사실이다. 같은 회사에서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고 게으른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그렇지만 다른 일반적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비해서 집중력이나 참여도가 높은 회사가 마동이 다니고 있는 회사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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