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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10. 2023

그녀는 아이팟 클래식 4

소설


4.


 그녀와 나는 맥도널드에 들어가서 오전 메뉴를 주문하고 그것을 창가에 앉아서 다리를 흔들며 나란히 먹었다. 아이팟 클래식의 노래는 카펜터즈의 ‘클로즈 투 유’로 바뀌어 있었다. 그녀는 아이팟 클래식을 닮았다. 아이팟 터치와 아이폰이 ‘아이팟 클래식’의 존재를 위협해도 그녀에게 있어서만은 확실하게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고 있었다.


 “언젠가 160기가의 용량이 다 채워졌을 때는 어떻게 하지?라고 내가 물었다. 내 입에는 치즈버거가 한 입 들어있었고 그녀는 입을 닦으며 말했다.


 “그땐 하나를 집어넣으면 하나를 빼내야겠죠. 160기가를 다 채운 양이니 그 많은 노래 중에 하나를 빼야 하지만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는 내 몫일 거고 선택하기가 쉽지는 않겠죠. 작은 양의 노래 중에 하나를 빼내고 집어넣기는 쉬울지 몰라도 160기가면 어쩜 더 어려울지 몰라요. 그 많은 노래들을 질리지 않고 꾸준하게 아주 긴 시간 동안 집어넣었다는 말이잖아요. 그 알 듯 모를 듯 오랫동안 머리에서 자라는 머리카락처럼 한 번에 잘라내기는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선택되어서 버려진 노래는 그리워지겠죠. 그리곤 곧 잊히겠죠. 그만의 매력이죠.”


 그녀가 말하는 총체적으로 아이팟 클래식의 가장 큰 특징은 의식의 확장이라고 했다. 폭넓은 음악을 질리지 않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의식의 모공이 커진다고 그녀는 말했다. 나는 어쨌든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의식의 축소를 가져오는 수많은 물품에 비해 단연 돋보인다고 했다. 아침이 밝아오자 우리는 햄버거를 다 먹고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주말에도 일을 하는 나는 씻고 출근을 했고 그녀는 카페에 들어가서 오더 받은 그래픽 작업을 할 것이다.


 시간은 후퇴하지 않음에도 퇴색되어 가고 있었다. 모양을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거나 망가져갔다. 세계는 뒤쳐지는 인간들을 비웃으며 복잡하고 고도의 문명을 쏟아낼 것이다.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팟 클래식’ 안의 음악을 들으며 조금은 방어적인 자세로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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