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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03.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50

2장 1일째


50.

 마동이 다니는 회사는 프로그램화되어 이뤄지는 모든 일들이 허브를 통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으로 시작해서 직원들 개개인에게 허브에서 정해진 작업 분량이 구분되어 맡겨졌다. 직원들은 개개인의 데스크 앞에 있는 컴퓨터만으로 할당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회사는 점심시간을 엄숙하게 지켰다. 점심시간이 되면 자동적으로 허브에서 각자 도맡아서 하던 작업을 정지시키고 점심시간에는 작업에 관한 프로그램은 차단이 된다. 점심시간이 오면 개인 소셜 네트워크를 제외하고 중단되기에 직원들은 책상에서 곧바로 일어나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당은 건물의 맞은편 작은 카페를 개조한 식당으로 전적으로 회사의 직원들만을 위해서 마련되었다. 오직 식사와 티타임을 위한 공간이었다. 점심밥을 해결하는데 개인적인 시간과 비용을 소비할 필요가 없었다. 어느 날은 질 좋은 스테이크가 나왔다. 근내지방이 덜하며 육즙이 좋은 숙성의 맛이 가득한 소고기로 점심을 채우는 것이다. 어느 날은 보리밥과 조기구이, 애호박이 들어간 된장찌개와 손으로 갓 만들어낸 신선한 두부와 초간장이 곁들여 나오기도 한다. 집에서 좀처럼 해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나온다. 또 다른 날에는 고르곤 졸라가 스며든 피자가 나오기도 했다. 디저트도 좋았다. 회사의 식당은 카페 같은 분위기가 있어 분위기도 괜찮았다. 직원들은 좋아했다. 특히 여자들에게는 인기가 있었다. 실내의 조도가 낮았고 오너는 식당의 인테리어를 전문가들에게 맡겨져 카페 같은 분위기가 나올 수 있도록 공사를 했다. 덕분에 직원들은 쓸데없이 돈을 낭비하며 회사 밖에서 점심과 커피를 줄 서가며 소비하지 않아도 되었다.


 식사가 끝나면 바리스타가 서 있는 커피부스로 가서 마시고 싶은 커피를 주문해서 마시면 된다. 어떤 날은 더치로 추출한 예가쳬프나 만델링, 수프리모를 마실 수 있었다. 식단은 철저하게 칼로리와 열량과 나트륨을 체크하고 계산하여 요리했다. 일반적인 식당에서의 음식처럼 적당히 양념을 넣어서 요리를 하는 경우는 없었다. 단체로 먹는 요리는 양과 시간이 중요했다. 하지만 입맛에 맞지 않는 직원들은 사비를 들여서 먹고 싶은 찌개를 사 먹는 경우도 있었다. 일과시간의 시간은 자유롭게 사용하면 된다. 그 시간에 작업을 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었고 회사에서 간섭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체의 움직임이 다른 일에 비해서 비교적 액티브 하지 못하기 때문에 꾸준하게 음식을 배에 채우고 운동을 하지 못하는 남자 직원들은 배가 나오고 비만이 오기 십상이다.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은 변이를 했다. 회사는 그 부분에 대해서도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남자들은 많이 참여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도 타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마동은 일일이 간섭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고 다른 이들의 비만한 모습에 뚱뚱하군, 불만이야, 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모든 것은 자신이 선택한 일이다. 지금 마동은 남들의 암세포보다 감기 기운이 더욱 골치 아프고 신경이 쓰였다. 마동 또한 그저 한 인간일 뿐이다.


 마동은 무거운 머리를 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오늘 돌입해야 할 프로젝트 이전의 고객에게 받아놓은 꿈을 마동은 컴퓨터로 불러서 남은 부분을 마저 작업했다. 여러 개의 레이어로 분리하여 상황에 맞는 오브젝트 별 꿈으로 세분화 작업을 했다. 그렇게 작업한 세밀화 작업 분은 마동의 바로 한 단계 밑의 디자이너들에게 나뉘어 라인과 오버래핑, 스크린 등의 디테일한 작업을 거쳐 나중에 마동의 체크 단계를 거친다. 오너가 브리핑한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가려면 이전에 맡은 리모델링 작업의 할당량을 끝내야 한다. 그렇게 디자이너들 각각의 작업이 끝난 파일을 받아서 꿈의 단면을 자른 사이드를 3D로 천천히 돌려가며 시뮬레이션해 보았다. 마침내 이전 클라이언트에게 받은 리모델링 작업의 마지막 시뮬레이션이 윤곽을 드러냈다. 마동은 새로운 프로젝트에 돌입하기 전, 이전의 작업을 마치기 위해 자신의 컴퓨터에 허브와 연결한 최적화 이노센트 프로그램에 접속해서 바탕화면에 펼쳤다. 마동의 데스크에는 세 개의 스크린이 있고 그 스크린에는 각각의 꿈의 단면도와 레이어가 네 개씩 컴퓨터 화면에 펼쳐져 있었다. 사무실에는 독자적인 파티션이 있어서 작업하는 동안에 다른 직원들이 함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 고객들의 꿈의 작업은 보안이 중요했고 무엇보다 회사 직원들은 고객이 원하는 꿈의 리모델링은 소중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마동은 의자에 앉아서 디자인들에 의해 작업된 꿈의 레이어를 펼쳐놓고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바라보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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