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1일째
51.
아침에 조금밖에 먹지 않은 머핀이 속에서 체한 듯했다. 속이 아주 거북했고 욱욱하며 메스꺼움이 올라왔다. 빈혈이 있는 것처럼 기분 나쁘게 어지러웠다. 작업 때문에 정신과 상담을 받는 일도 무기한 미뤘는데 점심시간에 가까운 내과에 가봐야 할 것 같았다. 리모델링의 작업은 순수하게 꿈의 덧칠로는 어림없는 작업이다. 아프다거나 신경 쓸 일이 많으면 그 작업은 당연하지만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프로라 할지라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어서 모두들 자신의 신변 주위에 신경을 많이 쓰이는 일을 꾸미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회사에서도 회식이 왕왕 있었지만 다음날 중요한 작업이 많은 날이면 회식을 간소화하거나 술을 마시는 장소는 되도록 피했다. 식사를 하거나 카페에서 커피로 대신하는 경우도 많았다. 직원들은 기억의 왜곡에 대해서도 방전되지 않게 훈련을 하고 트레이닝을 꾸준하게 거쳐야 한다. 가족 중에 누군가 병이 걸리거나 큰 사고를 당해 입원하는 경우가 생기면 머리의 촉은 아무래도 그쪽으로 쏠리게 마련이다. 한 개인이 속한 가족의 경조사를 당하게 되면 매시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리모델링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작업의 일선에 투입된 직원들은 특히 더 그랬다. 그래서 훈련을 꾸준히 받지만 신변의 변화가 가져오는 부분이 작업하는데 영향을 미치거나, 작업자 자신의 기억을 왜곡시켜서 잘못된 기억의 한 부분을 토대로 고객의 꿈을 작업하게 된다면 그것은 상당히 위험을 떠안는 꼴이 되는 것이다. 윗선에서 내려오는 업무를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일이 아니기에 신체와 마음의 안정이 늘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것이 마동이 일하는 회사의 조화와 균형인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어떤 고객은 자신의 꿈을 아주 디스토피아적으로 작업하기를 바라지만 디자이너들 중에 이제 연애를 시작했거나, 아이가 태어났거나 집을 장만하거나, 행복에 겨워지면 작업자의 작업방식이 고객의 요구와는 달리 행복 인자가 많은 작업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그것대로 낭패인 것이다. 고요한 호수의 수면처럼 편차가 크지 않게 마음과 육체의 평화적 유보가 무엇보다 마동이 속한 집단의 작업자들이 지녀야 할 자세이다. 직원 개인의 귀결은 회사의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직원 하나하나의 안녕이 보장되는 게 중요했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훈련과 교육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마동은 일선에서 작업하기에 딱 들어맞는 인간이었다.
마동은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매스꺼웠지만 이전의 작업을 다 마쳤다. 마지막으로 체크사항을 점검했다. 그러는 동안 점심시간이 그럭저럭 되었다. 시간이란 어떠한 경우에도 앞으로 꾸준히 간다. 시간은 파괴적이다. 꾸준하기 때문에 무섭다. 시간에 이길 수 있는 인간은 그 어디에도 없다. 영화나 소설 속의 인간만이 꾸준히 나아가는 시간에 역행할 수 있는 힘을 지니지만 실체의 인간은 흘러가는 시간에 휩쓸려 떠내려갈 수밖에 없다. 의미적으로 꿈의 리모델링은 그 시간이라는 개념에 반하는 것으로 뇌파의 망가진 꿈을 건드려 과거를 디스토리션(Distorition)하는 것이다. 마동이 수석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입사해서 지금까지 지치지 않고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마동 자신이 이 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데 있었다. 지루해하지 않고 출발점부터 끝나는 지점까지 마동은 하나하나 꼼꼼하게 체크해가며 리스크를 점검해서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해왔다. 꿈의 크기와 자본의 함수관계에 상관없이 들어온 꿈의 작업을 마동은 심도 있게 작업을 했다. 지난 작업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곧바로 수용하고 바로잡았고 오류가 바로잡히자마자 새로운 작업에 매달렸다. 때로는 복잡한 리모델링 작업을 맡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어려운 물리학을 파헤치듯 그 작업에 몰두하는 정신력과 집중력이 생겨났다. 고객의 요구와 회사의 강령과 자신의 욕구 사이에서 마동 자신의 모습을 희미하게 하며 작업하는 방식을 택했다. 마동은 그 방식이 좋았다. 자신을 한없이 낮춰서 상대를 존중해준다. 작업할 때만은 그런 자세를 취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