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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01.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48

2장 1일째


48.

 하필 이런 날에 최 부장은 왜 나를 괴롭히는 것일까.


 마동의 시선은 모니터에 두고 있었고 귀는 최원해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만 머리는 지끈거려 떨쳐내려고 안간힘을 손가락 끝으로 모아서 관자를 눌러가며 애썼다.


 “그래서 뭐랄까, 처음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살을 좀 빼기로 결심했지. 난 말이야 자네는 잘 몰랐겠지만 일이 끝나면 헬스장에서 운동을 요 몇 달 동안 계속해 왔다네. 그런데 나에게는 헬스장 운동이 맞지 않나 봐. 조금의 차도도 보이지 않았어. 트레이너들도 나에게 붙어서 꽤 열심히 가르쳐 주었는데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네. 이상한 일이지. 먹는 양도 조절하고 매일매일 한 시간씩 들여 운동을 했는데 말이네.” 최원해는 자신의 성기 밑의 털을 다시 생각하는 듯 말을 끊었다.


 “헬스클럽에서 내린 결론은 나에게는 오직 유산소 운동만이 살을 뺄 수 있는 길이라더군. 트레이너가 조깅을 권하더란 말이지. 자기네 헬스클럽에는 트랙이 없어서 안 되니 야외에서 조깅을 하거나 조금 더 괜찮은 헬스클럽을 권해주더군. 요즘처럼 회원 하나하나가 아쉬운 때에 다른 헬스장을 권해주다니 아마도 트레이너 눈에는 내게서 전혀 진척될 기미가 보이질 않았나 봐. 헬스클럽 사장이 알면 트레이너에게 한 소리를 할 텐데도 나에게 다른 곳을 권유한 것을 보면 말이네. 내가 봐도 3개월 이상을 매일매일, 꼬박꼬박 강도를 높였지만 전혀 발전이 없었네. 희한하지 않은가?”라며 최원해는 자신의 운동하는 장면이 떠올랐는지 잠시 혼자 키득거렸다. 그런데 감기 때문인지 최원해 부장이 말하는 소리가 이명처럼 울리기 시작했다.


 하나의 울림.


 윙윙거리는 잡음.


 최원해의 목소리가 제대로 귀를 통해서 뇌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물속에서 물 밖의 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이건 단순히 최원해의 말이 듣기 싫어서가 아니라 소리라는 공명이 귀안으로 분별력 있게 자리 잡고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런 현상도 감기 기운 때문일까.


 마동은 오른손의 검지를 귀안으로 밀어 넣어서 흔들어 보았다. 최원해는 그런 마동의 움직임을 낱낱이 뜯어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뭐 물론 나 혼자서도 조깅을 할 수 없는 건 아니라구. 하지만 내 옆에 자네처럼 이렇듯 오랫동안 조깅을 해온 사람이 있어서 약간의 도움을 받자는 것뿐이야. 솔직히 밤에 마누라를 만족시켜줄 의무와 나의 욕심을 채우고픈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네. 내가 살을 좀 빼고 조깅을 꾸준하게 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내가 자네를 위해 중매를 하나 주선해주지. 그동안 자네를 죽 지켜봐 왔네만 여자를 만나는 것 같지가 않더군. 매일 트위터를 하는 건 알지만 트위터로 여자 친구와 대화를 하는 바보는 없을 테니까 말이지.”


 마동은 최원해가 자신이 트위터를 하는지 어떻게 알았는지 생각을 하려 했지만 이명과 머리가 아파서 관두었다.


 “가까이 지내는 이와 트위터 같은 수단으로 많은 말을 하는 사람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라는 것쯤은 나도 알지. 어떤가? 내 제안이? 마누라 회사에 아주 괜찮은 아가씨가 있는데 자네라면 좋아할 거 같아서 말이야. 정말 참하고 좋은 아가씨들이 있네.”


 최원해가 하는 말이 점점 희박하게 들렸다. 소리가 작아졌다. 이상했다. 최원해의 말이 짜부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소리가 왜 이렇게 들리는 걸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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