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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12. 2023

번개를 다섯 번 맞았다 1

소설

1.


 네, 전 번개를 맞고도 말짱한 모습으로 멀쩡하게 걸어 다녔습니다. 번개를 다섯 번이나 맞았죠. 처음 번개를 맞았을 때가 중학생 때였습니다. 그때 큰 아버지를 따라 골프 필드에 갔다가 번개를 맞았습니다.


 그땐 나도 죽는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큰아버지와 일행이 달려와서 번개를 맞고 쓰러져 있는 나를 업고 병원으로 갔지만 전 금세 일어나서 옷을 털고 있었죠.    


 그리고 세 번째 맞은 번개가 고등학교에서 두 번째 맞은 번개와 일주일을 주기로 맞았습니다. 두 번째는 학교 운동장에서, 세 번 째는 학교 뒤의 소나무 근처에서였습니다. 운동장에서 맞았을 때 교실에서 아이들이 몇몇 보고 있었는데 나는 번개를 맞고도 그대로 왼팔을 높이 들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빠지직하며 떨어지는 번개는 나를 타고 운동장으로 타고 내려가 움푹 구덩이를 만들었지만 저는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환호했고 그을린 교복을 새로 맞추는 데 학교 측에서 보상을 해주었습니다. 저에겐 고마운 일이지만 학교에서 저에게 보상을 해 줄 이유는 없었거든요.    


 세 번째로 맞았을 때는 교복을 벗고 있었습니다. 그때 손에 호떡 같은 걸 들고 있었는데 새까맣게 숯이 되어 버린 것 빼고는 전 멀쩡했습니다. 이후로 전, 방송국에 불려 다니면서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지역 방송국에서부터 공중파 방송국, 뉴스, 케이블 채널에서 한 시간 분량으로 돌아가며 절 취재했습니다. 유튜버들도 제가 활동하는 반경 내에 도사리고 있다가 카메라를 들이댔어요.    


 덕분에 인터뷰를 하게 된 부모님이 참 좋아하시더라고요. 어린 시절 절 키운 이야기까지 주절주절 하시던데 뭔가 거짓이 좀 들어간 것 같았어요(웃음). 부모님은 없는 이야기를 더 부풀려 말을 했죠.


 뭐, 다섯 살에 전기에 감전이 되고도 살아남았다느니, 콘센트의 불꽃이 튀며 플라스틱이 녹았는데도 아이는 아무렇지 않았다느니 등등의 이야기들 말이죠.


 어떤 다큐에도 출연을 했습니다. 장장 한 달을 따라다니면서 절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저는 번개를 맞고 멀쩡해지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그저 보통의 학생들처럼 지냈지만 그렇게 지낼 수 없었어요.


 다큐라고는 하지만 번개를 맞는 사람인데 너무 평범했고 다큐를 찍는 동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다큐를 제작하는 곳에서 어떤 이벤트를 원하기도 했어요. 슬슬 지치기 시작하더군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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