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1일째
42.
누가 불렀다. 순찰을 도는 간부가 앞에서 마동을 불렀지만 마동은 생각의 웅덩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초소 근무에 소홀했던 것이다. 이후로 마동과 사수는 징계를 받고 며칠 동안 영창을 살다왔다. 마동은 내무반에서 선임들에게 돌아가면서 맞았다. 심하게 맞은 것 같지만 마동은 전혀 아프지 않았다. 낯빛 하나 바뀌지 않고 주먹을 묵묵히 몸으로 받아냈다. 마동은 자신의 이름에 대해서 큰 신경을 쓰지 않고 학창 시절을 보내고 싶었다. 마동이라는 이름보다 더 이상하고 괴상하게 불리는 이름들이 많았지만 마동이라는 이름은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유발하는 어떤 무엇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름의 어감이 타인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이상한 녀석이라는 결과로 변질되었고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한 묘한 법칙이 내 이름에는 스며들어 있는 것일까. 마동은 생각했다. 고등학생의 시기에는 아이들이 하나를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괴롭히는 집단주의적인 경향을 많이 보였다. 괴롭힘은 발전을 하며 전진을 거듭하지만 멈추거나 퇴보는 없다. 언어적 유희로 시작하는 괴롭힘은 기를 쓰고 앞으로 갈 뿐이다. 몸을 돌려 뒤로 돌아가는 일은 결단코 일어나지 않는다. 입으로 시작하는 괴롭힘은 주먹으로 얼굴에 고통을 주고 싶어 하는 격렬함으로 번져갔다. 그리고 모진 고통을 줘야 고통을 가하는 입장에서는 재미를 느끼고 만족을 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것을 정당함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인원이 필요하다. 다수가 그렇게 정해놓으면 옳은 것으로 결정된다. 비논리적인 성립이 존재했다. 마동은 어쩐지 이름이 가져다주는 기이한 상실감을 일찍부터 느꼈고 그것은 마동 자신을 어디에도 편안하게 데려다주지 못했다.
마동은 군대에서 초소 근무를 서며 늘 달을 쳐다보았다. 달을 보며 마동 자신의 이름에 관한 생각을 달에게 속삭였다. 입대하기 전까지 책에서 읽은 진리라고 하는 것들이 생활에서 부딪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비례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철모를 뒤로 약간 젖히고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보았다. 달은 빛깔 좋은, 잘 익은 얼음 과일이 얼음나무에서 풍족하게 열리듯 언제나 그 자리에 떠올라 마동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동이 먼저 달을 배신하지 않는 이상 달은 내편이라는 것을 마동은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달이 먼저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믿게 되었다. 그날따라 달은 잘 씻고 나온 선녀의 얼굴처럼 뽀얗고 매끈했으며 마동을 보며, 잘 될 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달이 마동에게 말을 걸어 주었다. 달빛은 차디찼으며 가까이 다가오는 구름을 밀어내고 본질적인 모습을 지키려 애쓰는 마동에게 냉철한 빛으로 속삭여주었다. 마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은 스포츠 선수처럼 달빛을 받으니 그동안 조소 띤 모습으로 마동을 향한 사람들의 표정과 얼굴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들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모습도 함께 스쳤다. 마동은 그 날 이후, 말년의 병장이 되어도 야간근무를 자초했고 새벽의 근무자들과 근무를 몰래 바꾸기까지 하면서 달을 올려다보았다. 그럴수록 내무반의 전우들과는 점점 거리가 벌어졌다. 달은 그런 마동에게 이름 때문에 고민 같은 건 할 필요가 없어, 라며 조용히 타일러 주었다.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달은 분명히 마동에게 그렇게 말을 했다. 마동은 달이 했던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달이 마동에게 그런 메시지를 던졌다는 일을 말하지는 않았다.
“이봐, 고마동. 자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나? 자네가 입고 있는 정장은 내가 오랜 시간 봐왔지만 완연히 자네와 한 몸인 듯 해.” 오너는 회식자리에서 마동을 보며 호탕한 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오너는 언제나 마동에게 성을 꼭 이어 붙여서 이름을 불렀다. 오너의 말에 동의를 한다는 다른 직원들의 소리도 들렸다. 그때 테이블의 구석진 자리에서 가만히 앉아서 마동을 바라보는 여직원이 눈이 들어왔다. 포니테일의 모습이 차분하고 도도하게 보이는 여자다. 가슴의 골이 살짝 보이는 아름다운 여직원 말이다. 그녀는 마동에게 눈으로 무엇인가 말을 하려고 했다. 아니다 무엇인가 전달하려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