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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밑에서

눈을 감아도 보여

by 교관




나는 겁쟁이라서 그런지 눈을 감기가 무섭다. 어둡기 때문에 눈을 감으면 깜깜한 어둠이 보이지 않아야 하는데 컴컴한 어둠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어둠이 자꾸 보인다. 눈을 감으면 칼 날 같은, 빛처럼 밝은 어둠이 선명하게 살아있어서 잠을 잘 수가 없다. 내 주위의 어둠은 추워서, 너무나 추워서 내 몸을 자꾸 찌른다. 이렇게 추운 건 처음이다. 나는 하지 말라고, 그러지 말라고 말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잠이 와서 잠을 정말 자고 싶은데 눈을 감아도 어둠이 계속 보여서 잠이 들 수가 없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시간을 알 수 있다면 지금이 몇 시인지 알겠지만 어떤 것도 알 수 없다. 그저 느낌으로 낮이 지나고 밤이 오는 것 같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그 감각마저 무의미하다. 그래서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다. 혼자라서 정말 무섭다. 친구들을 아무리 불러 봐도 대답이 없다. 눈을 뜨고 있어도 어둠이 보이고 눈을 감아도 어둠이라는 게 보여서 나는 너무 겁이 나고 무서워서 계속 울었다. 눈물을 닦고 싶은데 어둠이 짙어서 바로 앞의 내 손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 보지만 닦인다는 느낌이 없다. 눈물이 났을 때 눈물을 닦았던 그 행동을 하고 있는지 분간이 없다. 그저 허공에 내 손이 왔다 갔다 하는 느낌, 그것뿐이다. 잠이 오는데 어둠이 눈앞에 잘 보이니까 잠이 들 수도 없고 무서워서, 너무 겁이 난다. 어둠에 갇히기 전에 나는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떠올렸다. 잊는다는 것은 어떤 일을 당했을 때 아무렇지 않은 것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잊고 싶지만, 아무렇지 않고 싶은데, 아무렇지 않아야 하는데 처음 어둠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그 공포가 매일 계속되고 있어서 아무렇지 않게 되는 게 안 된다. 눈을 감으면 더 똑똑하게 보이는 이 어둠. 이제 더 이상 살려달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죽고 싶은 것이다. 제대로 죽고 싶다. 살려주세요,라고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제대로 죽여 달라고 말한다. 제대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이제 이 무서움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어둠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게 해 달라고, 그러니 이제는 정말 죽고 싶다고.



[나의 아저씨] OST Part2. Sondia - 어른 https://youtu.be/ll4QIbU1kv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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